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타인의 삶] 시리즈는 도대체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작성하는 코너임.
* 내가 고민하는 아래와 같은 부분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여러가지를 물어봤음.
N이라는 친구의 배경
- 현재 판교에 있는 카카오 본사에서 근무 중. 부처 및 팀 이름은 프라이버시 처리.
- 나와 알게 된 계기는 내가 만든 전국 최초의 암호화폐 대학생 연구학회 ‘크립토펙터’에 들어온 회원이었음.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3149639
(크립토펙터 소개는 이거. N은 여기 기사에 나오는 친구들은 아님.)
- 이 학회의 특징은 “코인 투자를 기깔나게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코인이라는 것이 아비트리지, 보따리를 비롯한 온갖 기법을 적용해 똑똑하고 기발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많음. 특히 몇 년전만 해도 코인이라는 것이 완전 초기 시장이라 비효율성이 많았음. 머리 회전 빠른 20대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했기에 다수의 명문대생들끼리 뭉쳐 연구하고 투자하니 그냥 판을 쓸어버림.
- N도 이 과정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했음. 구체적으로 얼마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수십억 규모는 넘어감. 남들 평생 모을 돈 다 벌어놓음. (N은 진짜 기발한 친구라 나보다 돈을 더 많이 범. N 앞에서 나는 새발의 피임)
- 즉 N도 이미 일을 안해도 되는 상황. 그런데 N은 좀 쉬다가 카카오에 취업을 함. 당시만 해도 이미 경제적 부를 다 이뤘는데 왜 회사에 취업했을까 의문이었음. 그런데 내가 현재 당시의 N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어 연락을 함.
- N은 나하고 모든 상황이나 배경이 유사한데 자기가 겪은거 형도 어떻게 똑같이 겪냐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려줌. 지금부터 그 부분을 적어 볼 것.
* 나는 해외에 있으므로 전화로 이야기를 함. Q는 나의 질문, A는 N의 답변. 와닿았던 부분은 빨간색 글씨 처리를 할 것.
Q. 너는 이미 평생 일을 안해도 될 경제적 부를 이뤘잖아. 그런데 왜 회사에 취업을 한거야?
A. 형 제가 대학생 때 돈이 없을 때 소원이 뭐였는지 알아요? 하루에 치킨 2만원짜리 한 마리씩 시켜먹으면 내 인생이 성공한거겠구나 싶었어요. 매일 2만원씩 30일이면 60만원이잖아요. 그냥 이 정도의 돈을 큰 걱정없이 쓰면서 치킨을 시켜먹을 수 있으면 행복하겠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형이나 저나 둘 다 운이 좋게도 코인을 만나서 이 목표를 빨리 이뤘잖아요. 형 우리 또래 사회생활 처음 하는 친구들을 보면, 아반떼만 사도 행복해해요. 부를 나타내는 여러가지의 상징물이 있겠지만 일단 자동차에 한정해서 보자고요.
처음에 차가 없는 사람은 아반떼만 구매를 해도 행복해요. 차가 없었는데 생긴거잖아요. 그리고 생각을 하죠. 다음에는 벤츠를 사자. 목표가 생기니깐 열정도 생기고 이것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이 과정에서 행복해해요.
형 그런데 형은 첫 차로 벤츠를 뽑았었죠? 그리고 저는 첫 차로 포르쉐를 뽑았어요. 형 자동차 사고 어땠어요?
Q. 처음에는 좋았지. 한 2달 좋더라고. 그러다가 이거 타고다니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차 사고 몇 달 안되서 팔아버렸어.
A. 형 저도 똑같아요. 저 처음에 포르쉐 뽑고 몇 달은 좋았었어요. 슈퍼카니깐 뽀대도 나고 뚜껑 열리고 바람도 맞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게 처음 몇달만 좋지 서서히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거에요.
제가 당시에 온갖 명품이란 명품은 다 사서 몇개월 동안 백화점에서만 1억을 썼거든요. 좋은 옷 입고 좋은 시계 차니깐 살 때는 당연히 좋죠. 그런데 그 때 뿐인거에요. 그러다보니깐 제가 드는 생각이 뭔지 알아요?
