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님!사수님!
“언니, 그건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일을 왜 그렇게 해요?”
이런 말, 너무 잘 아시죠? 처음에 일을 배우는 사람에게 정말 다양한 스타일의 교육이 다가옵니다. 어느 쪽이 더 좋은 걸까요? 적당히 긴장감과 불편함이 섞여야 일 배우는 데 도움이 될까요? 아니면, 편하게 이끌어줘야 진짜 잘 배운다고 할까요? 신입이 들어오면 늘 그 중간을 찾는 게 참 어렵죠. 너무 편하게 대해주면 ‘그냥 그렇게 하면 되겠지’ 하면서 엉망진창 되는 경우가 많고, 너무 엄하게 하면 “이제 진짜 무슨 군대냐?” 이런 상황이 펼쳐집니다.
나도 처음 생산직에 들어왔을 때, 매사에 불편했어요. 식품회사 생산직에는 교본이 없어요. 예습도 안 되고, 현장 가서 그때그때 몸으로 배워야 하는 일이죠. “내가 책으로만 배웠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몇 번이나 했던가요. 그냥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고요?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죠. 사실, 생산직에서는 머리보다 몸이 중요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이리 저리 지시 받으면 ‘몸만 움직이면 된다’는 걸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감정은 저멀리 소풍을 보내 놓아야 견딜 수 있을때도 많아요.
그렇다고 성장이 있었냐고요? 자극이 있긴 했죠. 하지만 그 자극은 성장과는 거리가 먼 거였습니다. 감정적인 자극이 가장 강했죠. 같은 말을 해도 친절하게 말하면 “뭐, 큰일 나는 거 아니야?” 이런 분위기. 현장 분위기는 마치 군사훈련소 같았죠. 목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하고, 하루하루 몸은 피로에 쌓여 갔습니다. 입다물고 기술전수를 하지않는 고참들 심부름으로 하루하루 눈치싸움하는게 너무 힘들었거든요. 이 육체 노동을 계속돼야 할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퇴사라는 선택은 없었죠. ‘힘들어도 견디자’ 이런 마음을 먹었어요. 내 첫 번째 사수는 정말 말이 없는 사람이었죠. 질문을 하나 하기도 어려 웠어요. 그런데 일은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었어요. 숫기없는 나였지만 그래도 나름 사수를 위해 간식거리도 챙겨가고, 밥을 먹으러가도 좋은 자리를 선점해 두곤 했지요. 친해지고 싶었어요. 회식 자리에서 일부러 선임들 틈에 있는 내 사수 옆에 앉았죠. 술을 마시면 얼굴이 벌겋게 되기 일쑤인 나! 그날도 한 잔에 벌써 얼굴이 새빨개졌어요. 그때 사수가 말했습니다. “술로 너무 애쓰지 마!” 그러면서 거의 4개월 만에 대화를 하게 되었어요.
사수는 그동안 나를 지켜봤다고 하더군요. 성실하고 일을 두려워 하지 않는 태도가 맘에 들었대요. 진작에 표현 좀 해 주시지. 그때부터 사수는 ‘나만의 선생님’이 됐습니다. 나는 일을 배우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죠. 그러면서 일의 능률도 올라갔고, 결국 직장 생활이 조금씩 재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힘들었던 나날들이 조금씩 여유를 찾아갔어요. 동료들과의 유대감도 생기고, 일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도 생겼죠.
육체 노동이라 이직률이 높은 직장. 신입이 적응을 잘하면 좋겠지만, 하루 이틀 만에 떠나는 경우도 많아요. 이유는 다양하죠. 생각했던 일과 다르다거나, 시급에 비해 일의 강도가 억울하다거나, 혹은 옆 사람의 태도가 너무 거칠다고 느끼거나요. 텃세가 문제인 경우도 많아요. 그런데 이건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 새로운 사람에게 일 가르쳐 주는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말로 상처를 주면서 가르치는지. 빨리 신입에게 일을 가르쳐야 선임도 편할텐데 말입니다. 잘하는 사람이 많은 현장이 일 잘하는 현장이 될 것이고 말이죠.
“텃세는 사전에서 이렇게 나와요. ‘먼저 자리를 잡은 사람이 뒤에 들어오는 사람을 업신여기는 행동’이라고요. 하지만 개뿔! 생산직에서 텃세가 무슨 의미가 있나요? 서로 도와 가면서 일하는 게 정답이죠. 그게 순리예요.”
결국, 제조현장에서 중요한 건 단순히 배우는 것 만이 아니라, ‘서로 도와가며 일하는 것’이 아닐까요? 어렵게 배우는 일도, 어려운 일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젠 저도 말할수 있을 것 같아요.
“사수님, 저도 텃밭에 씨앗 하나 심을게요. 텃세는 그만하고, 함께 잘 자라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