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친구가 맨 처음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에 대한 첫 마디었다. 분명 고등학교 경제 시간에 수요, 공급 법칙에 의해서 수요가 많으면 수요 견인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공급이 올라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복지직군 직업은 예외였다.
청소년지도사, 사회복지사를 꿈꾸고 대학에 첫 발을 내디딘 학생치고 4년 내내 공부만 하는 학생을 본 적은 없다. 빠르면 1학년 늦어도 2학년쯤에는 집 앞의 생활권 청소년 시설이나 복지관에서 실습, 인턴, 봉사활동 등 다양한 모습으로 소속하게 되어 일을 하게 되고 제1의 소비자(청소년 또는 복지대상자)를 만나게 된다. 학교에서 이론을 배우는 것 이상으로 현장에서 흐름을 보고 배울 기회가 많은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코로나로 인하여 아이들을 만날 시간이 부족할 때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중 가장 안타까운 건 이제 그 직업을 하려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이 직업은 돈이 아닌 보람으로 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해준다는 것이다.
왜 우리는 돈을 좇으면 안 되는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공공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가 돈을 좇으면 공공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나 청소년지도사가 만나는 대상들은 자신의 경제적인 능력을 활용하기 어려운 사람들(복지대상자 또는 청소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우리가 전하는 서비스는 비용 지불 능력에 따라서 달라지지 않는다. 비요지불능력 면에서만큼은 비 경쟁성을 띤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전하는 서비스는 값어치가 낮게 측정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건 대상자를 기준으로 이야기하였을 때다. 그 직군에서 일하는 복지 업계 사람들도 돈이 필요하다.
사회복지사가 사는 세상은 공산주의가 아닌 자본주의 세상이다. 우리가 사회복지 서비스를 실현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우리에게만 공산주의가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복지를 실현하는 우리들에게 돈은 중요하다. 같이 자본이 짱인 세상에 살아가면서 우리에게만 돈을 좇지 말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돈을 좇으라는 이야기인가?
'돈'과 함께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는 직군이 되었으면 한다. 정확히는 세상에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를 많이 선보임으로써 우리의 몸값을 많이 올렸으면 좋겠다.
얼마 전에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어서 병원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그때 놀랐었던 것은 5060 환자들이 환자복을 입고 수납실에서 번호표를 뽑고 앉아있었다는 사실이었다.
10년 전에는 보호자로 수납실에서 병원에 수납하고 보험서류를 챙기시던 분들이 아직도 환자복을 입고 스스로 그 일을 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조용히 옆에 다가가서 이야기를 해보니 "우리 아들 딸은 바빠서." "걔가 하는 것보다 내가 하는 게 빠르다."등의 답변들을 해주셨다. 처음에는 자식들을 감싸기 위한 부모님의 마음이려니 생각했지만 그분들의 말씀이 맞았다.
현 사회의 시간 텀이 10년 전보다 더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스마트폰이 있음으로써 공간제약 없이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어디서든 일을 하게 되었다. 당연히 일의 양은 많아졌고, 사무실 밖에서도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파다하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자식들의 바쁜 시간 내서 병원일을 하는 것보다는 본인들이 하시는 것이 속 편한 것이다.
이런 사회적 서비스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새로운 직업군이 '의료사회복지사'이다. 환자와 병원 사이에 사회복지사가 포지션하고 있음으로써 환자의 어려움은 줄이고, 병원에는 마케팅을 해준다. '환자가 걱정 안 해도 되는 병원'이미지가 바로 그것이다.
이전에는 없던 부가서비스를 사회에 제공하게 되는 것이 이 직업의 특징이다.
실제로 현재 '의료사회복지사'를 준비하는 2030 세대들이 많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급여가 일반 사회복지사보다 많이 받는 것을 꼽으면서 좋다고 이야기하였다. 이전에 없던 부가가치를 제공하니까 당연히 급여가 좋을 수 밖에 없다.
의료사회복지사를 시작으로 사회복지사나 청소년 지도사도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며, 사회에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케이스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지계열은 전부다 공공의 소속이니 안전하지 않은가?
아니다. 국립기관이나 시립 기관에 소속되어 있다면 모르겠지만 사립에 몸담고 있으면 고용형태가 안전하지 못한 것은 매 한 가지이다.
청소년지도사로 사립 청소년수련원에 몸담고 있다면 매해 인명사고가 닥쳤다는 소식만으로도 고용안전성이 심히 흔들린다. 실제로 2014년 초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중 mt장 붕괴, 2014년 세월호 사태, 2016 메르스 사태, 2020년 코로나 사태 등 2~4년 주기로 학생들이 수련원을 방문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면 사설 기관에서는 자연스럽게 지도사들의 인건비를 줄이려고 한다. 그리고 그 돈으로 아이들이 안 오는 수련원 보수공사를 들어간다.
청소년지도사,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많으니까 채용의 폭도 넓지만, 수련시설이 잘되어 있을 수록 영업을 하기 좋기 때문이다.
공공조직에 몸을 담고 있다고 해서 편한 것도 아니다. 대선 때마다 정책이 바뀌면 복지 업종의 일도 바뀌게 된다. 그럴 때면 내가 꿈꾸었던 복지사의 모습은 안 보이고 방황하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결국에는 공공조직에 몸을 담고 있어도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향을 찾아서 떠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쪽으로 안 가면 고졸과 다름없는데요 ㅜㅜ
세상에 그러지 않은 학과가 얼마나 있을까? 교육학과, 복지계열학과, 인문계열, 자연과학계열 등등 전문성이 높은 학과일수록 다른 업종으로 이직할 때 학교에서 공부한 내용을 인정받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재능과 성향에 맞춰서 진로를 재설정하고, 해당분야에 성공경험을 쌓아서 취업에 성공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
중요한 건 내가 '어느 전공을 하였는다'가 중요한 것이 아닌 '어떤 부가서비스를 창출하여 성장하고 싶다.'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