Q. 뭔데?
A. 아 차가 포르쉐라 그렇구나. 너무 허접하다. 람보르기니를 사러 가야겠다. 그러면서 람보르기니를 알아보고 있는 제 모습이 보이는거에요.
그런데 형이나 저나 명문대 다니면서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잖아요. 우리들이 단순히 돈만 많은 졸부가 되기를 원하는건 아니잖아요. 람보르기니를 알아보는 저를 보다보니 정신이 번쩍 드는거에요.
Q. 어떤 생각이 들었는데?
A. 이거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 나는 분명 대학생 때 하루에 한 마리씩 치킨을 시켜먹을 수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지금 뭐하는거지.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포르쉐에서 람보르기니로 차를 바꿔도 행복 할 것 같지 않더라고요. 이 때 깨달은게 뭐냐면 행복의 기울기라는 것이 가면 갈 수록 줄어든다는 것이었어요. 예를 들어 이런 구조인거죠.
자동차가 아예 없는 사람 -> 아반떼 구입 (행복도 100)
아반떼 소유자 -> 벤츠 구입 (행복도 70)
벤츠 소유자 -> 포르쉐 구입 (행복도 30)
포르쉐 소유자 -> 람보르기니 구입 (행복도 10)
차가 아예 없는 사람이 자동차를 가졌을 때 느껴지는 행복은 정말 커요. 그런데 이미 벤츠가 있는 사람이 포르쉐를 구입 할 때의 행복은 반감되죠. 가면 갈수록 이 행복의 그래프가 줄어드는거에요.
Q. 내가 너만큼 돈이 많이 있는건 아니라, 포르쉐도 타본 적 없고 너처럼 잠실에 아파트가 있는건 아니라 100% 공감은 안되지만. 저 심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수긍 돼.
A. 형 여기서 형이 더 돈을 벌어도 잠깐만 좋고 똑같아요. 저 요즘에 출근 할 때 어떻게 하는지 아세요? 지하주차장에 자동차 주차해놓고 지하철 타고 다녀요. 차 타는 것도 잠깐이나 좋지 어느 순간부터는 이게 당연하게 되고 질려버리는거에요. 지하철이 더 편해요. 잠실에 집 있는 것도 똑같아요. 어느 순간 이게 당연해져서 있다고 행복하지 않아요.
Q. 흠.. 나라면 포르쉐 타고 맨날 출근할거 같은데.
A. 형, 물론 형이라면 절약하고 소비 안하는 습관이 워낙 강해서 재산이 아무리 많아져도 포르쉐 살 일은 없겠지만. 저는 이걸 결핍이라는 키워드로 봐요.
형 예전에 진짜 가난했었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기에 형이 ‘물’을 먹는 것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한 적이 있어요?
Q. 물? 그건 당연히 매일 마시는거니깐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
A. 바로 그거에요. 예전의 형처럼 대한민국에서 아무리 가난하게 산다고 해도 최소한 물은 누구나 마실 수 있잖아요. 그러니깐 모든 사람이 물에 대해서 결핍이 없는거죠. 당연하게 생각하는거에요.
그런데 아프리카의 물 부족 국가를 보자고요. 그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느낄까요? 그 사람들은 물에 대한 엄청난 결핍을 가지고 있어요. 물을 얻기 위해 노동하고 열심히 살거에요. 우리 한국 사람들은 이미 결핍이 충족이 되서 당연한데, 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거죠.
결국에는 돈이라는 것도 똑같아요. 결핍이 있으니깐 채우려고 하는거에요. 꼭 돈 뿐만이 아니라, 좋은 배우자라던지, 좋은 직업이라던지 사람들은 자신이 못 가진 것을 채우려고 그렇게 노력을 하죠. 그것을 가지지 못한 결핍이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동기부여를 주는거에요.
그런데 제가 큰 돈을 벌었잖아요. 그로 인해 백수 생활을 오래 하면서 들었던 생각이 뭔지 알아요?
Q. 뭔데?
A. 나 좇된거 같다. 형 인생을 게임 퀘스트로 비유를 해보자고요.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이 1, 2, 3, 4 이렇게 순서대로 퀘스트를 깨요. 그런데 형이나 저나 진짜 말도 안되게 퀘스트를 갑자기 4부터 깨버린거에요. 1부터 3까지를 아예 건너뛴거죠.
