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타인의 삶] 시리즈는 도대체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작성하는 코너임.
* 내가 고민하는 아래와 같은 부분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여러가지를 물어봤음.
- DH의 배경
나이 : 30살 (93년생)
경력 :
모 K 대기업 2년 다님
여기 꼰대들 많고 미친 곳이라고 빤스런 함.
현재는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K***라는 공기업 근무 중.
나와 알게 된 계기 : 숭실대 1학년 다닐 때 기숙사 룸메이트였음. 그런데 이 친구는 자퇴하고 한국외대 가고, 나는 자퇴하고 성균관대 감. 즉, 같이 숭실대 기숙사 룸메로 만났는데 둘 다 자퇴하고 딴데로 감. 그래도 우리 둘 다 숭실대 좋아함. 애정과 추억이 많은 곳.
여기서 Q는 나, A는 이 친구의 답변임. 나는 현재 해외에 있음으로 전화와 카톡으로 이야기 함.
Q. 쉬는게 힘들다는 말 이해 돼?
A : 형 제가 2018년에 에티오피아 코트라에서 일하다가 때려치고 1년 동안 세계여행 했었잖아요. 에티오피아 -> 마다가스카르 -> 유럽 -> 미국. 이렇게 1년 동안 해외 여행 하면서 해외에서만 살았잖아요. 그 때 느낀 것이 뭐냐면 형처럼 “노는 것도 힘들다”라는 것이었어요. 노는 것도 계속 하다보면 질리고 진짜 힘들어요. 그래서 일하고 싶어져서 취업했어요.
Q. 취업에 대하여.
A : 형 저 들어오자마자 취업 바로 될 줄 알았거든요? 취업 준비만 2년을 했어요. 절대 만만치가 않습니다. 물론, 형은 전문 기술이 있는 이공계 컴퓨터 공학 쪽이니깐 문과인 저와는 좀 다르기는 할거에요. 그런데 문과 쪽은 정말 빡세요. 제가 지금 다니고 있는 기업이 취준생들 사이에서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곳인데 들어가자마자 연봉이 5천이고, 2년차 3년차만 해도 7천만원을 줘요. 독점 회사라서 돈을 진짜 많이 줘요. 기존에 다녔던 대기업 K는 돈도 적게 주면서 일을 많이 시켰는데 여기는 돈도 많이 주면서 일을 적게 시켜요. 이런 공기업들이 신의 직장이라고 불려요.
이 회사도 IT 쪽으로 매년 사람 뽑는데, 형 정도면 좀만 준비하면 무난하게 붙을거에요. 여기 쓰세요. 개꿀이에요. 그리고 이 기업이 가장 좋은게 나이를 안 봐요. 저 동기들 보면 35살, 36살인데도 붙어서 오는 경우 많았아요. 형 정도 나이면 많은것도 아니고 들어오기 충분합니다.
Q. 들어가면 뭐가 좋은데?
A. 형 20대에는 대학교 학벌이라는 것이 알게 모르게 그 사람을 대표하잖아요. 30대에는 직장이라는 것이 그 사람을 대표하는 경향성이 있어요. 예를 들어볼게요. 형 이제 나이도 점점 차니 결혼 생각을 가면 갈수록 하겠죠? 직장인들 보통 소개팅으로 만나는데. 이걸 소개팅 시장이라고 표현해볼게요.
일단, 소개팅을 나가면요 1) 연봉 / 2) 직장 이름을 물어봐요.
Q. (이 말을 듣고 내가 쇼킹을 받음.) 아니 세상에 그런 여자가 어디에 있어? 무의식적으로 볼 수는 있지만 그렇게 대놓고 조건 보는 사람이 있다고?
A. 형 차고 넘쳐요. 이런 사람들 세상에 쫙 깔렸어요. 근데 이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게 예를 들어 형이 저 지금 소개팅 시켜준다고 하면 형 지인들한테 저 어떻게 소개할거에요. 연봉까지는 안 말하더라도 제 직장을 얘기할 수 밖에 없잖아요. 제가 다니고 있는 직장 이름이 곧 저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될 수 밖에 없는거에요.
블라인드 앱이나 이런데 보면 직장인들끼리도 어디가 더 좋다. 어디가 더 신의 직장이다. 이런 글 많이 올라와요. 그래서 직장인들끼리는 어디가 좋은지 다 알아요. 이런 세상이 있습니다.
Q. 아니 근데 직장은 나오면 끝이잖아? 내가 삼성전자를 다녀도 나오면 전 삼성전자 사원이지, 그게 나를 대표하는 직업 신분으로 작용하지는 않잖아?
A. 그거는 맞아요. 다만 제가 다니는 공기업은 정년 근속 연수가 보장이 돼요. 위에 사람들 보면 60대인데도 안 나가고 일 안하고 자리 채우는 사람 정말 많아요. 이런걸 보면서 나만 안 나가면 저 나이 때까지의 긴 시간 동안 이 회사가 내 브랜드가 된다는 생각을 하는거죠.
