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어제 오전에 있었던 이야기이다.
아침 8시에 일어나려 했으나, 눈 뜨니 10시였다.
고민했다. 등산을 갈가 말까. 풀 냄새와 햇빛을 느낄까 말까. 폭염이라던데.
폭염이지만 갔다. 더워보았자 얼마나 덥겠어.
허나 기후위기 기후재난이 닥친 한반도의 폭염은 강력했다.
불과 200m 높이의 동네 뒷산이었지만, 평소에 느꼈던 힘듦보다도 5배는 힘들었다.
그냥 집에 있을껄 그랬나, 좀 빨리 일어날 껄 그랬나, 후회했다.
하지만 그냥 올랐다. 중간중간에 열심히 쉬며 올랐다.
오르막길은 굉장히 숨이 찼다. 이것은 기후재난의 업보를 받는 기분이었다.
고난의 행군을 뚫고 뚫었다. 곁에 지나가는 중년 노년 어른들을 보며 질 수 없었다.
정산에 다다른 순간, 무척 상쾌했다.
건너편 보이는 북한산은 폭염 탓인지 굉장히 예뻤다. 절경이었다. 푸르른 나무, 숲.
역시 인생은 high risk high return 이다. 비록 high return이 북한산의 절경이어서 다행이었다. 온열질환자가 될 뻔해서 나중엔 시도하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나무 사이사이에 그늘진 곳에 있으면 흡사 가을인 것 같이 서늘했다.
결국 기후재난은 온실가스 뿐만 아니라 자연을 파괴한 인간의 업보같기도 했다.
나무도 없는 곳에서 새만금 참가자들이 얼마나 힘들지 와닿는 순간이었다.
오솔길로 하산하는 도중 거미줄이 내 머리에 팍 닿았다.
거미줄 10개는 부쉈다.
거미의 눈에 볼 때 진격의 거인이 자기 집 부수는 느낌인 걸까...
하산을 하고 도로가 나와서 기뻤다.
기후재난에 대해 생각하다가 인간의 문명을 마주쳐서 기쁜 내 모습을 바라보며 모순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어쨌든 좀비처럼 집을 향해 걸었다.
GS25가 나타나길 간절히 빌었다. 제로콜라 1+1을 사리...
걸어도 걸어도 GS25는 커녕 CU도 이마트24도 보이지 않았다.
온열질환자로 실려가게 되나 고민이 될 무렵... 저 멀리서 메가커피가 보였다.
좀비처럼 열심히 메가커피를 향해 달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살까 하다가 메가리카노를 샀다.
쭉 들이키니 좀비에서 인간으로 변했다. 정상적 사고가 가능해졌다.
내 몸은 폭염 속 땀 범벅이었고, 선크림 때문에 옷에 하얀 부분도 많았다.
누가 보면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나온 사람 같았다.
기후는 어떻게 될까...
등산하며 기후재난을 고찰하고, 나 자신의 모순성을 느꼈던 토요일 오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