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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넷 May 16. 2022

[타인의 삶 7번] 특이하고 재밌게 사는 한의사 형


* 본 [타인의 삶] 시리즈는 도대체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작성하는 코너임.


* 내가 고민하는 아래 부분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여러가지를 물어봤음.


* 친구의 배경


- 이름 : 이현왕 (나보다 1살 형)


- 나하고는 2018년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 동기로 알게 됨.


- 5수생 한의사로 우왕 이현왕이라는 유튜브 채널 운영 중


- 본업인 한의사 외에도 사주풀이 전문가, 파도 서핑 강사를 하고 있음. 지금은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있는 아주 특이한 형.


Q는 나, A는 현왕이 형의 답변. 내가 해외에 있으므로 카톡 및 전화로 이야기. 와닿았던 부분은 빨간색 볼드 처리 할 것. 글이 기니깐 스압 주의.


————-


Q. 형 나 뭐해먹고 살지?


A. 진로 고민하는 글 읽어봤는데, 무슨 직업을 택할까를 고민하기 전에 나는 어떤 가치관을 지니면서 살고 싶을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할 듯. 이 가치관을 확립한 다음 이걸 이룰 수 있는 직업을 택하면 될 것 같은데.


Q. 형 너무 추상적인 이야기인거 같아. 가치관이라는 말만큼 추상적인게 또 어디있어.


A. 아냐 그렇지 않아. 너가 이런 쪽으로 고민을 많이 안해봐서 그래. 나는 이걸 몇 년을 고민했었고 또 주변에서 이런 고민을 하는 친구들하고도 의견 교류를 많이 했었단 말야. 그래서 지금은 내가 이런 것을 좋아하고 이럴 때 행복하구나 하는걸 알아.


Q. 흠 그래? 근데 나 스스로를 안다는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잖아. 내가 나에 대해서 아는거 같으면서도 모르겠고. 어쩔 때는 이런데 어쩔 때는 또 저렇고. 도저히 모르겠어. 개 졸라 어려움.


A. 그러면 질문을 하나 해볼게. 너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었던 년도는 언제야?


Q. 음.. 나는 2017년이 제일 행복했어.


A. 저 때 행복했었던 이유는?


Q. 이유야 여러가지지. 일단 저 때 나는 성균관대 4학년이라는 신분이 있었어. 졸업반이라 학점을 많이 듣지는 않았어도 일주일에 3일씩은 학교에 꾸준히 갔었고. 이 때 포커스립이라는 대학생 발표연합동아리도 만들고, 크립토펙터라는 대학생 암호화폐 학회도 만들어서 회장, 부회장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계속 만났었어. 또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본성이 착하고 날 많이 좋아해줘서 애정과 사랑도 많이 받았었어. 또 코인이 막 태동했던 시기라 운 좋게 초반에 투자하면서 하루하루 돈을 버는 재미가 있었어. 뭐 이렇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4가지 조건 때문이네.


1. 성대생이라는 대학생 신분이 유지가 됐던 시기

2. 가상화폐 태동기 초반에 코인 투자를 하기 시작해 꾸준히 돈을 벌며 점점 가난을 탈출해가고 있었음

3. 포커스립과 크립토펙터란 동아리를 만들어 사람들을 많이 만났음. 또 전국 최초의 가상화폐 동아리라는 타이틀 덕에 공중파 3사 방송과 중앙일보 같은 언론에 출연을 했었고 대형 출판사에서 도서를 출판하는 기회도 가지게 됐음.

4. 나를 많이 아껴주고 좋아해주던 본성이 착했던 여자친구가 있었음.


2017년이라는 한 해가 행복했던 이유를 논리적으로 분석해보면 이런 조건식들 때문이었던 것 같아. 반대로 2018년부터 갑자기 인생이 빡세지기 시작한 이유는 코인 하락장이 와서 돈을 날렸고, 이렇게 되니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도 사그라들어 방송이나 언론에서도 나를 더 이상 불러주지 않았고, 날린 돈 복구해보겠다고 미친듯이 코인에 빠져 살다가 도박쟁이 폐인과 다름 없게 되어 여자친구와 결국 헤어졌고, 군대 미룰려고 들어간 로스쿨은 한 학기만 다니다 휴학을 해버리니 사실 상 백수 상태가 되어 나를 나타내는 신분이 사라져버렸어. 성균관대 휴학생 타이틀은 간지가 나는데 전북대 로스쿨 휴학생은 뭔가 간지가 안나더라고. 그리고 휴학도 20대 초중반 때나 괜찮지, 20대 후반에 코인한다고 이러니깐 나 스스로도 한심하고 뭔가 아니다 싶고 그랬음.