Q. 취준이라는게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거야?
사이트 2개를 자주 보면 돼요. 첫 번째는 잡 플래닛이라는 사이트고요, 두번째는 자소설 닷컴이라는 사이트에요. 블라인드 앱도 좋은데 여기는 재직 인증을 해야되서 형은 못 봐요.
잡 플래닛 같은 경우는 블라인드 앱처럼 사람들이 익명으로 저 회사는 어디가 좋고 나쁘고 이런걸 평점으로 매겨주는 사이트에요. 자소설 닷컴은 대기업의 모든 공채나 수시 채용과 같은 정보가 잘 올라오는 사이트에요. 형이 취업 시장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니 이런데 눈팅하면서 이 시장이 어떤지에 대한 감을 좀 익혀야 해요.
Q. 저 귀찮은 꼴을 다 해가면서 들어가야 한다고? 안해.
A. 형 돈 많이 주잖아요. 형이 아무리 모아놓은 돈이 있다고 해도 막상 어디든 들어가서 일하면 생각이 바뀔껄요? 예를 들어, 형이 교사가 되어봐요. 일의 만족도를 떠나서 한달에 200만원 받아요. 퇴근도 빠르고 방학도 있어서 워라벨은 좋겠지만. 형 200이에요. 저 돈 받으면 현타 올 수 있어요. 제가 다니는 기업 오면 공무원, 교사와 똑같이 워라벨 보장 되면서도 연봉이 7천, 8천 나와요. 아무리 형이 돈 신경 안쓴다고 해도 비슷한 워라벨에 훨씬 더 돈을 많이 주는데 여기를 선택하는게 맞죠. 여기 IT 직원도 많이 뽑는다니깐요? 그냥 좀만 준비해서 이 회사 들어오세요. 개꿀이에요. 나이도 안 보는데 얼마나 좋아요. 제가 재직자니깐 취업에 도움되는 정보들 줄게요.
Q. 그런데 궁금한게 너가 대학교 때는 성향이 도전적이었잖아. 1년 동안 세계 여행도 하고 아프리카에서 총 맞고 죽을 뻔도 했잖아. 그런거 빠니보틀처럼 유튜브로 해서 직업을 창출하지. 왜 안했어?
A. 형 빠니보틀은 넘사벽이에요. 그 사람은 이미 7~8년 전에 세계여행을 싹 한 번 한 사람이에요. 이미 경험치가 있었던 사람이죠. 그 상태로 자기가 여행해 본 곳들을 유튜브 찍기로 기획하고 다시 간 사람이에요. 즉, 경험이 있는 상태에서 기획을 제대로 하고 다시 갔으니 성공했다고 저는 봐요. 반대로 저는 그 때 세계여행 하면서 아프리카 오지와 험지를 다닐 때 난생 처음 가본 곳들이었잖아요. 하루하루 생존하기 급급하지 영상 찍을 생각 들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빠니보틀과 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빠니보틀은 유쾌한데 저는 진지충이에요 (ㅋㅋㅋㅋ 이 말 공감되서 웃겼음. 생각해보면 나도 진지충인듯. 이러니깐 유튜브를 못하지!) 형 솔직히 생각해보세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카메라 보고 혼자 쏼라쏼라 말하면 현타 쎄게 오지 않겠어요? 옆에서 누가 같이 찍거나 촬영하기라도 하면 재밌기라도 하지. 뻘쭘 + 현타 오는데 혼자서 카메라 보고 어떻게 말해요.
빠니보틀은 이런걸 해내는게 대단한거에요. 사람 성격이 유쾌하기 때문인 것 같기는 한데. 그러니깐 이 성격의 차이가 같은 세계여행이어도 그 사람은 하고 저는 못하는거죠. 또 기획의 차이도 있는게 빠니보틀은 [좋좋소] 기획해서 대박 터트렸잖아요. 애초에 기획력이 뛰어난 엄청난 사람입니다.
내 총평 :
- 대학교 서열처럼 직장인들끼리도 이렇게 나뉘어진다는게 충격이었다.
- 소개팅 시장에서 저렇게 조건을 본다는게 충격이었다.
- 공기업의 워라벨과 연봉이 이렇게 높을 줄 몰랐다. 그러니깐 신의 직장이라고 하는거구나.
- 이공계 IT는 뽑는 사람도 많고, 문과보다 회사 들어오기도 쉽다고 적극적으로 권해서 고민이 된다.
- 나도 빠니보틀처럼 되고 싶다!! KJ 말대로 “야 너가 이런 고민하는거 그냥 너가 유튜브 100만 구독자 있으면 모든게 다 해결 돼”라고 말하는데, 100만 유튜버들 부럽다 부러워.
원문 링크 : https://m.blog.naver.com/no5100/22269899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