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한 해의 끝, 한 잔 할까

에티오피아 구지 모레아 워시드

by 만델링

어느덧 2021년 마지막 달입니다, 이런 말 말고 새롭고 산뜻한 말은 없을까 고민한다. 로나 시국이라도 연말인지라 자연스럽게 술자리는 늘어난다. 서먹서먹하거나 어중간한 관계를 해소하자며 여기저기서 꼬드긴다. 어디냐? 한잔하자! 여과되지 않은 거침없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고 후회할 그녀들이 대기 중이다. 공들여 쌓은 인연을 술에 취해, 술김에, 술 때문에 망가뜨리는 것도 볼 수 있는 시간이다. 매년 후회하면서 반복하는 지인들은 꼭 있다. 올해는 제발 취중진담 이런 거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노동의 고단함을 덜어준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고 즐거움을 더해주는 존재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매 끼니마다 가볍게 곁들이는 반주, 특정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전통주까지 섭렵해야 되는 그녀의 음주 사랑은 올해가 끝이었으면 좋겠다. 소주잔 꽉 채워서 한 번에 마시기, 그만했으면 좋겠다. 간단하게 맥주 한 잔씩만 하자, 그 말 믿을 수 있기를 바란다. 지독한 숙취를 겪고 절대 술을 입에 대지 않겠노라 다짐했던 시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은 사람을 매료시키고 기분 좋게 하는 약이라는 말, 그 말도 맞지만 그래도 올해는 그녀의 금주 원년이 되길 바란다.


오늘의 커피는 에티오피아 구지 모레아. 조바심으로 마음이 유난히 시끄럽고 술렁거리는 날, 늘어난 걱정으로 한숨과 어깨 걸림이 있는 날, 자책과 후회가 가득한 날, 사는 것이 시들하고 생각대로 되는 일이 없는 날, 쓸쓸함으로 불면에 시달리는 날, 그런 날 권하고 싶은 커피다. 어쩌면 이렇게 상큼상큼 마음을 간질이는 걸까, 입 안 가득 상큼함이 채워진다. 은은한 단맛과 쌉쌀한 쓴맛이 좋다. 활짝 피어나는 향기가 수다스럽다. 달랑달랑 걸어서 머핀 하나, 마들렌 하나 먹을거리를 사들고 와서 먹자. 이제 걱정 없이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쉬어도 된다고 말한다. 다들 열심히 살았구나, 칭찬해주는 커피다. 내년에는 새로 하고 싶은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실수도 안 하고 불안도 없는 완벽한 어른으로 살고 싶다. 뭘 하고 있는 건지 잘하고 있는 건지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화려하지 않아도 소박하게, 규칙적이고 정직하게 삶을 이어가는 사람이고 싶다. 얘들아, 어디야? 사려 깊은 섬세함으로 한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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