[임진록]1946년, 한국이 일본을 점령했다

12화 - 관찰

by 팬터피


**챠샤오빠오**


저녁 시간, 이 식당은 일 끝나고 끼니를 때우려는 사람들 뿐 아니라 가족 식사, 술 한잔하려는 손님들까지 다양한 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심지어 포장 손님까지 많아 종업원들은 쉴 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불만 하나 없이 즐겁게 일하고 있었다. 사장이 베푼 배려와 관심 덕분에 그들은 그에게 고마움을 느꼈고, 이에 보답하기 위해 정성을 다해 일하고 있었다.


진도 그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배신자라는 것이 쉽사리 믿기지 않았다.


“아니~ 예쁜 것도 참 귀찮은 일이에요.”


“그게 갑자기 무슨···?”


예진이 곤란한 표정으로 주방에 들어오며 하소연했다.


“아까 그 인력거 아저씨요. 식당까지 절 보러 쫓아왔어요.”


“에이~ 그냥 밥 먹으러 온 걸 수도 있죠.”


“저희 집에 온 손님 얼굴은 제가 다 기억하는데요. 저 아저씨는 여기 한 번도 안 오신 분이에요. 심지어 오늘 아침부터 계속 인력거를 가게 앞에 대고 하루 종일 여기 있는 걸 보면, 지나가다 절 보고 첫눈에 반한 것 같아요. 예쁜 건 아셔서 다행인데··· 음, 어떻게 거절해야 하죠?”


“아··· 생각해 보니 아까 급히 가시는 바람에 돈을 안 드렸네요. 지금 드리고 올게요.”


예진의 황당한 표정을 뒤로하고 진은 재빨리 형원에게 뛰어갔다. 그가 왜 왔을지 너무 짐작이 됐기 때문이다.


“여긴 왜 들어왔어?”


“밥 먹으러 왔지, 왜 와? 이 동네에서 여기가 제일 맛있다고 다들 그러더라.”


“우선 오늘은 밥만 먹고 들어가. 괜히 일 크게 만들지 말고.”


“너도 봤잖아. 모든 게 그의 말대로 되고 있다고!”


형원의 목소리가 조금 커지자 진이 그를 진정시켰다.


“조금만 더 지켜보자. 진짜 딱 한 번만.”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건데?”


“오래 보진 않았지만, 사람이 느껴지는 게 있잖아. 사장님은 저게 거짓이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분이야.”


“원래 배신자들이 사람 좋은 얼굴로 옆에서 잘해주면서 갑자기 뒤통수 치는 법이야. 너도 이미 넘어간 거라고.”


“날 믿고, 딱 한 번만 더 지켜보자. 제발.”


“하··· 진짜 마지막이야. 다음번엔 내가 직접 달수란 사람을 만나볼 거야.”


그렇게 말한 뒤 형원은 남은 만두 하나를 입에 한가득 넣고 진을 째려보며 가게 밖으로 나갔다. 그런 그를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던 그는 갑자기 뭔가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바로, 이 둘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달수 때문이었다.





**시내 숙소 주변**


시간이 흘러 저녁 손님들이 다 떠났고, 진은 뒷정리를 한 뒤 숙소로 향했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숙소로 들어갔고, 방에 들어서자마자 불을 켜기 전 몰래 손거울로 창문 밖 1층 쪽을 비춰 보았다. 예상대로, 가로수 뒤편에서 달수가 이 방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진은 불을 켠 뒤, 후다닥 1층으로 내려가 후문으로 나갔다. 그리고 어두운 골목 안쪽에서 몸을 숨기고 달수를 관찰했다. 그러나 그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형원을 기다리는구나. 아직 내가 누구랑 같이 사는지 보지 못한 거야. 근데 식당에서 잠깐 봤고, 맞는지 확인하려고··· 뭔가 수상해.’


그는 다시 방으로 올라가 불을 끄고, 달수가 잘 볼 수 있게 정문으로 천천히 나갔다. 그리고 숙소에서 10분쯤 걸리는 공원으로 가서 무술 단련을 시작했다.


‘자, 고민되지? 날 계속 지켜볼지, 아니면 숙소에서 형원을 기다릴지.’


약 20분 정도 지나자 달수는 그곳에서 사라졌다. 진은 그의 감시에서 벗어나자마자 무작정 뛰었다.


‘형원을 찾아야 해. 내가 그 애라면 지금 어디 있을까?’