비트코인으로 비유하자면 2017년이 내 인생 최고 상승장이라 8000만원 최고점 찍었을 때였어. 2018년부터 슬슬 하락장 쳐 맞기 시작하더니 2019년에 군대 입대하고 나서 롱 뚝배기가 터져버린거지. 인생 차트가 이런식으로 개 폭락해서 지금은 비트코인 가격 500만원 된 상황 같음. 하 시바..


Q. 음 너 얘기를 들으면서 내가 드는 생각은 나는 사람마다 지향하는 충족점이 두개가 있다고 생각하거든


성취 지향적인 삶에 대한 충족

관계 지향적인 삶에 대한 충족


이건데. 이게 사람마다 추구하는 지향점의 비율이 다르다고 봐. 극단적으로 성취 100 , 관계 0 이렇게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거고. 성취 90, 관계 10 이런 식으로 비율을 가져가는 사람은 있겠지. 아니면 성취 50 관계 50 이거나, 성취 20 관계 80 이런식으로 가져가는 사람들도 있겠고. 너가 2017년에 행복했던 이유를 살펴보면 성취도 관계도 모두 충족이 됐었잖아.


동아리 회장 하면서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괜찮은 여자친구도 있고 (관계 지향 충족)


돈도 벌고, 방송과 신문에도 많이 출연하고, 책도 출판하고 (성취 지향 충족)


나는 이게 둘 다 충족이 되야 사람이 행복하다고 봐. 어느 한쪽만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충족되어서도 안되고. 가장 불행한 것은 둘 다 충족이 되지 않거나 어중간하게 충족이 되는거겠지.


내가 너를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봐오며 느낀건데 너는 너가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는 것보다 성취보다는 관계에 비율이 더 높은 사람인거 같아. 너가 논리와 이성에 의해 살아가는 사람이고, 감성적인 영역과 사회성이 떨어지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러면서도 생각보다 사람을 아주 많이 좋아해.


Q. 형은 내가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거야?


이거는 너하고 내가 살아온 가정 환경과 성장 환경이 비슷해서 내가 알 수 있는 부분인거 같아. 너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 두개가 있잖아.


1. 가난했다.

2. 가족한테 우리가 의지 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됐다.


이러다보니깐 너하고 나는 둘 다 애정결핍이 엄청나게 강한 사람들이라고. 왜냐면 세상을 살면서 가족이라는 존재에게 의지를 하거나 사랑을 받아 본적이 없으니깐. 너하고 나는 둘 다 세상을 살아 오면서 누군가랑 같이 간다는 느낌이 없었잖아? 그냥 인생은 혼자 사는거다. 독고다이다. 이러고 알아서 크고 마이웨이로 인생 개척하면서 살아왔잖아.


Q. 그랬지. 그런 성장환경에서는 형이랑 나랑 비슷하지


A. 내가 아까 전에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기 전에 먼저 가치관을 확립하는게 중요하다고 했잖아. 바로 이런 관계지향이나 애정결핍이 내가 많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은 후에 내 가치관에 대한 정립을 나는 시작을 했어.


Q. 형의 가치관은 어떤거고 형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데?


일단 그 전에 내가 몇 가지 배경을 먼저 얘기해줄게. 사람들이 자살을 많이 해. 특히 우리나라는 더더욱. 한국은 세계 1위의 자살율을 가지고 있잖아? 그런데 가만히 보면 동물들은 자살을 안해. 사람만 자살을 해. 나는 이게 사람이라는 존재가 너무 똑똑해서 그렇다고 생각을 하거든. 동물과 달리 생각을 하고 판단을 하니깐 자기가 불행하다는 것을 알아서 자살을 하는거지. 그래서 인생은 고해라는 말도 있는거고.


