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바리 ⑤ - 북씨 레드
사소한 시선이 남긴 온기 -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을 읽고. 2025.07.22
나는 자꾸 페이지를 천천히 넘기게 되었다.
이 책은 줄거리도, 큰 사건도 없다.
대신 작가의 사소한 시선과 느슨한 문장들이 계절처럼 흘러간다.
책을 읽는 동안, 마치 누군가의 오래된 필름 사진첩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흐릿하지만 그 속에서만 느껴지는 온기가 있었다.
사진과 짧은 시들은 거창한 설명을 붙이지 않는다.
그저 '이 순간이 소중했어'라고 작게 중얼거리는 듯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책을 덮고 감상에 빠지기보다는 핸드폰 갤러리를 열어 한참을 훑어보았다.
작가의 사진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 내 사진 속에도 있었다.
계절은 늘 사람과 얽혀 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거나, 이미 떠나버린 마음을 천천히 배웅하거나,
혹은 혼자 걷는 길 위에서 느끼는 고요함이 계절과 겹친다.
그래서 '네 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이란 말이 오래 남는.
차례가 밀려 있다는 건 쉽게 지나치지 않겠다는 뜻 같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가만히 누워 있었다.
그동안 내가 보낸 계절들을 떠올렸다.
너무 바쁘게 지나가 버려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여름,
누군가와 어색하게 멀어져 버린 봄,
그런 것들이 천천히 떠올랐다.
네 번째 계절.
나는 충분히 사랑하고 있는지.
오늘 밤은 분명 일찍 잠들 것이다.
충만한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