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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Sep 26. 2024

여행 이야기 늘 설렙니다. 야구직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야구장 투어, 벌써 기대됩니다.


 안녕하세요. 드리님. 첫 줄부터 흥미진진함을 선사하는 편지 덕분에 한 주의 시작이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LA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의 편지라니! 이 얼마나 설레는 글쓰기였을까요? 저 역시 도전하겠습니다. 


 이번 편지의 또 다른 놀라움의 포인트는 언젠가는 가봐야겠다고 결심했던 나라들이 하나도 언급되지 않았던 겁니다. 언젠가는 그 모든 나라들을 다 가보고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참 스펙타클한 이야기예요. 급작스럽게 바뀐 여행 계획. 추가 요금 내라는 항공사와의 싸움.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가는 경험. 고산병과 함께 절대자와 꿈에서의 대담. 읽다 보니, 팝콘 먹고 싶어졌습니다. 이 이야기 다음엔 또 어떤 에피소드들이 있을까? 직접 뵙게 되었을 때, 자세히 들어봐야겠군요. SNS로 사진을 볼 때도 신기했는데, 드리님의 육성이 담긴 이야기를 기다리겠습니다.     


 별개의 이야기지만, 영어 회화를 잘한다는 게 부럽습니다. 저는 사실 해외가 무섭습니다. 한국식 영어 교육을 이수하다 보니, 영어가 잘 튀어나오지 않더군요. 이전에 영국에서 입국 심사 당시, 부정맥이 생기는 듯 심장이 매우 거칠게 떨렸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주입식 영어 교육을 받아본 이들이라면 (아마 대부분이지 않을까요?) 두근두근하는 제 마음에 공감할 겁니다. 무슨 말인지는 분명히 알겠는데, 대답 못 할까 봐 걱정되는 그 상황이 두려워 두근거리고 떨리는 거죠. 이것저것 물어보는 내용들에 대해, 단문, 문장을 이루지 못하는 단어들의 조합, 바디랭귀지까지 첨가된 완벽한(?) 대답으로 의사소통을 해냈습니다. 그러다 마지막 질문을 눈앞에 두게 되었죠.

 “그런데 대한민국은 왜 징병제지? 그리고 넌 왜 지금까지 군대에 가지 않았니?”

 저는 대답했어요.

 “1950년 6월 25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났고, 현재 휴전 중입니다. 분단국가가 되면서 지원해서 가는 모병제가 아닌, 의무로 군 복무를 하는 징병제란 형태로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휴전이라곤 하나 전쟁이 언제 또다시 일어날지 모르는 법이니까요.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가야 하는 군대를 저 역시 빨리 가고자 했으나, 대학교에 이어 대학원까지 진학하여, 입대 시기가 미뤄졌습니다. 하지만 국방의 의무이기에, 내년엔 수행할 예정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멋진 대답이었어요. 단지, 이걸 영어가 아닌 한국말로 말했다는 거고, 이런 저의 멋들어진 설명을 입국심사 담당자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 역시 문제였고요. 젠장. 이걸 바디랭귀지로 어떻게 말하죠? 입국 심사 통과를 못 할 뻔(?)했지만, 어떻게든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제 모습이 안타까웠던지 쫓아내진 않았습니다. 문득 드리님의 유창한 회화 실력에 떠오른 에피소드입니다. 아이고.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네요. 죄송합니다. 


 드리님의 여행 이야기를 들으니, 제 여행이 어떤지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제 여행 컨셉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입니다.      


 2022년 3월,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토록 고대하던 해물떡볶이를 영접했죠. 매콤하면서도, 해물로 인한 바다 저 깊숙한 진한 맛이 느껴지니, 한층 더 고급스러운 식사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매운 걸 먹으니, 이번엔 달콤한 게 생각나네? 스타벅스에서 판매한다는 말차 프라푸치노를 눈으로도 만나고, 입과 배로도 만났습니다. 우중충한 날씨 때문에, 몸이 무거운 듯하여 숙소의 욕조에 가득 모아둔 뜨거운 물에 제 몸을 맡기니, 안경에 김이 서렸습니다. 그런 와중에 냉장고에서 막 꺼내서 잡기만 해도 손이 얼어버릴 거 같은 맥주 한 캔을 “탁” 까봅니다.

