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단이 아닌 중간에서 만납시다.
수도꼭지에 물을 틀어보면
한 번씩 그럴 때가 있다.
너무 뜨거워 밸브를 돌리면
차가운 물에 옅은 비명을 지르는.
몇 번의 수고와 확인을 한 후
미지근하지만 안심이 되는 온도
치우치지 않아야 되는
그 어디쯤.
우리는
서로 너무 냉랭하고
비난은 너무 뜨겁고
마음이 조금씩
동상에 썩어가고
화상에 짓무르는.
우리 고만
여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닌
양단이 아닌
중간 즘 만납시다.
가을은 아침에만 오고
겨울은 멀지만
그저 미지근한 마음이
쏟아져 내렸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