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 산행은 그래도 이른 아침에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를 만나기를 기대하는 것보다 인파의 홍수 속에 쓸려 다니기 일수이다. 서울에는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그리고 청계산, 수락산이 있고 대전에는 계룡산, 계족산이 있고 대구에는 팔공산, 광주에는 무등산, 전주에는 모악산, 부산에는 금정산이 있다.
주말이면 너도나도 등산객이 되어 등산로 입구에 산행객이 되어 본다.
오늘은 서울 근교 산행이다. 오랜만에 그래도 사람이 덜 찾는 곳을 모색하여 백운대까지 가보려 한다. 오후에는 비가 예보되어 있어 좀 더 이른 시간에 산을 향해 간다.
구파발역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기다리는 산객들이 버스가 오면 하나둘 병아리가 먹이를 먹으려고 모이듯이 모인다.
산성입구가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기에 서울시에서도 셔틀버스를 허용하였다. 우리는 그보다 좀 더 가야 하기에 또 다른 버스를 기다린다. 오늘도 친구는 나와 함께 동행한다. 10년을 넘게 같이 산행을 하여 이제는 어디서 만나자 하면 그곳에 있고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친구가 부르는지 안다.
경기도 버스와 서울버스가 동시에 운행하는 구간이어서 경기도 버스를 선호한다. 차를 기다리는 사람보다 탄 사람 위주로 달리기 때문이다. 오늘은 서울버스가 먼저 와서 탄다. 모든 정거장의 기다리는 사람을 위하여 섰다 긴다. 마음이 급하지 않고 이른 아침이라 타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고 이제 경기도 고양시 효자동을 지난다. 이 효자동은 서울 종로의 효자동가 유래가 유사하다. 숨은벽을 가려면 효자비에서 내리기도 하고 사가막골 입구에서 내리기도 한다. 처음부터 어렵지 않게 넓은 등산로를 생각해서 사가막골에서 내린다.
버스정류장 인근에 지난밤 내린 비를 머금고 피어있다.
2년 전 가을 이곳을 오를 때 붉게 물드었던 등산로는 이제 나무터널이 되어 여름을 여름답게 설명하고 있다. 넓은 진입로를 따라 이른 아침 음식물 수거 차량이 우리의 앞길은 막는다. 음식점들이 즐비한 이곳에 집집마다 수거차량이 지나치면 계곡은 오염이 될 것이다.
이제 북한산 둘레길이다. 그렇지만 10m를 가서 숨은벽 능선을 간다. 같은 버스를 타고 와서 효자비에서 내렸던 산객들이 숨은벽 등산로에 들어선다. 이른 아침 젊음을 발산하면서 오르고 있다. 우리는 지구력으로 오른다, 거북이 전법이다, 쉬지 않고 꾸준히 오른다. 등산로 이정표가 1, 2 이렇게 지나고 오르막은 가파르기 시작한다. 앞서간 산객을 제외하고 등산객은 없다. 호기롭게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운다. 우리가 이른 아침에 산을 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리 때문에 피해를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두런두런 이야기한다. 시답지 않은 이야기이고 할리우드 영화처럼 볼 때에만 재미있으면 된다.
해골바위를 앞에 두고 이제 막다른 가파름이다. 예전에는 바위 사이에 있는 틈을 이용하여 올랐는데 요즈음은 우회를 하도록 안내되어있다. 그래도 이 길을 오르는 사람이 있고 그 길이 어쩌면 쾌감이 있다. 초보자라면 가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비가 온 다음날 바위는 미끄럽다.
해골바위를 가기 전 그래도 전망을 볼 수 있어 너른 바위에 앉아 새해 일출을 본 노고산과 이웃한 능선을 담아본다. 백운대 가는 능선이지만 원효봉을 오르고 염초봉을 오를 수 없어 북문에서 계곡으로 내려갔다가 백운대를 향하여 계곡길을 올라야 한다.
해골바위를 가는 길은 안전을 위하여 이곳저곳 차단되어 있다. 오늘도 안전이 최우선이다. 해골바위 옆의 능선을 끼고 걷는데 안전을 위한 지주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잡기도 하고 오래되어서 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보수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그 기능을 완전히 상실할 경우 누군가가 책임을 물으려고 덤벼들 것이다.
난간이 파손된 지역을 지나 이제는 숨은벽을 가는 능선 그리고 암릉 위에 올라선다. 암릉 끝으로 가 해골바위를 본다. 비가 고여있다.
원효대사가 해골바가지의 물을 먹고 해탈했다고 하는데 해골바위에 물이 있다
이곳에서 좌우를 보고 숨은벽을 본다. 가까이를보고 먼 곳을 본다. 가까운 곳에는 숨은벽 먼 곳은 도봉산이 있다. 오봉능선이 있고 바로 아래는 우이령 고개다. 우이령 고개를 넘나들었으나 1968년 사건 이후 폐쇄되었다가 10년 전에 개방되어 일반인들이 접근이 가능하지만 아직은 예약을 하여서 자연을 보호하고 있다.