**시내 주택가**


비슷한 시각, 형원은 사장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에서 종업원들이 하나둘씩 나왔고, 결국 시내를 밝혀주던 화려한 식당의 모든 전등이 꺼졌다.


사장은 예진과 함께 식당문을 열고 나왔다. 예상치 못한 예진의 등장에 급하게 근처 나무 뒤에 숨었다.


둘은 걸으며 쉴 새 없이 많은 대화를 나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부녀지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가까워 보였다. 아니, 그보단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부부 사이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러다 어느 집 앞에 다다랐고, 둘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함께 그 집으로 들어갔다. 이후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뭐지? 세상 사람 좋은 척하면서, 새파랗게 어린애랑 바람이라도 난 건가?’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사장이 혼자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약 10분쯤 걸어가다 어느 허름한 집으로 들어갔다.


‘여기가 집은 아닐 듯한데··· 좀 기다려 보자.’


손님이 항상 많은 식당의 사장이 사는 곳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허름한 집이라 형원은 이곳이 그의 집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 집에 방문한 거고, 혹시 다시 나오지 않을까 싶어 한참을 기다렸지만, 그는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여기 이 오래된 건물이 그의 집인 듯했다.


그의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돌아가려 할 때쯤, 뒤에서 누군가 형원의 등을 툭 쳤다. 그는 깜짝 놀라 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쉿!”


그는 바로 진이었다. 처음엔 어두운 곳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있어 누군지 몰랐지만, 거의 두세 달을 매일 본 사이인지라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무슨 일이야? 근데 왜 이렇게 헥헥대?”


“거두절미하고, 오늘은 우선 다른 곳에서 자. 숙소에 들어오지 마.”


“다짜고짜 무슨 소리야? 여자친구라도 생긴 거야? 나 돈 없어.”


“달수, 그 자가 너를 눈치챈 듯해.”


“어떻게?”


“아까 니가 식당에 와서?”


형원은 자신의 순간적인 실수가 가져온 결과에 대해 진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지금 굴러가는 상황에서 아주 틀린 행동은 아니라 생각했다.


“뭐, 상관없지 않아? 그 사람 말이 맞는 거 같은데?”


“아직 모르는 거잖아. 그리고 우릴 계속 미행하는 건 좀 수상해.”


“대련 영웅이 누군지 궁금하겠지~”


“아냐, 나라면 믿는 사람을 보기보단 오히려 사장님을 더 따라다닐 듯한데. 근데 인력거는?”


“미행하면서 들고 다니기 번거로워서 식당 앞에 두고 왔어.”


“그럼 이렇게 하자.”


그는 형원의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챠샤오빠오 주변**


약 한 시간 뒤, 식당 앞에 덩그러니 세워져 있는 인력거 앞으로 형원이 터벅터벅 걸어갔다. 술을 한잔한 듯 약간은 비틀거리는 듯했다.


형원은 지쳤는지 인력거에 앉아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십 분쯤 지났을까? 그는 의자에서 내려와 빈 인력거를 끌고 숙소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는 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우선 인력거를 가지러 갈 땐, 술에 취한 사람처럼 행동해. 누가 보면 술 마시다 이제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게. 그리고 제일 저렴하고 허름해 보이는 숙소로 들어가서 이 돈을 주면서, 혹시 누가 물으면 여기 산 지 오래됐다고 말 좀 해달라 해. 그렇게 해주면 이만큼 더 주겠다고. 방도 달라고 하고. 그리고 오늘은 거기서 자.”


그의 말대로 똑같이 따라 했고, 숙소에 들어가 불을 켜고 재빨리 내려가 혹시나 여관 주인과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다.


벽에 몸을 숨긴 채 계산대를 확인했고, 역시나 진의 예상처럼 누군가가 종업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했던 사람이 아니라 형원은 크게 놀랐다.


그는 형원이 좀 전까지 따라다녔던 '식당 사장'이었기 때문이다.





[관련 용어 사전]


신흥무관학교 (新興武官學校, 1911~1920)


1911년 서간도(현재 중국 랴오닝성) 삼원보에서 독립군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군사학교다. 이회영, 이상룡 등 독립운동가들이 사재를 털어 세웠으며, 수많은 독립군을 배출했다. 졸업생들은 서로군정서, 북로군정서, 대한독립군 등에서 활약하며 청산리 대첩 등 항일전쟁에서 큰 공헌을 했다. 1920년 간도 참변 이후 일본군의 탄압으로 폐교되었지만, 졸업생들은 이후에도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출처: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훈록,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 『신흥무관학교와 독립전쟁』(김도형,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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