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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테크니션 Jun 20. 2020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反)



불교의 법화경에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게 되고 떠난 사람은 또 반드시 돌아온다라는 뜻입니다. 

만해 한용운 선생은 그의 시 <님의 침묵>에서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라고 인생에서 있어서 만남과 이별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렇듯 우리네 인간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어쩔 수 없이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게 됩니다.

또한 인생이 영원할 수 없기 때문에 영원한 만남이 있을 수 없고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하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이 사람의 인연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인연에는 순연과 악연이 

있기 마련입니다. 순연만 경험하고 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만은 사람 일이 모두 자기 맘대로 되지

않아 살아가면서 또 많은 악연도 만나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불교 경전 법구경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말라. 미워하는 사람도 만들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슬프고 미워하는 사람과의 만남은 괴롭겠지요.


얼마 전 SNS에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만남과 이별 : 아빠의 마지막 45분”이라는 사진 한 장이 

올라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슬픔과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 사진 속의 아빠는 많이 아파서 매우 

지친듯한 표정의 백인 남성으로 산소마스크를 쓰고 힘없는 눈으로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품 안에는 이제 갓 태어난듯한 너무도 사랑스러운 신생아가 안겨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아기를 안고 있는 남자의 표정은 전혀 밝지가 않았습니다.

그 남자의 눈 속에는 기쁨보다는 슬픔과 아쉬움이 가득했습니다. 아빠의 마지막 45분….

남자가 그런 표정인 이유는 병이 악화되어 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아내는 남편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고 아직 출산 예정일이 남았음에도 불구

하고 남편이 죽기 전에 아이를 안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출산일을 당기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며칠 일찍 낳게 되고 아빠는 45분이라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하면서도 슬픈

시간을 아기와 함께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빠의 마지막 45분 사연을 접한 많은 사람들은 

“아빠의 마지막 45분 매우 슬프지만 아름답네요” “이 아빠에게 마지막 45분은 그가 살아온 53년 

보다 더 큰 의미가 있었을 것입니다.”  “아빠의 아이에 대한 사랑과 엄마의 남편에 대한 배려가

너무 감동적입니다.” 등과 같은 리플을 달았습니다. 아빠가 떠난 후 시간이 지나 이 아이의 

동영상이 SNS에 올라왔는데 무엇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의 눈망울에 맺힌 슬픔과 울먹이며

고개 숙이는 모습이 너무도 애처롭고 가슴이 아파옵니다. 


세기의 연인 오드리 헵번의 영화 데뷔작이자 그녀를 불멸의 아이콘으로 만든 1955년작 “로마의 

휴일”에서 주인공 앤 공주와 신문기자 조 블래들리의 만남과 헤어짐은 수 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많은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마지막 기자 회견장에서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며 이별하는 장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게 하였습니다. 1973년작 “빠삐용”이라는 영화에서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빠삐용과 드가는 죄수 수송선에서 만나 수감 생활을 같이 하면서 죄수로서

끔찍한 일을 겪지만 오랜 시간 동안 짙은 우정으로 지옥 같은 형무소 생활을 견뎌 냅니다.

이들은 형무소 탈출을 시도하게 되고 특히 빠삐용은 자유를 찾기 위해 탈출 시도가 수 차례 

실패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도해 결국은 무인도 수용소에서 탈출을 성공하게 됩니다.

그러나 평생을 같이해온 친구 드가는 무인도 수용소에 남기를 원해 그들은 그렇게 헤어지게

됩니다. 영화뿐 아니라 현실세계에서도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있겠지요. 아이의 탄생으로 인한 

만남,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이별, 입학식에서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 그리고 졸업식에서의 

헤어짐. 연인과 만남과 이별 그리고 또 다른 만남. 우리가 인간인 이상 우리는 이 만남과 이별을 

계속해야만 합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고 아쉬움을 간직하고 한국을 떠날 때 히딩크 

감독은 “Good-Bye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시 돌아오길 믿기에 So long이라고 인사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떠났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反)은

정말 필연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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