그러니깐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핍이라는 저 에너지를 바탕으로 1부터 차근차근 성장해나가는 경험을 해요. 열심히 자기 실력을 쌓고, 취업을 하고, 돈을 모아 기쁘고 행복하게 아반떼를 사고, 그러고서도 여전히 결핍이 남아 있기에 더 좋은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가죠.
부를 축적하고 성장하는 이런 과정을 밟아가면서 힘들기는 하지만 경험이 쌓이고 실력도 쌓여요. 그런데 우리는 어때요? 친구들이 저 엄청 부러워하거든요. 나도 힘들다 이런 얘기를 하면은 욕 먹어요. 돈도 많이 벌어놓았고 쉬면서 뭐가 힘드냐고. 나는 너처럼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어서 아등바등 사는데.
Q. 그치. 입장 바꿔서 내가 그 입장이어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지. 얼마나 부럽고 배 아파. 한심한 투정으로 밖에 안 보이지.
A. 그런데 진짜 이게 저도 그렇게 욕하고 이해 못하는거 나 같아도 그럴거 같아서 백번 공감하는데. 진짜 이 안에, 형도 느꼈겠지만 이걸 이뤄서 이 안에 들어오면 달라요. 하나도 안 행복하고 좇같아요. 진짜 좇 같아요. 포르쉐를 타고 다니고 잠실에 집도 있고 백화점에서 그렇게 돈을 쓰면서 사는데도 하나도 안 행복하고 너무 불행해요.
그러다 보니 아까 말한 람보르기니처럼 제가 계속 더 자극적인 것을 좇을거 같더라고요. 어지간한걸로는 이 결핍이 채워지지 않아서 오로지 자극만을 좇을거 같은거에요. 우리 같은 자수성가 타입은 잘 안 그러는데 재벌가 자녀들이나 연예인들 보면은 마약도 하고 자극적으로 문란하게 살잖아요. 이거 이대로 냅뒀다가는 저도 그런 꼴 날 수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와 좇됐다. 이거 사람 병신되겠구나. 정신 바짝 차리자. 이 생각이 번쩍하고 들더라고요.
Q. 그래서 취업을 한거야?
A. 네 맞아요. 제가 카카오에 취업을 한 이유는요. 지금 제 인생의 퀘스트에서 4를 말도 안되게 깼지만, 원래였다면 제가 정상적으로 밟았어야 할 루트인 1부터 다시 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어요. 형 우리 솔직해져봐요. 형 지금 당장 오로지 형의 실력과 노동으로만 형이 지금까지 모은 재산을 만들라고 하면 만들 수 있어요?
Q. 처음부터 다시 모으려면 당연히 한참 걸리겠지. 몇십년 뒤, 언젠가는 다시 만들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절대 못 만들지.
A. 저도 그래요. 형 우리는 사회 기준으로 보면 경험도 실력도 하나도 없는 애송이들인거에요. 회사 들어오면은요. 정말 똑똑하고 실력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우리 같은 명문대 출신들은 당연히 싹 깔렸고요, 그런 배경은 당연하거니와 실력까지 출중한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우리는 사회가 원하는 정석적인 그런 실력도 없으면서 단순히 운이 좋아 자본만 축적이 된 상황인거잖아요. 정석적인 노동 실력을 쌓아서 퀘스트를 1부터 4까지 차근 차근 올라갔어야 했는데. 한국의 수 많은 어른들이 이렇게 부를 축적했듯이. 그런 정석 케이스를 따랐어야 했는데 인생 게임 퀘스트에 버그가 생겨서 갑자기 4의 퀘스트가 깨진거잖아요.
Q. 그렇지. 스마트폰 혁명 당시 초기에 진입한 사람들이 부를 일궜듯 우리도 암호화폐라는 혁명의 변화에 초기에 잘 올라타서 버그가 생긴거지.
물론 우리가 코인을 하면서 절대 쉽게 돈을 번 것은 아니죠. 다른 사람들은 쉽게 벌었다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이 안에서도 얼마나 많은 고난과 어려움이 있었어요. 형 그런데요, 우리가 진짜 운이 좋게도 기술이란 변화의 파도에 잘 올라타서 그런거지 이게 사회적으로는 일반적이지 않은 산출물이에요. 20대 후반이었던 우리 나이 때에 단 몇 년 노력을 투입한 것치고는 산출물인 수익이 말도 안되게 나왔던 시장인건 맞잖아요. 진짜 세상에 듣도보도 못한 블록체인이라는 분야였기에 이게 가능했죠. 20대 대학생들이 모여 연구하고 시너지를 내면 당해낼 사람들이 없었던 시장이었으니깐.
