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3 약이라 할 수 없지만 약효는 있네

탄자니아 AA

by 만델링

역 근처에 새로운 카페가 생겼다. 크림색과 갈색이 섞인 1층 건물이다. 분위기가 차분하고 따뜻해서 맘에 든다. 20평 정도 돼 보인다. 사장님은 마흔 중반으로 보인다. 여성이다. 공유 닮은 젊은 바리스타는 안 보인다. 사장님은 정제가 끝난 생두를 크기와 비중에 따라 분류해서 직접 볶는다. 쿠키도 굽는다. 손님맞이와 계산도 직접 한다. 보기 드문 커피 기구도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다. 그중 사이폰이 있다. 진공 여과식 추출 기구다. 영국의 보일러 기술자 로보트 나피아가 만들었다. 유럽보다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우리나라에는 90년대에 들어왔다. 사이폰은 커피가 추출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다. 플라스크에 물을 넣고 알코올램프에 불을 붙인 뒤 물이 끓으면 로드에 커피 가루를 담아(이전에 필터를 먼저 로드에 장착해야 함을 잊으면 안 된다) 플라스크에 끼운다. 물의 온도 차로 생기는 플라스크와 로드의 압력 차이 때문에 물이 관을 타고 올라오는 신기한 광경을 볼 수 있다. 3~4분 후 알코올램프를 끄면 로드에 있는 커피 물이 필터를 통과해 플라스크로 다시 쏟아지는 절경이 펼쳐진다. 플라스크 안에서는 황금빛 크레마가 뽀글뽀글 연출된다. 사이폰 커피는 평일에만 마실 수 있다. 2인 이상 주문할 때 사장님이 직접 내려준다. 아주 특별한 커피다. 사장님은 질문을 좋아한다. 카푸치노와 카페라테의 차이를 맛깔스럽게 설명해줬다. 둘은 재료 자체에서는 차이가 없다. 에스프레소와 우유로 만든다. 결정적 차이는 거품의 두께다. 농밀한 맛과 부드러운 목 넘김, 곱고 풍성한 거품으로 둘의 차이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내 몸을 스마트폰 배터리처럼 충전기에 꽂아 충전하고 싶다. 몸살기가 있다. 청소기를 들다가 담에 걸렸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쑥뜸을 했다. 파우치에 든 커피색 약을 하루치 받았다. 밀가루 음식, 기름진 음식, 인스턴트, 차가운 음식은 먹지 말라고 했다. 약은 따뜻하게 데워서 식후에 먹어야 한단다. 약에서 멘소래담 맛이 났다. 쌔~하는 맛과 미끌하고 덤덤한 맛이다. 하루치라 정말 다행이다. 참으로 먹기 힘든 맛이다.

오늘의 커피는 탄자니아다. 깔끔하고 깊은 맛이 나는 부드러운 커피다. 저민 생강 두 조각을 넣어 마신다. 칼칼하고 따뜻하다. 진한 향이 편안하다. 커피가 식으면서 느껴지는 신맛, 단맛, 쓴맛이 몸을 느슨하게 한다. 욱신거리는 어깨 근육과 뜨끔거리는 허리 통증에 편두통이 더해졌다. 진한 커피가 그나마 위안이 된다. 아무래도 갱년기 증상이 더 심해지는 듯하다. 담 결리는 횟수가 잦다. 더웠다 추웠다를 반복한다. 잘 때 다리에 쥐도 내린다. 자연적이고 당연한 퇴행성 현상이다. 하지만 몸이 부댖기니 신경이 예민해진다. 자꾸만 쓴 커피로 몸을 달랜다. 탄자니아는 나른한 쓴 맛이다. 캐러멜 단맛이 자극적이지 않게 입안에 감돈다. 근육통이 풀리고 편두통이 사라지는 약이다. 뜨거울 때와 식었을 때의 맛이 완전히 다르다. 뜨거울 때는 새콤하고 쌉쌀하다. 후후 불며 마셔야 한다. 식은 탄자니아는 특유의 부드러운 신맛이 매력적이다. 저녁노을이 사라지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오늘의 커피는 위안과 회복의 맛이다. 아플 때는 잠시 쉬어도 좋다고 말한다. 한 잔의 커피로 유쾌해지고 건강해지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