그런데 이게 꼭 우리 시대 때만 이랬던 것은 아닐거야. 과거에도 그랬을거야. 그래서 사람들은 두가지의 발명품을 만들어.


‘종교’


‘가족’


사람이라는 존재는 혼자 있으면 엄청나게 외롭고 불행해서 자살까지 할 지경이니깐. “의지 할 곳이 필요했던거지”


결국에는 가족도 종교도 인간이 더럽게 외로우니깐 존재하는거야. 사람이라는 존재는 믿고 의지 할 수 있는 대상이 반드시 필요해. 그런데 너를 보면 가족은 그냥 사실 상 없는 존재인 수준이잖아. 너는 종교도 믿지 않고. 하지만 사람이란 존재는 외로울 수 밖에 없단 말이지?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그런데 우리는 의지할 수 있는 이런 대상이 없이 살아왔던거야.


여기서 너와 내가 이것을 해결하는 대처법이 다른거지. 일단 동은 너 같은 경우는 이 외로움을 태워서 노력으로 써버려. 어차피 인생 밑도 끝도 없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올라왔으니깐, 까칠하게 앞 뒤 안 가리고 할 말 있으면 다 하고 삐딱하게 세상을 바라보는거지. 무시 당하거나 달성해야 하는 것이 있으면 죽어라 노력해서 올라가버리고. 물론 이런 태도에서 기인하는 전문성과 창의성은 분명 존재해. 그러니깐 너가 남들보다 큰 성취를 이루면서 살아온거고. 외로움을 연료로 태워버렸으니깐. 한 마디로 반골인거지.


그런데 나는 생각이 달라. 너는 실제로는 관계 지향적인 삶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 같은데 행동은 성취 지향적 것들만 하고 살았잖아. 나는 내 가정 환경이나 성장 환경을 생각했을 때 성취보다는 관계 지향적인 행동을 많이 하고 살아야겠다고 느꼈어.


바로 여기서 관점의 차이가 있는거야. 물론 나도 성취를 비율상 꽤 중요하게 생각해. 그러니깐 5수까지 해서 한의대에 갔고, 유튜브도 하고 그러는건데 이 성취에 대한 비율보다는 관계가 압도적으로 나한테는 중요한 비율인거야. 한의사라는 직업과 유튜브 또한 어떻게 보면 관계라는 가치를 이루기 위한 도구로 성취를 한 것이지.


Q. 형이 그런 관점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어?


너도 주변에 성공한 어른들을 많이 만나봤겠지만 나도 그랬었거든. 그런데 분명 사회적으로 돈도 많이 벌었고 명예도 있는 사람인데 막상 만나보니깐 외롭고 불행해보이는 사람들이 많았어.


그런데 그런 어른들 중에서 어떤 분들은 그나마 덜 외로워 보이고 덜 불행해보이는거야. 어차피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존재지만 그래도 확실히 이 정도면 괜찮은 삶이라고 느껴지는 40~50대 어른들이 있더라고.


이런 어른 분들을 만나고 여러 이야기를 해보면서 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뭘까? 내가 고민을 많이 해봤었거든.


결론은 이거였어. 이 사람들은 “남들에게 계속해서 무언가를 주는 사람들이구나” 이게 꼭 돈이나 사회적 위치 이런 것만을 이야기하는게 아냐.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것도 무언가를 주는거고, 웃기게 해주는 것도 무언가를 주는거고. 하물며 연예인들을 보면 그냥 잘생기거나 예쁜 것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주고 있잖아. 아니면 개그나 연기를 통해서도 무언가를 주기도 하고.


이런 어른들을 보면서 “나도 50대가 되었을 때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를 찾아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그러면서 내가 추구하는 인생의 가치관. 즉 내 삶에서 가장 원하는 것을 이렇게 정의를 했어.


“나는 내가 죽을 때 사람들이 나를 위해 최대한 많이 울어줬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생 동안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계속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구나. 이런 정의를 내린거지.


