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9년 차가 되면 온다는 번아웃 시기, 극복하는 방법
얼마 전 직장 친한 후배에게서 메신저가 왔다. "팀장님, 바쁘세요?"
무슨 일 있냐고 물으니 아무것도 아니란다. 그런데 아무 일이 없고서야 저렇게 굳이 바쁘냐고 물어볼 리가 만무해서 더 캐물어보니 요새 모든 일에 의욕이 없어서 힘들다는 얘기를 했다. 잠시 짬을 내어 그 후배를 만나 차를 마시며 좀 더 이야기를 나누어봤다. 그 후배는 한 부서에서 약 3~4년간 회사생활을 했다. 그 후배의 팀장님은 나도 잘 알고 친한 분인데 팀원을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물론, 그 후배는 같이 일 하는 팀원들과 팀장님은 너무 좋은데 왠지 모르게 요새 하는 일이 재미도 없고 미래가 암담하다고 한다. 당연히 일이 재미있을 리는 없지만, 평소에 굉장히 싹싹하게 일 처리를 하던 후배라 걱정되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내 이야기를 꺼내며 조언을 해 줬다.
보통, 직장생활을 하면 3,6,9년 차에 위기가 온다고 한다. 3,6,9년을 지나 지금 13년 차에 접어드는 나로서는 이 시기들을 모두 통과했고 이제는 조금 편안하게 그 시기의 어려움들을 돌아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내 생각에 3,6,9년 차는 각각 업무에 있어 한 단계 도약하는 시기이고 이 시기의 진통과 위기를 잘 겪고 나면 시야가 한층 더 트이게 된다.
특히 처음 겪게 되는 3년 차 위기는 어설프게 그 일에 대해 많이 안다고 착각하며 더 이상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하는 시기인 것 같다. 그래서 제일 경계해야 할 시기다. 보통 3년쯤 되면, 그리고 특정 부서에서만 3년 이상을 보낼 경우에는 더더욱 심해진다. 그때는 일을 그래도 나름 성실하게 했다는 가정 하에, 그 팀의 업무분장표에 기술된 일들에 대해 한 번씩은 건드려봤거나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게 된다. 그렇기에 이제 이 팀에서, 그리고 이 업무에서 더 이상 배울 게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쉽게 지루함을 느낀다.
6년 차도 이와 비슷한데 이 때는 보통 중간관리자가 되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하는 실무적 업무와 조직이 바라는 업무의 충돌이 일어날 때의 갈등 상황에 대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이다. 나름 실무에서는 빠삭하게 잘 안다고 느꼈는데 조직이 원하는 바, 즉 윗선에서 이러저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실무에서 내린 결론과 대치될 때 그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진이 빠진다. 대부분 조직이 원하는 바 대로 결론이 내려지지만 실무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린다 해도 그 과정은 매우 지난하고 매번 옳음을 증명해야 하기에 쉽지 않은 길이다. 이 때도 번아웃이 많이들 오곤 한다.
9년 차의 위기는 이보다 좀 더 무서운데 내가 이 조직에서, 아니면 내 커리어에서 어느 방향을 선택해야 하는지 갈등하는 시기가 도래한다. 소위 말하는 제너럴리스트가 될 것이냐, 스페셜리스트가 될 것이냐 하는 문제인 것이다. 폭넓은 업무 경험이 있지만 깊이는 다소 얕은 제너럴리스트가 될 것인지, 아니면 특정 분야의 업무를 오래 하여 그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될 것인지 좀 더 방향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제너럴리스트가 되면 그 조직에서 인정받고 좀 더 높은 관리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한편 그 조직에서 벗어날 경우 생존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스페셜리스트의 경우 그 업무에 대해서는 대체자를 찾기 어렵고 이직 등을 고려한다고 했을 경우에는 굉장히 매력적인 인재임에 틀림없지만 현 조직에서 그 업무의 전문가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거나 좀 더 높은 관리자로 승진될 가능성은 낮아지게 된다. 물론 양쪽으로 모두 인정받으면 좋겠지만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고 각자의 상황과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고민을 통해 보통은 우선순위를 정해 집중하게 된다.
그 후배는 3년 차의 위기를 겪고 있다. 그래서 내가 그 시기에 겪은 심경을 말해주며 그 고민의 시기에 본인 스스로를 다그치고 내가 왜 이럴까 자책하지 말라고 했다. 그동안 그 후배는 열심히 해 왔고 그건 본인도, 팀장님도, 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알고 있다. 의욕이 떨어지고 힘들어하는 시기에 주위에서 왜 100% 열심히 하지 않냐며 핀잔을 주거나 본인 스스로의 마음을 숨기고 열심히 하려는 흉내를 내게 되면, 마치 팽팽한 고무줄에 계속 힘을 주면 툭 끊어져 버리듯이 한 순간에 무너져버리게 된다. 후배에게 말한 현실적인, 그리고 진심 어린 조언은 한 마디로 정리하면 "지금 시기엔 욕먹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히 해. 근데 너무 하기 싫으면 하지 마."였다. 그 후배는 워낙 지금까지 잘해 왔기에 내가 말한 얘기를 적당히 알아듣고 처신할 거라 믿는다. 모든 순간에 열심히, 항상 100% 최선을 다 하면 좋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임을 안다. 이런 위기들이 다가올 때 가끔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천천히, 조금은 쉬어가면서 다시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이 그 시기를 가장 잘 넘기는 현명한 해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