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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델링 Apr 01. 2022

156 봄, 그 속을 헤매며

과테말라 엘 카르멘

 다리를 달랑거리며 유모차에 앉은 아기들이 여럿 보인다. 젊은 엄마들 아이들을 데리고 봄 마중한다. 아이들은 작고 분홍빛 뺨을 가졌다. 멀리서 봐도 말랑말랑 부드러운 볼이다. 친분이 있다면 다가가서 만져보고 싶다. 귀여운 아가야, 참 예쁘구나! 살짝 손가락 끝을 잡고 인사하고 싶다. 어깨가 수구레 하고 허리가 휜 어르신들도 보인다. 찬바람이 가시니 바깥공기가 그리워 나오셨을까. 어머니도 산책을 하고 계실지 궁금해진다. 아마 어머니는 산책이 아니라 일을 하고 계실 것이다. 머위 밭에서 손바닥만큼 돋아난 머위잎을 따고 계실 것이다. 계절이 바꿔도 세상 구경에 관심이 없으시다. 꽃보다 겨울초에 돋은 장다리꽃을 반가워하신다. 논밭을 벗어 다른 재미난 것이 없다 하신다. 밭에서 일하는 것이 즐겁다 하신다. 그 마음이 진심인지 헤아리기 어렵다.


 어머니는 당뇨약을 드신다. 사람처럼 생긴 작은 알약을 아침 식사 전에 드신다. 꼬박꼬박 잊지 않고 챙겨 드신다. 당뇨병이란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제 역할을 못하거나 분비량이 적어 혈액 내 포도당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경우를 말한다. 당뇨는 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질환이지만 불규칙이고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 음주, 스트레스, 운동부족 등으로 젊은 30대 당뇨 환자들도 많다고 대한 당뇨병학회 통계 자료에 나온다. 당뇨병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으로 평소에 혈당관리를 잘하면 충분히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 지속적인 자가혈당 측정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는 하다.


 어머니는 밤에 주무시고 난 뒤 아침 공복혈당이 140~160mg/dL이다. 현미식을 하고 단맛의 설탕류는 거의 드시지 않는다. 당뇨는 겉으로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 하지만 높아진 혈당으로 합병증이 생긴다. 신장, 심장, 눈 등에 문제를 일으켜 신장투석, 심부전, 녹내장 등의 심각한 질환에 이르게 한다. 당뇨병으로 인한 만성 합병증은 발병되면 치료가 극히 어려운 까닭에 혈당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 여하튼 운동이 부족하고, 내장지방이 많고, 야식을 좋아하고, 술을 과하게 마시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은 아직 젊라도 꾸준한 관리로 예방해야 한다. 오래 살기 위해서라기보다 원하고 바라는 것들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오늘의 커피는 과테말라 엘 카르멘. 엄청 부드럽다. 가늘고 깊게 쓴맛이 시원하다. 산뜻한 산미, 부드러운 쓴맛이 좋다. 전두엽의 긴장이 풀린다. 코로 들어오는 초콜릿 향기에 연필심처럼 뾰족한 마음이 스르륵 녹는다. 달콤 쌉쌀한 커피, 그 속에 든 카페인이 타인에게 폐 끼치지 않게 인간다운 태도를 취할 수 있게 조절해준다. 까칠하게 굴지 않게 만든다. 참 기특한 녀석이다.


 기상학적으로 봄은 일평균 기온이 5도 이상으로 올라간 뒤 다시 떨어지지 않은 첫날이란다. 그럼 지금은 봄일까? 봄이다! 벌써 춘곤증이 시작된다. 나른하고 게으른 몸이 된다. 카페인으로 밑으로 내려오는 눈꺼풀을 밀어 올린다. 덕분에 간신히 기운을 유지한다. 숨을 깊이 들이쉬면서 커피 향을 맡는다. 쌉싸리한 향이 안으로 둥게 퍼진다. 건포도의 마른 신맛이 느껴진다. 햇볕에 잘 마른 장작이 타는 듯 스모키 향이 다. 오늘의 커피는 해질 무렵의 오렌지빛 낭만이 그려지는 그윽한 커피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아가는 법을 공부하고자 노력하리라 다짐하게 다. 머무는 봄을 맘껏 누리리라 주문도 외운다. 즐겁게 살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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