그런데 이거는 어디까지나 운이 많이 따른거지 우리 실력이 아니에요. 사회 기준으로 보면 저희 실력 엄청 부족해요. 회사 들어와서 남들 다 하듯이 퀘스트 1부터 차근차근 깨면서 실력을 쌓아야만 하겠더라고요. 남들이 20~30년 동안 실력을 쌓아서 차근 차근 쌓아올릴 부를 30년 앞서 땡겨 받으니 거기서 오는 괴리감이 컸어요. ‘내 자아의 크기와 실력은 이 정도 밖에 안되는데 현실에는 이 정도 부가 있구나’. 그러니 이 괴리감을 매워야겠다. 내 수준은 아직 이게 아닌데 인생 게임 퀘스트에 버그가 생겨서 이미 이걸 가져서 좇된거 같다. 이건 좋은게 아니고 저주이자 시련이다. 이걸 타개해야 한다.
Q. 그런데 너는 이미 경제적 자유를 이뤘자나. 다른 일도 있는데 왜 하필 대기업에 취업 할 생각을 한거야?
A. 형 경제적 자유란 말은 허상이에요. 그딴건 존재하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아직 부를 이루지 못했고 이에 대해 결핍이 있으니깐 돈을 많이 벌고 백수로 자유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욕망을 추구해요. 그런데 거꾸로 이 부를 이미 이룬 많은 사람들이 형이나 저처럼 엄청 일을 하고 싶어해요. 몸으로 겪어보니깐 아는거죠. 노동이라는게 정말 소중하고 큰 가치가 있는거구나. 원래 사람은 자신이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잖아요. 실제로 그것을 이루면 현실은 그렇지가 않은데 아직 이루지 못했으니깐 일종의 판타지를 가지는거죠.
제가 저렇게 돈만 많은 백수 시절을 겪다보니깐 이런 현타가 왔었어요. “나는 돈 쓰는 기계인가?” / “나는 도대체 왜 사는거지?”. 형 생각을 해보세요. 돈이라는 것을 왜 버는거에요? 돈은 무엇을 소유하려고 버는게 아니라, 누군가와 돈을 쓰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고 버는거에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군가에요. 그런데 그냥 돈이 많다는 이유로 백수처럼 일도 안하고 가만히 있어봐요. 계속해서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까요? 형 우리도 이제 30대에 진입했으니깐 결혼 생각을 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형이 여자라고 생각해보세요. 젊은 나이에 돈만 있고 직장이 없어. 백수야. 그러면 결혼할래요?
Q. 안해지.
A. 저도 결혼 안해요. 형 일론머스크나 제프 베이조스 알죠? 그 사람들 재산이 몇 십조가 넘어가요. 평생 미친듯이 돈 쓰면서 살아도 펑펑 남고 일 안해도 되요. 그런데 그 사람들 일주일에 100시간 넘게 일을 해요. 그 사람들이 바보라서 그 많은 부를 축적해놓고도 하루 종일 일에 빠져서 살까요? 일을 안하면 우울증 걸리고 사는 의미가 없어져서 그러는거에요. 백수로 살다보면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사람 자존감 다 까먹고, 우울증 걸려요.
형 연예인들 보면 자살 많이 하죠? 사람들은 보통 악플 때문에 그런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좀 생각이 달라요. 연예인들을 보면 일하는 시간이나 들어오는 업무거리가 불규칙해요. 바쁜 사람들은 정신 없이 연기도 하고 방송도 찍지만. 적당히 유명한 사람. 안 바쁜 사람들은 쉴 때 집에서 한 없이 쉬어요. 직장인이나 회사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매주 월~금 9 to 6로 규칙적으로 출근하잖아요.
