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난히 공기가 덜 차갑게 느껴졌다.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한 여자아이가 걸음을 멈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멈춤에는 왠지 모르게 당혹감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아이는 자기 몸만 한 씽씽카를 두 팔로 안고 있었다.
어른에겐 가벼운 무게일지 몰라도, 아이에게는 에스컬레이터를 오르기엔 큰 벽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아이의 망설임을 본 나는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어 씽씽카를 대신 들어주었다.
한 손으로도 충분히 들 수 있을 만큼 가벼운 무게였지만,
아이와 오빠는 마치 큰 도움이라도 받은 듯 긴장하듯 뒤를 돌아보며 따라 올라왔다.
그리고 도착한 순간.
두 남매는 거의 90도로 몸을 숙이며 “감사합니다”라고 또렷하게 인사했다.
세상에서 가장 정성스러운 인사처럼 느껴져, 순간적으로 마음이 따뜻해졌다.
도와준 건 잠깐이었고 대단한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진심 어린 인사는 오래 남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작은 장면 하나가 이렇게 마음을 건드릴 때가 있다.
사람 때문에 지치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 때문에 다시 힘을 얻는다.
오늘은 날씨 때문이 아니라,
그 아이들 덕분에 더 따뜻한 하루였다.
찰나의 친절이 마음의 온도를 바꾸고, 바뀐 온도는 하루를 부드럽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