Q. 형은 무언가를 주고 싶은건데?


A. 내가 요즘에 느끼는건데 진짜 세상에 안 힘든 사람이 없어. 모두가 힘들어. 너 조건이나 스펙 좋지? 이 세상에 너가 가지고 있는 학벌이나 능력, 성취, 재산 이런거 부러워하는 사람들 진짜 많을걸? 그런데 너조차도 힘들어. 너도 이 정도인데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겠어. 그냥 세상에는 이렇게 힘든 사람들만 가득한거야.


내가 한의학 공부를 할 때 주로 정신과 위주로 했잖아. 돈이 많아도 사회적으로 성공했어도. 그냥 세상 사람들 다 힘들구나. 그런데 내가 연예인처럼 잘생긴 것도 아니고, 연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니 이런 예술의 종류로는 사람들을 위로 해 줄 수 없을거란 말이지?


그래서 생각이 든 게 그러면 내가 잘하는 능력으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계속 주는 사람이 되자. 이것을 느끼게 된거야. 내가 잘하는거를 정의하면 이렇단 말이지.


‘누가 몸이 아프다고 하면 한약을 지어 줄 수 있다.’

‘누가 고민이 있다고 하면 사주를 봐줄 수 있다.’

‘한의대에서 정신과 쪽을 전공하며 상담과 미술치료를 배웠으니 이것으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다.’

‘바다에서 서핑을 가르쳐 줄 수 있다.’

‘공감을 잘 해주고 / 편안함을 주고 / 재밌게 만들어 줄 수 있다’


너는 ENTP라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면이 강한 사람이지만 나는 ENFP라 감성적이고 공감 능력이 강한 사람이잖아. 나는 누구를 만나든 그 사람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고, 공감 수치를 최대한 끌어올려서 그 사람에게 맞춰 줄 수 있어. 이성적인 T와 달리 감성적인 F라서 나는 이게 자연스럽게 돼. 우리가 대한민국 인재상 모임 때 처음 친해지게 된 것도 내가 너에게 다가가 편하게 이야기 하면서 친해지게 됐었잖아. 나는 그렇게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걸 잘할 수 있어.


문제는 나에게는 이 같이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이거를 어떤 식으로 어떻게 줘야 할지 그동안 감을 잘 못잡고 있었단 말이지. 그러다 최근에 이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됐어.


Q. 어떻게 얻게 됐는데?


A. 혹시 유튜버 중에 ‘이십이세 상진’이라고 알아?


Q. 아니 처음 들어봐


A. 이 사람이 10만명이 넘는 유튜버거든. 꽤 유명해. 그런데 우리보다 나이가 훨씬 어려. 유튜브 이름처럼 나이가 22세야. 내년에는 이십삼세 상진으로 이름을 바꿀거야. 매년마다 이십이세, 이십삼세, 이십사세 이런 식으로 유튜브 이름을 바꾸는거지.


이 친구가 하는 컨텐츠가 뭐냐면 이게 진짜 우리나라에서 가장 독보적이라고 보는데. 강원도에 도네이션 하우스를 운영을 해. 이 도네이션 하우스라는게 뭐냐면 숙박비를 안 받아. 도네이션이라는 뜻대로 그냥 와서 1달 동안 살다가 원하시는 만큼만 기부하고 가시면 돼요. 이런 컨셉이야. 만원을 내도 되고, 십만원을 내도 되고, 돈이 없으면 안내도 돼. 내는 사람 마음이야.


이 친구가 이런 도네이션 하우스를 운영하는게 돈을 벌려는 목적이 아냐. 사람들이 전부 외로우니깐. 돈이 있던 말던 힘드니깐. 다들 뒤지게 힘들잖아. 그리고 또 우리나라는 잘못된 문화가 있어서 우울증이나 정신병이 있는 사람들이 정신과도 안 가잖아. 거기 가면 낙인 찍히는 것 같고, 실비보험도 가입 안되고 문화적으로 아예 터부시 되니깐. 이런 것을 해소해주는게 가족이나 종교인건데 요즘 1인 가구도 급증하고 있고 무신론자들도 급증하고 있잖아. 어디서도 이 외로운 마음을 케어 받지 못하니깐 그렇게 많이 자살을 하고 불행을 느끼는건데.