그런데 적당히 유명한 많은 연예인들은 안 그래요. 일주일에 한 번 일할 때도 있고, 심하면 한달에 1~2번 일할 때도 있어요. 연예인들 당연히 다 돈 많죠. 그런데 우울증 걸려서 약 먹는 사람 수두룩하고 자살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아니, 인기도 부도 다 가진 사람들인데 왜 그럴까. 사람들은 이해 못하지만 규칙적이고 루틴화 된 노동이 없어서 그래요. 이게 진짜 사람한테 미치는 악영향이 어마무시해요.
이런 현상을 몸으로 겪은 연예인들은. 그리고 그 중에서도 현명한 사람들은 연예기획사도 차리고, 음식점이나 프랜차이즈도 차리면서 사업을 하는거에요. 계속 꾸준하게 루틴화되서 일할 수 있다는게 큰 행복인 것을 아니깐. 연예인들이 직장에 취업 할 수는 없으니 사업을 이루는거죠. 돈을 벌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루틴이라는 부가가치를 얻기 위한 목적이 저는 더 크다고 봐요.
수백억대 부자인 연예인들도 노동을 하고, 몇십 조대 부자인 일론 머스크도 죽어라 일을 하는데. 내가 겨우 이 정도 돈 밖에 없으면서 백수로 살면서 쉰다고? 미친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론 머스크도 일을 하는데, 이 사람보다 돈도 적은 내가 뭐라고 쉬나.
Q. 너와 같은 상황에서 회사를 다니면 어떤 생각이 들어?
A. 형 그래도 퀘스트 4를 깨고 회사를 다니면 좋은 점은 있어요. 솔직히 다니다보면 현타가 와요. 물론 객관적으로 연봉 많이 주기는 하지만, 주관적인 제 입장에서는 이거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내가 겨우 이까짓 돈 받으려고 아침마다 일어나서 출근을 한다고? 이런 생각 왜 안들겠어요. 안 든다면 거짓말이죠.
형 그런데 그 때마다 저는 스스로한테 자기합리화를 해요. 사람들이 자기합리화를 안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있어야지만 건강한 멘탈리티를 유지할 수 있는거에요.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는게 짜증나지만 그래도 백수가 다시 되는 것보다는 좋다.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펑펑 노는 것보다 아침 9시에는 회의를 하고, 11시에는 이런 업무를 하고, 이런 삶의 루틴이 있는게 좋다. 내게 있어서 집이 아닌 회사 자체가 생활 공간이고 내가 시간을 보내고 인생을 보내는 곳이다. 이렇게 마음 먹으면서 출근을 하는거죠. 그러면서도 근속 연수에 대한 걱정이 안들고 마음이 편해요.
나는 어차피 모아놓은 돈이 있으니깐, 내일 짤려도 괜찮아. 짤리면 뭐 어때? 내 인생 자체가 공무원급의 안정성이 있어. 이런 합리화가 가능해지면서 대기업의 단점인 근속년수가 짧아서 언젠가는 짤린다는게 남에게는 단점이여도 저에게는 전혀 단점으로 작용되지 않는 마인드를 가지게 돼요. 돈이 있으니 짤리는게 두렵지 않아 편하게 다닐 수 있는거죠. 그냥 돈은 딱 이 두려움을 상쇄시켜주는 역할인거에요.
그리고 확실히 공무원이나 교사 집단보다는 여기는 어쨌든 이윤을 창출하고 돈을 벌어야 하는 사기업 집단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창의적이고 똑똑해요. 집에서 혼자 쉬면 아무것도 못 배우는데 나와서 사람들하고 9 TO 6까지 생활하고 얘기하다보니깐 이런 교류를 통해 뭐라도 배우는거죠.
소속감이라는 것도 무시 못해요. 제가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오고, 모아놓은 자산이 많더라고 해도. 사회 나가서 나를 소개 할 때는 결국에는 조직의 이름이 나를 대표해요.
저는 그래서 퇴근하고 NFT 쪽으로 사업하는 분들이나 어드바이저 이런 분들을 만나도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이야기가 되는거죠. 왜냐면 내가 다니는 회사의 조직 이름이 있으니깐. 그게 내 신분이 되니깐 돈을 떠나 사회 생활을 할 때. 회사 안이 아니더라도 퇴근 후 누군가를 만날 때 자신감을 주더라고요. 이 자신감은 대학교 학력이나 모아놓은 자산이 주는 자신감하고는 다른거에요.
