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준의《읽는 기쁨》(몽스북, 2024)
얼핏 보면 한량처럼 보이지만 말쑥한 차림과 포근한 언변에서 특유의 위트와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작가다. 지난해 보령으로 이사 온 이웃이기도 하다. 편성준 작가와는 조선일보 〈아무튼 주말〉편에서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글쓰기에 관한 책을 먼저 읽고 두 번째 읽은 책이다. 그는 나에게 읽는 기쁨과 함께 보는 기쁨 듣는 기쁨까지 주었다. 9월 10일부터 12월 10일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보령도서관에서 개최된 필사 강의를 통해서다.
MBC에드컴 등 광고 회사에서 20년 넘게 카피라이터로 근무한 그의 경력이 글 곳곳에서 식빵 속의 밤처럼 달달함을 준다. 광고 카피보다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어 퇴사 후《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등의 책을 출간하고 전업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국민일보에 〈글쓰기로 먹고살기〉〈진지하게 웃기는 인생〉조선일보에〈아무튼 주말〉등을 연재했었거나 연재 중이다. 전국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글쓰기 강연도 활발하다.
이 책은 놀듯이 책 읽는, 책 덕후 작가 편성준이 고른 51권의 '버릴 수 없는 책들'을 소개한다. 목차를 훑어봐도 읽었던 책 제목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나마 최근에 사놓은 2권의 책이 있어 위안을 삼으며 읽어 나갔다. 읽는 내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는 작가가 얼마나 책을 읽으면서 기쁨을 느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책은 내면을 보는 기쁨과 쓰는 기쁨까지 덤으로 알려주었다. 읽고 보고 쓰는 세 가지 기쁨을 말이다.
첫 번째 알려준 기쁨은 이 책의 제목처럼 읽는 기쁨이다. 17개의 카테고리마다 그가 책을 읽고 받은 느낌을 카피처럼 문을 열어주고 그 속에서 3권의 책을 소개한다. 조곤조곤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도 한 번쯤은 그 책을 잡아 본 '기시감'마저 들게 한다. 어떤 책 소개는 이제 막 독서를 시작한 내가 따라잡기 버거운 '딴 나라 이야기'같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읽을수록 작가가 걸어온 독서 넓이와 깊이에 감탄이 절로 난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도 갖게 했다. 최보기 북칼럼니스트의 말처럼 '안 읽은 손해는 있어도 읽어 손해 없는 것이 책'이라는 것에 책과 가까이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갖게 했다.
두 번째는 작가의 내면을 보는 기쁨이다. 편 작가는 《다정소감》(안온북스, 2021)을 소개하며 저자 김혼비를 이렇게 소개한다. 김혼비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마침 거기에 맞는 소재를 만나면 얼마나 인상적인 글을 쓸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작가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무것도 아닌 일로도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는데 작고 하찮은 것에서도 늘 새로운 깨달음을 건져 올리는 김혼비야말로 거기에 딱 맞는 작가라고 말이다.
실제 편 작가도 그렇다. 인스타그램과 브런치 그리고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똑같은 이야기를 듣고서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솜씨가 '좋아요'를 누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작가는 소설이면 소설, 수필이면 수필, 시면 시마다 그 작품 속에서 작가가 어떤 표현을 하고자 하는지를 헤아려 준다. 독서 걸음마 수준인 나에게는 허투루 읽을 틈을 주지 않았다. 덕분에 사고 싶은 책만 교보문고 장바구니에 가득 찼다.
세 번째는 가장 중요한 쓰는 기쁨도 알려주었다. 작가는 여덟 번째 카테고리인 〈우리는 왜 남의 삶이 부러울까〉를 열면서 "저녁에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거기에 불쌍한 사람이 많이 나와서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삶이 유난히 초라하게 느껴질 때 나는 이 소설을 읽고 힘을 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희령의 《구름해석전문가》(교유서가, 2023) 소설 속의 장면을 그려주면서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그 이야기가 거짓말인 걸 알면서도 거기에 자신의 인생을 비춰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어떤 장르의 글을 쓰더라도 정해진 주제에 맞는 글을 쓰려면 그에 맞는 다양한 글감과 디테일한 묘사가 필요하다. 드라마나 소설의 흡인력은 거기에서 나온다. 나는 드라마를 보거나 소설을 읽을 때 가끔 무릎은 탁 치거나 박장대소를 할 때가 있다. 드라마에서는 연기자가 미세한 감각적인 표현을 할 때고 소설은 세세한 묘사 장면을 읽을 때다.
편성준 작가의 독서노트이자 독후 에세이 같은 쉰한 꼭지를 읽으면서 좀 짧은 듯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에필로그를 보니 편집자도 같은 생각이었단다. 늘릴 것을 넌지시 권했음에도 그는 거절했다. 이 책은 평론이나 리뷰가 아니라 읽어서 좋았던 책들을 소개하는 것이라서. 수긍이 간다. 가식이 없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그의 성격대로다. 이 책 속의 책들이 편성준 작가의 책꽂이에서 내 책꽂이로 언제 올진 모르지만 독서를 하면서 읽는 기쁨과 작가의 내면을 보는 기쁨 그리고 쓰는 기쁨까지 삼락을 알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그리고 이웃이라서 더 고맙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