이 상진이라는 유튜버는 그냥 우리 도네이션 하우스에 와서 돈 걱정 없이 마음 치유하고 가세요. 이런 컨셉인거야. 어디서도 사람들의 이 힘든 마음을 케어를 못해주니깐. 그냥 1달 동안 편하게 와서 쉬고 가세요. 다들 힘드니깐 좀 쉬다가세요.


Q. 힐링 컨셉이구나.


A. 그렇지. 힐링 컨셉이지. 내가 몇달 전에 여기 도네이션 하우스를 갔다왔어. 그리고 배운게 있어.


Q. 어떤거야?


A. 와 여기 한국이 아닌 것 같다. 마치 딴 세상에 있는 것 같다. 혹시 너 어렸을 때 교회 가 본적이 있어? 지금처럼 너가 많이 배워서 종교를 불신하기 이전에.


Q. 중학교 때 몇달 다녀봤지.


A. 그 때 혹시 멜랑꼴리 해지는 감정 느낀 적 있어? 뭔가 이 느낌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힘든데 힐링이 되고, 센치해지고, 은혜로운 느낌 같은 그런거.


Q. 응 있지. 중학교 때 교회 수련회 다녀왔는데 그런 기분 느낀 적 있었어. 뭐 근데 그거 지속효과 3일 밖에 안 가던데. 자꾸 헌금 안 내는거 눈치 주는거 같아서 걍 그 이후로는 안감.


A. 내가 상진이네 도네이션 하우스에 있으면서 이 맬랑꼴리한 기분을 한달 내내 느끼면서 살았어. 엄청 힐링이 되고 행복한 기분.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종교지도자이겠구나. 교회의 목사이든 성당의 신부이든, 절의 스님이든. 이 사람들은 정말 큰 위로와 힐링을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사람들인거잖아.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데 그 무언가를 주는게 저런 맬랑꼴리한 감정인거잖아. 아 나도 이런 비스무리한 것을 주는 사람이 되면 되겠구나 싶더라고.


Q. 그래서 플랜을 어떻게 세웠는데?


일단 나는 사람들을 만나는게 너무 좋아. 그리고 애정결핍이 크기 때문에 나는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싶어하는 욕망이 커. 다행히도 사회성이 좋은 편이라 어딜가나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어줘서 다들 나를 좋아하고 내 옆에 있으려고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줄 수 있는 것 이것을 종합해봤을 때 강원도의 상진 도네이션 하우스처럼 제주도에서 이런 내 능력을 나눌 수 있는 도네이션 하우스 비슷한 것을 만들자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지금은 제주도에 있는 친구의 게스트 하우스에 와서 일을 도와주며 여러가지 운영 같은 것을 배우고 있는거야.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저 사람은 마음이 정말 아프구나 싶은 사람들이 있거든? 이게 보통 30대 초반의 남자들. 그러니깐 우리 나이 또래, 같은 성별의 사람들이 이게 있어.


막 와서 내가 이번에 부동산을 샀다~ 자동차가 뭐가 있고~ 연봉이 얼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는 해. 대부분 30대 초반 남자들이. 생각해봐. 이 멀리 제주도까지 여행 온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는 편하게 쉬고 싶고, 재밌게 놀고 싶어서 온거잖아. 그런데 왜 여기와서까지 서울에서 듣는 저런 조건이나 잘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 하냐 이거지.


물론 이런 것에 꽂히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 조건이 좋고 잘나가는 것을 중시하는 사람들. 그런데 거꾸로 공감대나 편안함, 재미를 중시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거든. 둘 다 가지면 좋겠지만 어쨌든 여행지에서는 후자가 압도적으로 중요한 가치인거잖아. 이 사람들이 저런 조건을 말함으로써 인정 받고 싶어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구나. 그것은 알겠는데 후자는 잘하지 못하는구나 싶은거지.


나는 여기 게스트하우스에서 친구 일 도와주면서 내가 한의사라는거 안 밝혀. 그냥 백수이고 친구 일 도와주고 있다고 그래. 아니면 사주 봐주는 철학원 비슷한거 하는 사람이에요 이렇게 말해. 여행와서까지 사람들이 내 잘난 척 듣고 싶어 할거 같지 않으니깐. 사람들 편안하게 해주고 사주 봐주면서 그냥 나를 필요로 해주는 것 자체가 좋다. 이런 가치관인거지.