형 꼭 돈을 번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회사 와서 사람들이랑 같이 밥도 먹고 뭐 하나라도 배우려는 마음으로 와요. 사람이 어디 소속되지 않고 그냥 백수로만 살면 의무감이 없기 때문에 무너지잖아요. 인생이 마구잡이가 되죠. 그러면 호르몬도 마구잡이가 되는거에요.
우리가 투자 전문가들이니깐 투자로 비유를 하면 대기업을 다니는 것은 인생을 헷징하는거에요. 형 투자를 할 때 1배 공매도를 치면서 헷징 많이 하셨죠? 저는 대기업을 다니는 것도 이렇다고 봐요. 헷징을 하면 수익은 크지 않지만, 리스크를 크게 상쇄 할 수 있잖아요. 대기업을 다닌다고 형에게 큰 수익을 안겨주지는 않겠지만 형이 겪고 있는 많은 인생의 문제에 있어 리스크를 헷징시켜줄거에요.
Q. 너가 나라면 어떤 진로를 선택할거야?
A. 제가 형이라면 교사는 절대 고려 안하고. 로스쿨도 고려 안할거 같아요. 대기업을 택할 것 같아요. 뭐 이건 당연히 제가 대기업만 겪어봐서 그런거기는 하지만. 일단 변호사는 3년이라는 시간의 인풋이 들어가고. 나중에 형이 변호사가 되어도 그 집단 자체가 보수적일거에요. 형이나 저는 기술의 변화에 올라타봤고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인데 글쎄요.. 다른 변호사들하고 어울리면 답답하지 않을까요. 이건 제가 안 겪어봐서 자세히는 모르겠네요.
Q. 대기업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
A. 저는 여기 지인 추천 채용으로 들어왔어요. 형 예전에는 대기업이 상반기 하반기 나눠서 공채로 채용을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인원이 필요 할 때마다 상시 채용 혹은 지인 추천을 받아서 뽑는 지인 추천 채용을 해요. 형 주변에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 많잖아요. 귀국하면은 약속 잡고 다 한번씩 밥 먹으면서. 이 회사는 어떻고 저 회사는 어떤지 재직자들한테 먼저 정보를 얻으세요. 채용 추천이 가능하면 그 회사가 좋을 경우 해달라고 하시고요. 만약 형이 지금 제가 다니는 회사 들어오실 생각 있으시면 나중에 한국 돌아오면 도와드릴게요. 구직이라는게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고 빨리 될 수도 있어서. 운도 좀 필요하고 타이밍도 잘 맞아야 해요. 적재적소에 형이 가진 능력이 필요한 TO가 있어야 하니깐요. 추천 채용이라고 해서 그냥 뽑히는게 아니라, 기업의 모든 채용 과정 프로세스를 다 거치기는 해요. 다만 들어오는게 훨씬 유리하기는 하죠. 일단 레퍼런스가 검증이 된 사람이니깐. 그래도 100% 뽑히는건 아니고 면접도 잘 보고, 일도 잘한다는걸 보여줘야 해요. 나갈 생각 없이 오래 일하겠다는 의지도 보여줘야 하고요. 뽑았더니 바로 나갈 사람을 어느 회사가 뽑겠어요. 회사 입장에서도 리스크를 헷징해야죠.
A. 형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어지간한 사람들은 형이나 저처럼 이런 경험 평생 하지 못한다는거에요. 보통 은퇴하거나 그랬을 때 겪는 문제를 저희는 지금 30대 초반인 이 나이 때 겪은거잖아요. 인생 게임에서 퀘스트를 4부터 먼저 깬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어요. 형 그런데 이게 보통 사람들은 축복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시련이자 저주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형이 지금 이 모든 것을 다 느낀 마음 상태로 일을 시작하면 진짜 열심히 재밌게 할 수 있을거에요. 이미 저런 고민의 과정을 몸으로 직접 겪었으니깐요. 백신 예방주사를 맞듯 남들 60대에 겪을 일을 우리는 30년을 앞당겨 선행 학습을 했다고 저는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