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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인트리 Dec 12. 2022

마법은 움직일 수 있는 거야?

마법을 알기에는 너무 어려서

우리 직장은 하루 종일 서있는 자세로 일을 한다. 한번 작업이 시작되면 두세 시간은 꼼짝을 못 한다. 생산이 팀으로 굴러가는 것이라서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작업 진행이 어렵다. 휴식 시간도 다 같이 팀으로 움직이면서 쉬게된다. 그래서 혹자는 물 먹는 양도 조절을 한다. 급하게 화장실이 가고 싶어 지는 일이 생길까 걱정을 해서다. 물론 교대로 가능하지만 괜히 옆사람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다들 조심조심한다.  오늘 우연히 한 친구 때문에 우리 아이들 어릴 때가 생각났다.


생산 라인을 지나가는데 한 친구가 나를 가만히 불렀다.

"언니. 저 죄송하지만 잠깐만 여기 좀 지켜 주시겠어요?"

무슨 급한 일이 아니고서는 나를 붙잡을 리가 없어서 일단 가까이 갔다.

"무슨 일이야?"

그 친구는 나에게 귓속말을 했다.

"언니 저 마법에 걸렸어요. 배가 너무 아파요.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나는 어서 다녀오라고 눈빛으로 사인을 보냈다.


 딸들이 어릴때 나는 아이들과 행복한 루틴이 하나 있었다. 매주 주말이면 대중 목욕탕을 함께 가는 것이었다. 계속되던 주말의 목욕탕 루틴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건 큰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서였다.


어느날 둘째가 큰언니 심부름을 도맡아 했다. 무엇이든 시키는대로 청소도 하고 엄마 심부름도 언니를 대신했다. 나는 "우리 둘째 왜 이렇게 착해졌어?" 이렇게 말하면서 기특해 했다. 어김없이 주말이 돌아 왔고 일요일 아침 둘째가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언니 나빠!!"

"무슨 일인데 언니한테 화를 내고 그래?" 내가 물으니 둘째는 눈물범벅이 되어서  하소연을 했다.

"엄마! 언니가 언니 말을 잘 들으면 언니한테 온 마법을 움직이게 해서 일요일에 목욕탕 같이 가 준댔어." 초등 3학년인 둘째는 씩씩 거리면서 계속 말을 이어갔다.

"엉엉~ 그런데 마법이 안 움직여서 언니 목욕탕 못 간대. 언니 나뻐."

큰 아이가 초경 중인것을 아는 나는 슬쩍 눈을 흘겨 주고 둘째를 달랬다.

"언니 마법은 맘대로 움직일 수 없어. 언니가 나빴네."


졸지 마~~ 오리들이 너무 조용~

몸 안의 생리적인 현상들이 맘대로 움직여 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서 힘들고 당황할때가 있다. 제조현장의 적응중에 어려움이 그런 생리적인 현상도 있다. 동일한 작업시간을 같이 견뎌야 하고, 같은 컨디션이 아님에도 작업이 끝날때까지는 같이 맞춰가야 한다. 일단 옆사람에게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견디려면 내 몸안의 현상들은 참거나 견뎌버리는 것이다. 초보 작업자 시절에는 정말로 물 먹는것도 조심 스러웠었다. 대열을 이탈해서 나 혼자 다른 행동을 취하려는 용기도 없었지만 , 내 자리를 메꾸느라 고생할 동료들을 생각하면 작업 시간에는 결코 자리를 비우고 싶지 않았다.



볼 일을 마치고 돌아온 동료가 수줍게 인사를 한다.

"언니 고마워요."

"뭔 소리여. 당연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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