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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하 Aug 24. 2018

다녀오겠습니다 [2018버닝맨편] #1 듀토리얼

코리안 백수 청년의 무모한 버닝맨 탐방기

더운 것도 싫고,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너무 막막해서 며칠 전까지만 해도 티켓을 팔아버리자 하는 생각이 틈만 나면 들곤 했는데 이제와서 무르기엔 너무 늦었다. 그래서 그냥 가게 됐다. 실질적인 준비과정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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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티케팅이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있다. 8만장이나 파는데 왜?라고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전 세계인이 모이는 축제이니만큼 그 8만장이 1초만에 동이 난다고 보면 된다. 난 캐나다에서 티케팅을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12시 되자마자 딱 눌렀더니 10분 기다리라고 해서 10분 기다리니깐 안내 페이지로 보내주더라...


지독한 티켓경쟁을 피하기 위해 얼리버드 티켓을 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기본티켓값 420불의 네 배 정도 했던 것 같다. (세계에서 유명한 셀럽들도 자주 찾는다고 하니 아마 그 사람들을 위한 티켓인듯...) 무튼 3월의 정규 세일을 놓치더라도 그 이후에 진행되는 타 세일이라던지 티켓 구할 방법들은 많다.



교통


렌트를 하거나 버닝맨 공식 버스를 타는 것이 국룰. 근처 마을에서 히치하이킹을 하거나 라이드셰어를 구할 수도 있다. 렌트비용은 무지막지하기 때문에 보통 여럿이서 함께 가거나, 커뮤니티에서 함께 갈 사람들을 찾는다. 나는 또한번 운이 좋게도 (아니 나쁘게도) RV캠핑카를 빌린 호주아저씨와 함께 가기로 했다. (함께 가지는 않았다...) 10일 빌리는데 3천불 정도가 들었다면서 나는 500불 정도를 부담하기로 강요받았다. 근데 텐트값 교통비 등등 하면 얼추 500불은 되니 그거나 그거나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그러자 했다.



생존


이놈의 사막에는 참가자들이 지켜야할 10계명이 존재하는데, 그중 가장 무시무시한 게 바로 흔적 남기지 않기 이다. 내가 오기전과 똑같이 유지시키다가 사라져야한다. 참고로 도시 안에 샤워장, 세면시설, 조리시설, 세척시설 따위는 없다. 그나마 공용 화장실도 근래 들어 생긴 듯 보인다. 샤워를 하기 위해서는 진짜 한국인은 상상도 못할 노력들이 필요하다. 스펀지를 바닥에 깔고 물을 뿌려가면서 몸을 닦아내는 정도가 최선이라고나 할까... 그러니 RV가 있으면 무지 편하다. 차안에 침대도 있으니 그냥 천국이다. 없으면 캠프를 구하면 된다. 각각 개성이 다른 수백 수천개의 캠프가 도시안에 있는데 그중 하나는 자기 성향에 맞는 캠프가 있지 않을까.


자기소개서를 써서 캠프에 제출하는 귀찮음 정도는 감수해야하지만, 그래도 화장실과 샤워장, 물과 휴식공간, 친구와 폰충전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나는 RV가 있었지만 잠은 RV에서 자더라도 하루종일 RV에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캠프에서 친구도 만나서 대화하고 하면 좋으니깐 캠프를 미리 구해놨다. 버닝맨 일주일도 안남겨놓은 상황, 샌프란으로 픽업와서 같이 가기러 한 호주 아저씨가 일요일 오전까지 리노로 오라며 말도 안되는 갑질을 시작하면서 사실 캠프는 내 신의 한수가 되어버렸다.

(11시에 공항 도착해서 12시 막차를 타야만 일요일 오전까지 리노를 갈 수 있었기 때문에 정말 말도안되는 요구사항이었다. 만약 그렇게 혼자 간다고해도 전화도 데이터도 안되는 광활한 사막에서 그 아저씨를 찾는 것조차 불가능 한 일. 결론적으로 내 항공편은 또 딜레이되었고 어짜피 같이 못갔을 거 진즉에 안간다고 하고 큰소리 치길 잘했다.)


그 아저씨 이름을 커뮤니티에 올려서 공개처형 해버리고 싶었지만 사실 그전부터 그 아저씨한테 너무 의존해야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안하기도 해서 그렇게 버닝맨 불과 4일전 날 뒤늦게 모든 계획을 싹 갈아엎었다. (이때 컴퓨터 앞에만 40시간 가까지 앉아있었다고 한다...)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니 사람들이 진짜 자기 일처럼 나서서 많이들 도움을 주셨다. 나눔, 도움 그런 상생의 가치들을 중요시 하는게 피부로 느껴졌다. 하지만 다들 하나같이 self-reliance 역시 강조했는데 그건 10계명 중 또다른 무시무시한 룰으로, 다른 말로는  한몸 어디다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간수하라 룰이다.


그래서 닥치고 아마존 프라임으로 텐트와 슬리핑 백을 주문하고 뒤늦게 공식 버스를 예매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어디 텐트에 부대껴서 잘곳 없나 열심히 커뮤니티를 뒤적거렸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self-reliance와 helpfulness는 살짝 모순 아닌가?) 버스는 보통 시작 몇 주 전부터 매진되는데 3일 전인 그때도 운좋게 몇자리가 남아있었다. 확실히 남들 도움 받는 거 보단 내 힘으로 떳떳하게 가려니깐 힘들긴 해도 마음은 진짜 훨씬 가볍다. 아, 짐은 존나 무겁다.