 다음날은 매우 날씨가 좋았습니다. 제주도에선 이렇게 화창한 날을 마주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던데, 생각보다 난 운이 따르는 편인가? 스스로를 칭찬(?)하며, 바닷가 앞에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독서를 즐겼어요. 그러다 해변을 따라 걸었습니다. 에메랄드 색깔을 가득 품은 바다 때문입니다. 20년 넘게 부산에서 살면서도 저렇게까지 투명한 바다는 본 적 없었는데, 제주도 바다는 달라도 뭐가 다르긴 한가 보다! 비결이 무엇일까? 한참 걷다 보니 배고픕니다. 뭐 먹지? 생각하다가 눈앞에 있는 게 술집이라 그냥 들어갔죠. 뭐든 팔겠지! 마침, 먹고 싶었던 새우회와 함께 제주도의 명물인 한라산을 주문했어요. 회가 달짝지근하고 찰지니, 소주 한 병은 거뜬하더라고요. 알딸딸한 상태로,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해가 지는 걸 멍하니 지켜봤습니다. 노을이 드리워지는 그 모습 자체가 왜 이리 아름다운가? 평소에도 이런 여유를 가지면서 보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렇게 7박 8일 동안 제주도를 무계획으로 놀았습니다. 일주일 동안 뇌가 파업했습니다. 생각이란 걸 할 수가 없었어요. 덕분에 오로지 무계획 하나만으로 이리저리 다녔죠. 걷다가 카페 가서 책 읽고요. 그러다가 생각나는 거 먹고요. 이왕 먹는 거 술도 한 잔 들이켜다가, 제주도에서 지내는 사람들과 만나기도 하고요. 멍때리면서, 그 어떤 계획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던 제주도에서 7일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1년이 흘렀습니다다. 휴가 때, 친구랑 여행을 떠났습니다. 똑같이 제주도로. 그땐 이전과는 달랐죠.

 “어디 갈래?”

 “넌 어디 가고 싶은데?”

 “난 돼지고기는 반드시 먹어야 해!”

 “그럼 나는 사격만큼은 꼭 하고 싶어.”

 “그러면 가고 싶은 거, 하고픈 일들 모두 다 지도 어플에 표시하자. 다 정리되고 나면, 그중에서 꼭 해야 할 일들 먼저 정하자,”

 “그럼, 중간에 생기는 빈 일정은 그때그때 지도에서 보고 하는 걸로?”

 “그렇지! 바로 그거지!” 

 친구와의 여행은 MBTI로 표현하자면 J와 P의 완벽한 조합이었습니다. 어느 정도는 계획적이나, 언제든지 꽂히는 곳으로 향할 수 있는 그런 여행이었다고나 할까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밥 먹고 자려다가, 치킨과 맥주까지 먹어버렸습니다.

 다음날이 되자마자, 원래 가고자 했던 해장국 집을 아침 일찍 방문했죠. 이후 SNS에서 유명한 빵집에서 한참 줄 선 끝에야 냠냠쩝쩝의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요. 가고자 했던 제면소가 하필 닫아서, 지도에서 우연히 발견한 횟집을 갔습니다. 기대하지 않았기에 생각보다 더 만족스럽고 즐거웠습니다. 

 여행 3일 차가 되었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예약이 한 달 밀려있는 유명한 식당에서 배를 든든히 채운 후엔 몸을 마구잡이로 움직였어요. 사격도 하고, 피시방 가서 게임하고. 산방산 온천에서 몸을 지지기도 하는 등으로 말이죠. 그러다 보니, 한밤중이더라고요. 역시 쉴 때 시간이 잘 가요. 

 마지막 날은 어땠을까요? 동문시장에서 먹거리들과 함께 술 한 잔 후 피시방 갔다가, 숙소에서 좀 쉬고자 했는데 또 피시방으로 향하게 되더라고요. 제주도 와서 피시방이라니! 이게 무슨 짓인지……. 아! 참고로 먹기만 한 건 절대 아닙니다. 먹는 게 휴가에서 비중을 80% 이상 차지한 건 틀림없으나, 걷다가 마음에 드는 풍경들을 이리저리 찍은 건 일정에서 덤이었을 뿐이죠.

     

 책 [여행 준비의 기술]엔 이런 말이 있습니다.

 ‘평소처럼, 평소와 달리’

 좋아하고 원하던 장소나 맛집을 가는 ‘평소처럼’도 중요하지만, 여행지에서의 나는 이전과는 달라져야 더 많은 추억이 생기기에, 별 관심 없었던 일도 체험하고 도전하는 ‘평소와 달리’도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저는 그 누구보다 이 말을 잘 실천합니다. 상당히 계획적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편이죠. 하지만 여행에서는 정반대입니다. 무계획의 끝판왕을 오히려 선호해요. ‘평소와 달리’를 추구하는 거죠. 물론 가족, 친구와 갈 때는 어느 정도의 계획을 수립하는 건 당연한 거고요. 이때는 ‘평소처럼’ 살면서도 ‘평소와 달리’ 지내기에,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진다고나 할까요? 이게 바로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아”를 잘 이행하는 모습입니다. 언젠가는 한 지역에서 ‘살아간다’에 초점을 맞추고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이건 새로운 장소에서 생활하고픈 마음이기에 ‘평소와 달리’에 가까운 거라 할 수 있겠지요?      


