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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인트리 Aug 21. 2021

나는 누구와 부룩박기를 하면 어울리는가

아보카도와 구절초의 부룩박기가 어울릴까.


아이들의 초등학교 교과 내용중에 부룩박기라는 게 있다. 부룩이란 농작물과 농작물 사이에 곡물을 섞어 심는 것이다. 일명 사이심기라고도 한다. 상추 옆에 마늘을 심고 마늘 옆에는 시금치를 심는 등, 작은 땅이라도 활용하려는 조상들의 지혜였다. 그런데 이런 사이심기에도 진정한 지혜가 따로 있었다.


친정어머니께서는 논두렁에 유난히 콩을 심으셨다. 도대체 힘들게 왜 가까운 밭을 두고 멀리있는 논두렁에 콩을 심을까 했었는데 나중에야 그 이치를 알게 되었다. 어린 벼 잎은 진딧물이나 메뚜기에게 영양분을 뺏기면 자라지 못한다고 한다.  논두렁에 콩을 심으면 이런 해충들이 모두 콩잎으로 옮겨와서 벼농사를 잘 지을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콩은 잎이 너무 무성하면 열매가 많이 열리지 않는다. 해충들이 콩잎을 적당히 갉아 먹어주면 열매도 많이 열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벼와 콩 모두에게 이로운 점이 있다.


고구마 옆에는 참깨를 많이 심는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었다. 고구마의 여린 순은 자외선에 약해서 금방 시들어 버린다. 이 때  키 큰 참깨가 양산 역할을 해 준다는 것이다. 참깨는 유난히 벌레가 많이 꼬이는데 그 벌레들은 고구마순을 훨씬 좋아 한다는것이다. 고구마는 뿌리 식물이니 잎이 상해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뿌리가 튼실해 진다는 것이다. 참깨는 양산이 되어 고구마순을 보호하고 고구마순은 참깨를 공격하는 벌레들을 유인하니 이또한 둘에게 모두 이롭다.


아보카도 탄생 기념


작년부터 애지중지 막내가 키우는 아보카도가 있다. 아보카도는  막내의 온갖 정성을 받으면서 잘 자라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 같은 화분에서 싹이 하나 자라기 시작했다. 막내는 그 싹이 아보카도를 다치게 할까봐 전전 긍긍  애를 태웠다. 새싹은 어느정도 자라서 모양을 갖추었다. 우리 가족은 쑥일거야 하면서 한잎씩 뜯어 먹어 보았다. 생각 보다 너무 썼다. 막내는 온갖 사전과 지식인을 동원해 찾아 보더니 가족 단톡방에 글을 올렸다.

"우리 가족 여러분~

아보카도 옆의 부룩 식물은 구절초라고 합니다.

꽃이 핀다고 하는데 우리 아보카도 아프면 어떡 하지요?"


 이 구절초는 하루가 다르게 잘 자라서 이젠 정말 꽃을 피울 것만 같다. 막내는 아보카도와 구절초가 같은 화분에 살아도 괜찮은지 온갖 검색을 해 봐도 조언을 주는 곳이 없다고 울상이다. 어디에서 날아온 씨앗인지 뿌리인지 아보카도 화분에서 구절초가 자란것도 신기한 일이기는 했다. 그렇다고 다 자란 구절초를 뽑아 버리자니 너무 안스러워서 뽑을수도 없다 한다. 둘에게 과연 이로울 것인지 해로울 것인지 답이 없으니 막내가 더 애를 태우고 있다. 이런 부룩 박기는 어디에도 없는것 같다고 막내의 고민만 커지고 있다.



직장에서도 부룩 같은 사람이 있다. 생산이 밀리면 나는 생산 독촉을 한다.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실은 별 의미 없는 기분 나쁜 상황만 만들수도 있다. 자신들은 열심히 하는데도 성과가 없으니 일하는 입장도 안타까울 것이다.  기분들이 언짢아 지고 있을때  직원 하나가  옆사람 칭찬을 한마디 한다. 그 선택하는 단어들이 어찌나 센스있고 기분을 좋게 하는지 작업장 분위기가 금방 따뜻해진다.  또 다른 직원은 남이 힘들다고 하는 일에 무조건 앞장선다. 그런데 그 몸이 젓가락 하나도 못들게 생긴 여리여리한 사람이다. 그래도 자기가 하겠다고 나서면 뒤로 몸을 사리던 직원들도 어이없어서 힘을 합하게 된다. 덕분에 어렵던 일도 곧잘 해결을 하게 된다.  


언제나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지금 쓰러지면 구급차 불러줄 사람은 내 옆에 있는 그사람이 분명하니까 그보다 귀한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그런 소중한 내 옆사람이 힘들면 조금 도와 주는게 뭐그리 아까울게 있을까. 그런 소중한 내 옆사람과 싸울 맘이 생기겠는가 싶다. 그러면서 나는 그들에게 부룩같은 사람일까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내 곁의 사람들에게 양산이 되어주는 사람일까,  어린 벼 잎을 보호해주는 콩잎같은 사람이었을까 .


오늘도 심각하게 아보카도 화분을 들여다 보는 막내에게  한마디 했다.

"막둥아, 아직은 아보카도가 더 튼실해 보이니  구절초가 꽃을 피우고 나면 그때 살짝 구절초를 이동 시키는건 워뗘?

꽃도 못 피워보면 구절초가 안타깝잖여."


출처.네이버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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