아슬아슬하게 걷는 것도 쾌감을 유발한다. 사실 그렇게 낭떠러지도 아니지만 그리고 난간도 있는데 무서워진다. 오늘의 날씨를 보고 왔으면서 그래도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오늘 비가 온다고 예보가 있는데 너 우산 있니"
"있어, 그런데 이렇게 좋은데 비가 온다고"
"2시 이후로 비예보가 있어"
햇빛은 쨍쨍인데 비가 온다고 의심을 하지 않는다.
기상청을 믿어야 될 것인지 의심하면서 오른쪽은 낭떠러지가 있는 바위 위를 걷는다. 하지만 최대한 왼쪽이다.
다시 숨은 벽을 본다,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에 숨어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9년 동안 자연휴식년제로 지정되어 있다가 2006년 1월 해제된 후 인기 있는 산행코스가 되었고
가을이면 화깅암 암릉과 단풍이 어우러져설악산을 안 가도 된다고 하였다. 숨은벽 능선의 송곳처럼 뾰족한 정상부가 숨은벽 암릉이다. 능선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숨어 있기 때문에 숨은벽이라 한다고 한다.
이제 숨은벽 정상을 바로 앞에 두고 일반인들은 더 이상 갈 수 없기에 밤골계곡으로 들어가기 위하여 능선에서 계곡으로 내려간다. 난간을 잡고 내려간다. 5분 정도 내려가는 코스에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호소할 정도로 계단식으로 한칸한칸 난간을 잡고 내려간다.
어제 내린 비로 밤골 계곡에 물이 흐른다.
이곳에서 물을 본 것이 처음이다. 하루만 지나면 저 물들이 다시 바위 밑으로 흘러 건천이 될 것이다. 숨은벽 능선을 넘어온 사람들이 흐르는 땀을 씻어 낸다. 다시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에 난 곳까지 30분을 가파르게 오르는 길에 대비하여 휴식을 취하면서 바위 밑에서 솟아나는 샘물을 마실뿐이다.샘을 계속 사용하여야 샘물이 계속 솟는다. 사용하지 않으면 막히고 없어지게 된다. 지식이라는 샘도 계속 사용하지 않으면 그 지식의 틀 안에 갇히고 어느 순간이 오면 그 지식도 유물이 되고 만다.
가파른 길을 30분 오른다. 등산의 즐거움은 높은 산에서 멀리 볼 수 있다는 것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풀어주고 가쁜 숨을 들이키면서 복식 호습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조심해야 한다. 안전에 유의하여야 한다. 한순간에 그 즐거움을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너덜지대가 있고 바위를 잘 정리하여 등산로가 이루어져 있다.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에 비집고 나가면 새로운 세계가 등장하는 것이다. 밤골계곡으로 올라오는 것 자체가 깎아지른 절벽 사이에 난 길을 가파르게 오른다고 보면 될 것이다. 조금 전까지 비호처럼 숨은벽을 우리를 앞지른 사람도 힘겹게 오른다.
백운대를 돌아 산성입구, 우이동 등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을 만나는 백운대 올라가는 길에 도착하니 이제까지 10명 정도 보면서 등산을 하였는데 이제는 아니다 등산을 가득 메우고 백운대 오르기 전 교통체증 구간에 체증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너도나도 백운대를 오르면서 감탄을 한다.
근교에 이렇게 좋은 산이 있다는 것이 어디야
1년에 몇 번은 백운대를 가는데 친구는 이번이 금년 처음이라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새해의 기운을 노고산에서 백운대 인수봉 사이에 뜨는 일출로 만끽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상에 온 것은 금년 들어 처음이다.
정상에 서서 인증샷을 남기려고 길게 줄을 서있다. 기회의 공정이다.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졌을 때 정의가 실현되었다고 한다.
이른 새벽부터 오른 백운대를 이제 내려가야 된다. 상행가 하행을 잘 정리하고 내려가는 방향이 어디라고 결론이 없는 상태에서 내려간다. 집으로 갈 때에는 그래도 먼 거리보다는 가까운 곳으로 하산하려고 한다. 북한산성을 따라가다가 시간이 허락하는 곳으로 하산을 할 것이다. 만경대도 그렇고 노적봉은 오른 적이 없고 그냥 스칠 것이다.
백운대를 내려오면서 새바위가 될지 오리바위가 될지 모를 바위에 담력 테스트하는 모습을 쳐다본다. 저 머리 모양에 앉아서 사진을 찍는 사람을 쳐다본다.
백운대를 내려와 만경대를 우회하면서 하늘이 흐려지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백운대 위에서 화창한 날씨가 흐려지고 있다. 일기예보 등을 종합하면 2시까지는 산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용암문을 지나고 대동문 근처까지 산성을 계속 따라가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진다.
비는 싫다. 하산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비가 오는데도 꾸준히 올라온다. 산에서 비가 무서운 줄도 모른다.
다섯 시간을 걸어서 숨은벽을 넘어서 백운대를 오르고 대동문에서 하산하여 산성입구에 도착하였다. 아침에 산을 갈 때 비올 것을 예상하고 우산을 배낭에 넣고 간 것이 오늘의 산행의 지혜였다. 이제 여름이다. 우산과 우의를 배낭에 넣고 산행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