 돌이켜보면, 야구장 직관을 자주 가게 되는 거 역시 ‘평소처럼, 평소와 달리’를 가장 잘 느낄 수 있으면서 여행의 묘미와 재미를 온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네요. 평소처럼 야구를 보되, 선수들의 생동감 있는 모습을 직접 마주하고, 야구장이란 새로운 환경에서 치킨과 맥주를 먹으며, 야구 이외에 댄스 타임, 키스 타임 등 다양한 행사를 즐기기도 하고, 남녀노소 등을 관찰할 수도 있으며, 응원을 통해 하나가 되어 기쁨과 슬픔을 같이 공유하는 등. 평소와 같으면서도 평소와 다름을 느낄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야구장이기에 어떻게든 가고자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여기에 승리까지 하면 금상첨화겠지만, 그것만큼은 쉽지 않습니다. 놀랍게도, 4월 1일 기준 7전 6패 1승 중인 롯데 자이언츠입니다. 이 와중에 3월 29일 금요일, 3월 30일 토요일 사직 야구장 직관을 하러 갔다는 거 아닙니까? 금요일은 부모님과 함께 가서 그런가? 불효를 저지르지 말라는 의미로 시즌 첫 승을 안겨주었습니다. 효도를 할 수 있게 도와준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드립니다. 하지만 다음날은 패배했습니다. 여러모로 슬픈 날입니다. 직관 8연승의 도전이 깨진 날이기도 했고요. 난생 첫 야구 직관한 친구에게 미안한 날이기도 합니다. 축구에 미친 친구인데, 그 친구에게 야구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었죠. 8:0! 다음에 또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그깟’ 공놀이란 말에 공감을 문뜩 하게 됩니다. 진짜……. 이게 뭐라고……. 개막전 다음날 경기에선 SSG에 6:0으로 지겠다고 여겼는데, 갑자기 터진 타선으로 6:6이 되었죠. 끝에 홈런을 맞아 패배했지만요. 3월 31일 경기에선 5:0으로 지다가 5:5로 결국 따라잡고, 2점을 내준 만큼 2점을 득점했어요. 이후 1점을 내주곤 더 이상 잡지 못하면서 5시간에 걸친 혈투 끝에 패배하는 슬픈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보고 있으면 갑갑합니다. 분명히 못 하는 건 아닌데 뭔가 잘 풀리지 않는 기분이라 참 슬픕니다. 4월은 좀 달라질까요?      


 꾸준함이란 이야기를 꺼내서 말씀인데, 한편으론 감사합니다. 저 역시 드리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우리가 주고받는 편지 역시 드리님의 끈질긴 노력 덕분에 저도 본받아서 유지할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벌써 일곱번째 편지를 주고받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부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롯데 자이언츠에도 해당됩니다. 지금 너무 안 풀리고 있지만 10%의 경기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유명한 말처럼,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시작은 미비할지라도, 올해는 분명 끝이 창대하리라 믿습니다. 롯데를 믿는 마음을 담아 올해는 더욱 자주 야구장을 가고자 합니다.      


 휴가 내고 같이 가는 건 좋습니다. 저도 드리님이 어떤 사람인지 여행을 통해서 더 알고 싶어요. 지금까지 사직, 잠실, 고척 등을 갔습니다. 남은 구장 투어를 꼭 해내고자 하는데, 이왕이면 드리님이 함께한다면 더 좋겠네요. 야구장 투어를 컨셉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또 풀어낸다면 이 편지가 좀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아, 마지막으로 조만간 예능 [최강야구]가 시작됩니다. 11번째 구단, 롯데 자이언츠 다음으로 좋아하는 이 구단의 이야기가 또 시작된다고 하니 설렙니다. 혹시 드리님은 좋아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오늘도 편지가 너무 길었습니다. 이만 마무리 지어보겠습니다.      


 드리님과 야구장 투어를 기대하는 주니킴 올림.     


PS) 책 [여행 준비의 기술]을 한 번 추천해요. 저자는 매우 특이해요. 의사 출신인데, 21년 차 저널리스트이면서도 여행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여행준비러’입니다. 이곳저곳 다니면서 몸소 쌓은 경험치를 바탕으로 저자만의 여행 준비의 팁을 이 책을 통해 알려주고요. 읽으면서 여행 떠나고 싶은 욕구가 엄청나게 들도록 만드는 책이니까, 휴가 계획 잡을 때 한 번 보면 어떨까요? 


[이전 편지]

http://brunch.co.kr/@drikim/25

[이후 편지]

http://brunch.co.kr/@drikim/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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