기타


반경 1.5km의 원모양의 도시에서 40도의 땡볕에 자전거 없이 다니기는 힘들다고 보면 된다. 다행히 나는 캠프에 200불을 내고 미리 일주일간 자전거를 빌렸다. 1주일 후에는 캠프에 기부할 예정이다. 원래 캠프 참가비 300불인데 첫버닝맨+학생이라고 안내도 된다고 하셔서 뭐 갖다 줄 수 있는 건 모조리 기부하고 돌아올 예정. 저 거대한 도시에서 데이터도 와이파이도 안터지는데 어떻게 길을 찾나 싶지만 버닝맨 동상을 축으로 시계모양으로 지도를 만들어놔서 길을 찾긴 쉽다. 기똥찬 기획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그리고 저 버닝맨 동상은 매년 테마에 맞춰 다르게 제작되는데 토요일에 불타서 사라진다. 말그대로 "버닝 맨". 그때가 축제의 하이라이트 되시겠다. 참고로 '인류가 만들어 낸 모든 것들은 언제든 재가 되어 사라질 수 있다'는 장엄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준비물


딱히 기억 나는 것 중에는 매드맥스 영화에서 봤을법한 마스크, 고글, 헤드랜턴, 털모자 등등. 아마존 가보면 알겠지만 디자인이 그게 제일 싸다. 햇볓을 피하거나 밤의 추위와 어둠을 견디기 위한 용도의 모든 것들을 준비해야한다. 가서 샤워는 사실 안하는 게 마음 제일 편하니깐 베이비휩, 손세정제, 드라이샴푸, 클렌징티슈, 리스테린 등등, 더러움을 가릴만한 것들도 한가득 산다. 그리고 가서 먹을 음식으로는 뉴욕 갔을때 한인마트 들려서 컵밥, 컵라면, 햇반을 10만원치 샀다. 한국에서 샀으면 2만원도 안했을 것 같은데... 지옥같은 뉴욕물가에 눈물을 머금고 카드를 긁었다. (샌드위치 같은 건 일주일동안 보관도 안될 뿐더러 질려서 절대 못먹는다. 한국의 가공식품이 짱짱맨...) 아무리 캠프에 어느정도의 요리시설이 갖추어져 있다고 해도 그래봤자 가스버너가 전부다. 그러니 가서 뭐 파스타 해먹고 그러는 건 진짜 민폐 중의 민폐겠지?


그리고 밤새 알아본 뒤 대망의 샤오미 액션캠을 질렀다. LA에서 목숨같은 카메라를 잃어버리고도 지금껏 잘 살아왔지만 카메라 없이 버닝맨 가는 건 좀 아니다 싶어서 짐벌까지 200달러 주고 샀는데 고프로 히어로5랑 거의 맞먹는다. 4K도 지원되고... 대륙의 실수답다. 중고 패딩이랑 중고 타이즈도 샀다. 사막이라 밤에는 심하면 영하까지도 기온이 내려간다고 한다. 가보면 으리으리한 털옷들을 입고다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극강의 추위속에서도 패딩은 진짜 나 혼자였다), 나는 그냥 이베이에서 제일 싸고 실용적인 패딩으로다가 샀다.


버닝맨하면 또 기상천외(EXTRAORDINARY)하고 괴상하(WEIRD)하고 색다르(ABNORMAL)고 퀴어(QUEER)한 의상들이 특징이긴 하지만, 나같은 소심한 K- virgin solo burner(대충 혼자 참여하는 코리아 출신 1회차 버너 정도로 해석하자)는 가지고 있던 여름 티셔츠를 아주 살짝 가위질해서 입고다니기로 한다. (그것도 또 개성이라면 개성 아닌가?!)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아주 강인한 마음가짐이다. 완벽한 준비란 말했드시 애초에 불가능하고 가면 어떻게든 다 되겠지하고 좋은 거 보고 즐기러 간다고 하면 큰코 다칠수 있다. 사실 가면 어떻게든 다 되기는 하지만, 기대치를 최대한 낮추자. 며칠간 어디서든 자고 어디서든 먹고, 아무데나 싸고 못씻고 하는 것쯤은 감수하겠다는 마음이 정말 필수적이다. 혼자가면 외로움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가서 정신줄 놓고 놀 수 있는 무모함이 없다면, 없는 사교력이라도 끌어모아 친구도 만들어야 한다.



목적?


왜 실리콘밸리의 천재들이 노동절이 다가오면 회사를 내팽개쳐두고 사막을 향하는 것일까. 왜 세계의 대표 기업(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 CEO들이 그들을 붙잡기는커녕 더 많이 가도록 장려하거나, 아니면 아예 함께 가는 것일까. 그곳에 도대체 무엇이 있길래? 단순히 그 호기심 하나로부터 내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하지만 속내는 아무도 모른다. 나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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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사실 설레발에 불과하다.

직접 경험하고 나면 또 어떻게 말이 달라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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