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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환 Oct 23. 2024

늙은 소녀들

바람이 분다

쭉정이들이 가라앉는 계절은 앙상하고 여윈 것들만이 세월을 빗겨낸다.


볼품이 없어도 남아 있는 것들이 진실에 가까운 것

흔들리는 몸을 추스르며 나무들도 서로의 안부를 묻곤 한다


처음 만난 늙은 여자들이 거울처럼 

서로를 비춰주고 있었다.

잠깐의 정적을 나누고 

벤치에 앉아 인사를 나눈다.


궁금하지도 않을 것 같은

서로의 나이를 묻고

어디 사시냐고

 잊었던 먼 고향의 시절을

눈가에 아련한 자신의 아이들을

사랑보다 원망만 남은 이들을 불러내온다


아픈 다리와 관절에 좋은 홍화씨를

시흥동 박원장 님이 용하다는 비밀까지


서로 속에 들어있는 알맹이들이

또로로 굴러 떨어진다.


누구의 

어머니였었고 

아내였던,


그녀들이 가을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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