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팀과 미팅을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요즘 현장의 생산 물량이 늘어서 인원을 대폭으로 증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사팀 담당자는 내게 당부인지 핀잔인지 이야기를 시작한다.
"신입을 뽑기도 어렵고 뽑아 줘도 바로 퇴사시켜 버리는 현장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나는 기가 막혀서 담당자를 쳐다보는데 담당자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퇴사 상담을 해 보면 선임들이 잔소리가 심하고 이리가라 저리 가라 기분 나쁘게 일을 시킨대요. 그리고 큰소리로 말해서 더더욱 기분도 나쁘대요. 텃세예요? 뭐예요?" 나는 점점 더 기가 막힌다.
"파트장님 현장의 선임 얘기는 들어 보셨어요?" 내 질문에 그는
"현장 이야기가 뭐가 중요해요. 입사하시는 분들 중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남는 게 중요하죠~~"
"그럼 어떻게 할까요? 제품이 엉망으로 출고되어도 내버려 두고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 힘들어해도 그 자리에 그냥 세워 두고 있을까요? 일단 입사하시면 상전처럼 받들고 모시고 다녀야 할까요? 오늘 입사하신 분이나 3~4년 되신 분들이나 시급 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아니면서 선임들은 일을 몇 배나 힘들게 하시는데 신입 분들께 온갖 예의 갖춰 작업 지도까지 하라는 말씀 이신 거죠? 생산 납기시간 못 맞추면 선임들은 그 책임을 몽땅 짊어져야 하는데 그 바쁜 와중에 큰 소리로 작업지시 했다고 기분 나쁘다고 퇴사하고, 이리저리 이동시켰다고 입사한 지 하루 만에 인사팀에 일러바치면서 퇴사하시는 분들은 그렇게 괜찮으신 분이신 거예요? 처음 입사 했으면 무엇이라도 배우려는 게 아니고 먼발치에 서서 겨우 이거 하나 저거 하나 던지듯이 일하는 사람에게도 선임은 잔소리를 하면 안 되는 거였어요?" 내 따발총 대꾸에 담당자는 잠시 머쓱하더니
"아니~~ 사람이 없어서 그렇게 구해 달라고 하셨으면서 정말 힘들게 인원 보충해 주면 왜 내보내는 거냐고요? 잘 구슬리고 달래서 데리고 갈 생각을 해야지요?" 나는 더 어이가 없다.
"보내기는 어딜 내 보내요? 아무리 구슬리고 달래면 뭐해요? 일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인데~~ 그냥 서 있으려고 출근하신 분들 이니까 잔소리를 하지요? 일을 하려고 오신 게 아니라 대접을 받으려고 오신 분들 같단 말이죠~. 오신 분들 중에는 더 힘든 일을 맡겨도 정말 너무나 열심히 해 주셔서 고마운 분들도 참 많습니다. 하지만 일은 하지 않으면서 핑계만 대고 나가는 분들이 그렇게 소중한 분들이에요? 회사가 자선단체는 아니잖아요" 나는 점점 더 화가 났다.
"생산 현장에 입사했으면서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에요. 이런 일을 어떻게 해요? 난 이런 힘든 일 하기 싫어요. 저 사람이 하는 거 하게 해 주세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께 어떻게 예의를 차려야 하지요? " 나는 숨도 안 쉬고 이어갔다.
"도대체 아무런 양보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배우려들지 않으면서 제조현장을 왜 오셨대요? 어떤 대접을 받으려고 오셨대요? 선임의 태도가 기분 나쁘다.라고 일러바치기 전에 왜 그러는지 한 번만 챙겨보시면 안 되는 거였을까요? 말도 없이 화내고 나가시기 전에 옆에 있는 누구에게라도 저 사람은 왜 저러는지 물어봐 주시면 안 되는 거래요?"
식품 제조 현장은 사람 구하기도 힘들고 구했다고 해도 남아 있는 사람이 얼마 안 된다. 이직률이 엄청나다. 생산공장 시급이 비슷하고 일에 대한 커리어가 쌓이는 것도 아니라서 쉽게 미련 없이 퇴사를 한다. 사람 못 구해서 안달이 난 옆에 줄줄이 있는 제조 회사로 가면 되니까~. 식품회사 일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어디나 일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서 감정이 상하면 더더욱 미련을 갖지 않는다. 그럼에도 장기 근속자들이 현장일을 오래 하는 힘은 회사에 대한 애정보다는 동료애가 우선한다. 서로 위하고 감싸고 도와가면서 세월을 보낸다. 그러니 인사팀의 사람 귀한 줄 모르고 내보낸다는 말에는 공감하기 어렵다. 세상에 귀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현장에 입사한 사람은 일을 하려고 온 사람이고 회사는 일을 시키려고 입사를 시킨 것인데 서로 원하는 게 딱 맞아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이 하는 일에 사람이 제일 중요하지 무엇이 중요할까? 더구나 식품 회사의 제조라는 게 사람이 먹는 것을 생산하는 거 아닌가. 일을 하다 보면 저절로 정성을 들이게 되는 게 식품회사의 일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사람이 먹는 것을 함부로 하면 되겠느냐는 공통된 인식이 있다. 그러니 사람이 그만큼 중요하다. 소명 의식도 있다. 모든 것은 투명하게 관리하고, 철저히 제품의 기준을 감시한다. 대량 제조이지만 받는 고객은 한 개의 제품을 보고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게 아닌가. 어느 것 한 가지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게 식품회사 제조의 현실이다. 사람 중요한 내용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잘 알고 있는 나에게 현장에서 사람 귀한 줄 모른다고 핀잔하는 인사팀의 한마디가 참으로 섭섭했다.
제조의 현장은 참 힘들다. 식품회사 제조는 힘들다. 더더구나 즉석식품 제조는 예상작업이 불가하여 더더욱 어렵다. 제품의 관리 시스템뿐만 아니라 인원을 어느 정도로 확보하고 있어야 안전할지 그것도 항상 고민이다. 때때로 비수기를 만나고 성수기도 만난다. 그때마다 인원수급을 해야 하는 인사팀의 고충도 이해는 한다. 불평불만 많은 사람들의 애환을 들어주고 문제를 처리해 주느라 고생하시는 노고도 안다. 신입이 몰려 입사하는 성수기에는 한 분 한 분 현장에서 돌보지 못해 놓치는 분들도 많다. 그럴 때는 인사팀에 미안한 마음도 너무 많다. 서로 팀이 협력하라고 대표님은 맨날 말씀하시는데 비수같이 화를 내버린 내가 후회된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우리 회사가 누구나 입사하고 싶은 좋은 직장으로 어서 빨리 자리 잡아서 다른 팀과 언쟁하는 일이 없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