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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g fifty

by 승환

8월의 마지막날, 일요일이었다.

알람소리를 듣고 이른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내와 나는 씻는둥 마는 둥 서둘러 집을 나섰다.

날은 더웠고 아직 습했다 어쨌든 달력에 표시해둔 그날은 여름이 끝나는 날이었고 9월부터는 가을 맞아 운동을 해보자는 각오를 다지며 마포구 364체육센타에 등록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당인리 발전소에 문화센타와 구민체육센타를 만들겠다는 공약이 공염불인 마냥 이런저런 이해관계가 얽히고 섥히고 차일피일 미루다 드디어 건물이 올라가고 개관을 앞두고 있었다.

처음에는 절두산성당 옆쪽으로 멋들어진 건물이 들어서서 아 저건물이 문화센타가 아닌가 사람들은 기대를 했는데 그것은 서울화력발전소 사무실동이었다. 왠 사무실동을 그리 멋지게 지어서 사람들이 오해하게 만들더니 그러고도 한참을 깜깜 무소식이었다가 공원이 들어서고 그리고도 한참을 지나서 체육센타가 들어섰다.

홍대앞부터 시작되어진 레드로드니 스카이로드니 바닥에 색깔이 요란하게 칠해진 것을 보아선 지역특성상 공연장이 들어서도 나쁘지 않을것 같았다.

인디밴드니 버스킹의 성지인 홍대를 생각하면 그럴싸해보였는데 땅은 엄청나게 남아도는 것 같은데 단촐하게 한강변 나들목에 붙어서 건물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역시나 세상일이 욕심대로 되는 일은 없었다.

도서관이나 콘서트홀, 수영장이 생기면 좋겠단 바램이 있었지만 그래도 체육센타가 어디냐며 집 앞에 생긴 것에 기뻐했었다.

시범운영으로 8월부터 오픈을 했지만 홍보를 안한건지 사람들이 몰랐던 것인지 우리만 몰랐던 것인지 어쨋든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는 소문을 듣고 한시간 일찍 등록을 하려 나왔다.

6시를 조금 넘어서 도착한 체육센타앞은 어마무시한 인파로 북적북적했다. 아니 7시부터 접수를 현장에서만 받는다 해서 그래도 늦지는 않겠지 했던 생각은 착각이었다.

구불구불 대기줄이 꺽이고 꺽이고 또 꺽이고 돌고 돌아서 끝이 보이지 않는다.

공짜를 좋아하는 나의 캐릭은 알고 보면 지역내에 전승해서 내려오는 관습과 고유의 풍토병과도 같았는지 모르겠다.

대부분은 나이가 지긋해보인다. 혹가다 젊은 부부가 보이다가 줄줄이 대다수 사람들은 60대가 넘어 보인다. 칠십대인것 같기도 하고 영피프티인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대기표 500번이 넘는 숫자가 적힌 종이쪼가리를 들고 하염없이 줄을 서있다 보니 괜시리 짜증이 밀려온다. 프로그램이란게 대부분 중년이상의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전부 낮시간이었다.

나는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말이 목구멍을 넘어 입 속에서 빙빙돌다가 옆지기의 진지한 얼굴을 보고 차마 꺼내지 못했다.

이른 아침에 온 것 자체가 노친네들이 아침 잠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궁시렁 거리니 옆지기가 눈짓으로 입 좀 다물라고 핀잔을 준다.

남자들은 대부분 부시시하고 행색이 초췌하기 그지없는데 대다수 여성들, 누님뻘 부터 고모뻘 될 것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은 곱게 단장을 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젊은 사람들이 간간이 있어도 역시 부시시하다.

한국의 여성들은 나이를 먹어도 마음이 늙지 않고 열정이 사그러들지 않는다. 오히여 나이를 먹을 수록 자신에대한 애정과 가족에게 뺏긴 젊은 시절을 보상받으려는 것일지 더 점점 젊어진다. 스스로 가꾸고 챙기고 하는 것을 손놓지 않고 있다.


아무리 봐도 내가 제일 젊은 것 같다고 영피프티를 강조하는 나에게 아내가 손을 가르킨다.

손끝으로 시선을 따라가자 유리문에 비친 배나온 영감같은 사람이 보인다. 머리는 허옇고 부시시한데 피부색은 구리빛으로 빛은 나는데 흑인인가? 피부톤이 꾀제제하다. 유난히 큰 머리통과 늘어진 심술맞은 입자욱이 보인다.

나는 잘 모르는 사람의 모습이다. 난 아니고 누굴지 모르는 그 남자의 시선을 피했다.

잔인한 옆지기는 뼈때리는 말 한마디를 조용히 건넨다.

도대체 어딜 봐서 영피프티인지 정신 좀 챙기라는 말과 함께 거울 좀 보고 살라신다.


그렇다 남자들은 대부분 메타인지가 안된다.

군대를 다녀와서 복학을 하면 신입생들이나 군대가기전의 모습으로 자신을 인식하고 누군가 아저씨로 부르면 용납할 수 없었다. 30대에도 자기는 20대 같다고 생각했고 40대 50대가 되어도 머리숱이 많아서 벗겨진 친구들과 비교하면 자신이 동안이라고 착각했다.

아이들이 없으니 비교대상이 없었고 주변에 늙어가는 친구들과 지인들을 보면서도 안타갑게 동정을 하기도 하고 조금 안도하고 우쭐해지기도 했다. 사실 그게 자신의 모습이라고 생각을 못했다.


고령화시대라는 말은 귀가 딱지가 앉도록 들었지만 이렇게 현실세계에 맞부딛히고도 모른다.

내가 그 초입에 들어가는 일원 중 하나였다는 것을.

세월이 지나가는 것이 우울하기도 하지만 저렇게 많은 인생선배들이 열심히 챙겨가며 운동하고 열정이 넘친는 것을 보면 기운이 나기도 한다.

군대있을때 말년에 내무반의 병장이 11명이었었다. 지금은 그런 시절이 아닌가 싶다

실상 머리수가 많은게 혜택이 덜가기보다는 선거에 한표 덕에 대우를 받기도 하는 것 같다.

사회전체로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혼자서 늙어가는 것보다는 여럿이 같은 세대가 늙어가는 것은 축북일지도 모른다. (젊은세대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꼬인 군번같은 이등병이 나중에는 일찍 고참이 되기도 하니 세상만사 모르는법)

영포티나 영피프티가 좀 주착맞고 재수없긴해도 정신건강에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있으면 영식스티나 세븐티가 될지도 모르겠다.

얼마 안남았다는 생각, 빨리 노후준비를 더 신경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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