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이
별들이
그리고
사랑이라 부르던 것들이
사라졌다
믹서기 속 반죽처럼
대지와 하늘과 바다가
뭉그러져 버린,
슬픔도
연민도
애증도
그냥 빚다만
반죽 덩어리가 되는
장마.
길고도 지리한
빗줄기가
몇 날 몇 밤을 지나고
또 더
남은 날들
어떤 슬픔은
반나절 눈물이면
족하기도 하더니만
당신을 씻겨내려
내리는 비를
한 달을 꼬박
맞아야 하는
슬픈 계절
옹이가 지는
복숭아 뼈에
물이끼가 끼고
물러진다
장대비에
푸들푸들
옹그리며
떨고 있는
가로등처럼
혼자서
버텨 내야 하는
시간들
빗물이
슬픔처럼
혈관으로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