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직급이 아닌 "직책". 책임의 무게는 크다.
얼마 전, 처음 뵙는 분과 미팅을 하는데 그분의 직급은 부장이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인사를 하고,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나를 보더니 나이가 많지 않아 보이는데 팀장 직함을 달고 있다며 약간 놀라신 눈치였다. 그래서 회사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젊은 편이고, 요새는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고 해당 부서에 대한 경험이 많다고 판단이 되면 팀장을 맡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드렸다. 그분이 다니시는 회사는 대체적으로 나이가 많고, 오래 다니신 분들도 많아서 본인은 부장이 된 지 오래지만 직책을 맡은 적은 없었다고 말씀 주셨다. 생각해 보니 몇몇 회사들은 전체적으로 고 연령대, 고연차 사람들이 많아서 차장, 부장급에서도 팀장이 아닌 케이스들이 꽤 많았었던 게 문득 떠올랐다. 또 어떤 회사는 조직이 엄청 커서 차장, 부장급 모두가 팀장을 맡을 만큼 자리가 있지도 않을뿐더러 때로는 팀장이 되었다가도 면 팀장(팀장 직책을 내려놓는 것) 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예전에는 직책 = 직급, 즉 연차가 쌓이는 만큼 그 사람에게 주요한 일을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내 회사에서는(말은 대기업...인데 조직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다.) 어차피 팀 개수가 대략 정해져 있어서 팀장님들은 대부분 부장급이었고 때로는 차장급에서 팀장을 다는 일도 가끔 있었다. 조직이 성장하고 있을 때에도 차장, 부장급들은 항상 그만큼 있었기 때문에 팀장 = 부장, 때로는 차장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조직 슬림화와 연차보다 개인 역량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과장급 팀장이 몇 년 사이 조직 내에서 급증했다. 나의 경우도 어린 나이에 팀장이 된 것은 맞지만, 사실 업무경력으로 따지면 충분히(?) 팀장을 달 만한 분위기가 된 것이다.
그리고 미팅에서 만났던 그분이 했던 말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조직이 어떤 사람에게 팀장을 맡기는 데에는
의미가 있고, 그래서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를 곰곰이 따져 보니, 최근에 나와 비슷하게 젊은 나이에 팀장 직급을 단 사람들을 보면 단순히 실무만 잘하거나 무조건 경력이 많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고, 연차가 많은 사람, 즉 연공서열로만 따진다면 그 사람보다 연차가 높은 사람들이 오히려 수두룩했다. 모든 사람이 다 같은 이유로 팀장 직책을 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인정받는 팀장들의 비슷한 점을 따져보니 몇 가지가 떠올랐다.
첫 번째, 실무 하나, 하나를 다 알고 따지기보다는
업무의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잘 안다.
- 팀장은 나무를 보지 않고 숲을 보는 사람이다. 실무 하나하나에 대해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게 되면 팀장도, 팀원도 피곤해진다. 팀장은 일을 열심히 했다고 착각하겠지만 사실 팀 성과로 봤을 때는 일을 진척시켰다기보다는 팀원들의 일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팀장의 역할은 적정한 권한 위임과 업무 스케줄링 점검만으로도 충분한데, 이는 업무의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잘 알아야지만 가능하다. 물론 해당 팀의 실무도 잘 알면 금상첨화겠지만 정말 훌륭한 팀장님들은 처음 경험하는 팀에서도 잘하시더라...
두 번째, 팀원들에게 업무배분을 적절히 해 주고
특히, 중간 성과관리를 잘한다.
- 팀장은 방향성 없이 무조건 결과만 가져오라고 해서는 안 된다.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되, 그 중간과정에 대해서 방향을 다시 잡아주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모든 업무에 대해 중간에 쪼아가며 닦달하는 게 아니라, 팀원 스스로 먼저 생각을 해 보도록 시간을 준 후 엇나가는 것만 잡아준다. 잘하는 팀장들은 중간에 꼭 진행과정을 챙기고 최종 목표를 조정하거나 장애물을 치워주더라.
세 번째, 팀장이 직접 일을 (많이) 안 한다.
- 말에 오해가 있을 순 있지만, 정말 잘하는 팀장님들은 업무배분을 잘하고 중간 성과관리를 하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나설 일이 별로 없다. 팀장이 바쁘면 두 가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뭔가 큰 문제가 발생했거나, 원래 그 팀이 원체 바쁘거나. 팀장"만" 바쁘면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이고 팀장"도" 바쁘면 원래 그 팀이 바쁜 거다. 그러나 이 판단의 전제조건은 팀원들이 다 잘한다는 조건 하에 맞는 것이다. 가장 최악은 팀장"만" 바쁘고 팀원들은 안 바쁜 것인데 이는 팀장이 권한 위임을 제대로 안 하거나 팀원들에게 싫은 소리를 못 해서 발생할 확률이 크다. 이럴 경우에는 팀원들의 성장 기회도 없고, 팀장 또한 혼자만 지쳐서 나가떨어지기 십상이다. 그렇기에 가장 이상적인 팀은, 내 기준으로는 팀장 본인이 직접 일을 (많이) 안 하는 것이다.
인정받는 팀장들의 공통 요건에 있어서도 특히 두 번째는 나도 지키기 어렵다.(나의 경우는 일정을 정해놓고 많이 쪼는 스타일이다... ) 사실, 모든 걸 잘하는 이상적인 팀장은 많이 없기 때문에 나 같은 경우는 특정 한 사람만을 이상으로 쫓기보다는 각기 다른 사람에게서 배우고 싶은 면만 뽑아서 보고, 그 장점을 나에게 적용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편이다. 물론, 나의 타고난 성향과 지금까지의 업무 스타일이 하루아침에 변할 리는 없기에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아직까지 있다. 지금도 나에게 왜 팀장을 맡겼지...라는 생각이 가끔 들고 자신이 없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팀장은 그 팀의 성과, 팀원들의 성장과 정서관리도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자리이다.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책임에 대해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