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에서
마이크 에코를 끝까지 올렸다.
진실이 번져 나간 목소리는
벽을 타고 벽을 따라,
내가 아닌 나를 닮은 울림으로
방을 채웠다.
나는 예정된 운명처럼
에코백을 메는 남자.
태어날 때 받은 일련번호,
서로를 구분하기엔
너무도 정확하고 쓸쓸한 증표였다.
난각번호 1번,
케이지를 빠져나온 닭처럼
나는 에코백을 메고
밖으로만 떠돈다.
‘환경을 생각한 소비’라는
초록색 딱지는
어느새 프리미엄이 되었다.
돈은 없는데
콩기름은 싫고
올리브유만 먹는다.
코팅 후라이팬은 촌스럽고
나는 316 스테인리스 위에서
생선을 굽는다.
늘러붙는 건
껍질인지 마음인지 모른 채
그렇게 익는다.
크고 반듯한 것들은
비싸고 당당하다.
조금 작고 못생긴 것들,
흠집 난 사과들은
이름표를 바꿔 단다.
유기농이라고.
유기농, 별거 없다.
똥, 오줌 묻은 게 유기농이지.
화장실에서 돌아오면
우린 모두 유기농 남자.
“비닐은 됐어요,
저는 에코백이 있거든요.”
에코, 에코
그 소리를 따라가면
나는 귀여운 소녀가 된다.
에코백을 메고
거리를 걷는다.
버려진 것보다
나눠주는 쓰레기를
조심스레 주워 담는다.
재활용 봉투는
한 번에 다 섞여 실려가고
사람들은, 안 보는 곳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버린다.
쓰레기와 사람,
재질만 다를 뿐.
에코백은 그냥 멘 거고
입고, 버리고
먹고, 버리고
사랑하고, 잊히고
지구는 뜨겁고
사람들은 바짝 익어서
쓰레기보다
조금 더 쓸모없어지고
에코,
에코,
메아리처럼 되감기는 도시,
끝내 돌아오지 않는
에코백의
소녀들만이
조용히 떠도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