이런 본질 자체가 중요한거지 조건은 부가적인거잖아. 그냥 무조건 내 옆에 오면 이 사람은 힐링이 되어야 한다. 이 목적으로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줘.


그런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나는 너도 진짜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게 많다고 생각하거든.


예를 들어 너가 로스쿨로 복학을 해서 변호사를 한다고 가정해보자고. 세상에는 잘 사는 집에 태어나서 비싼 사교육 받아 서울대 가고, 변호사 된 사람 수도 없이 많을거야. 몇 백명, 몇 천명 쫙 깔렸다고.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힐링을 줄 수 있을까?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서울대 나온 엘리트에요. 멋지죠? 이런 조건에 대한 우월감을 뽐낼 수는 있어도 박탈감만 주지 힐링은 줄 수 없다고.


그런데 너는 다르잖아.


기초생활수급자에 4형제 중 장남이었어요. 중학교 때 왕따 당해서 일진들한테 집단으로 맞아 병원에 입원 한 적도 있고 성적도 꼴등이라 기술 배우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이후로도 대학교 중퇴만 2번 했고, 4수해서 성균관대에 겨우 들어갔어요. 코인해서 돈도 많이 벌어봤고 로스쿨 졸업해서 변호사도 됐는데 별로 행복하지는 않아요. 사람들한테 힐링이나 줄래요. 이런 스토리가 가능하잖아.


내가 봤을 땐 그냥 너라는 사람 자체가 울림이야. 솔직히 예전 70년, 80년대야 가난했는데도 열심히 공부해서 너 같이 된 스토리가 있었지. 요즘 1990년대 이후 출생자 중에 누가 그렇게 있냐고.


부잣집에서 태어나 강남에서 좋은 사교육 받고 서울대 가고 이런 사람들은 많이 있겠지. 너 같은 스토리를 가진 사람이 우리 세대 중에 얼마나 있겠냐고.


어차피 저렇게 좋은 교육 받고 자란 엘리트들하고 경쟁해봐야 레드오션이잖아. 그런데 너는 너만이 가지고 있는 퍼스널 브랜딩. 살아온 삶 자체가 누구도 못 가지는 독보적인 힐링 컨텐츠잖아. 결국 너가 감성적인 부분을 채우면서 사람들을 더 위할 줄 알고 공감할 줄 알고, 위로 해줄 줄 아는 능력만 키우면 되는거야. 너가 이런 능력을 가지고 너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위로해주면 정말 큰 울림과 용기를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쪽으로 한 번 선택을 해보는 것도 고민을 해봐. 꼭 로스쿨에 복학해서 변호사를 안하더라도 무슨 직업이 됐든간에 말야.


실업계 고교 출신에 기초생활수급자에 왕따까지 당하던 사람이 여기까지 왔다는 것 자체가 진짜 울림이 있는데 너무 지금 그걸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 같아. 굉장히 아까워.


Q. 알았어. 그 부분은 잘 고민해볼게. 마지막으로 궁금한게 형도 가난하게 산 편이잖아. 그런데 형은 어떻게 돈을 그렇게 잘 쓰고 다닐 수 있어? 나는 아까워서 못 쓰겠던데.


A. 예전에 내가 너가 살았던 대전의 월평동 주공아파트. 거기 경훈이하고 같이 너 따라서 너네 가족들한테 인사한다고 가봤다가 충격받았었잖아. 10평도 안되는 오래된 단칸방 같은 곳에 6명 가족이 살았던거 직접 눈으로 보고. 얘가 나는 진짜 가난했었어라고 말한게 구라 친게 아니었구나. 이건 내 관념으로는 상상 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선 가난이었구나. 경훈이도 옆에서 같이 충격 받고 “현왕이 형 형 집에는 책상이 있었지?” 내가 “응” 이러니깐 “형은 정말 큰 부자였구나.” 이래서 내가 “맞아” 라고 인정 할 수 밖에 없었을 정도의 컬쳐 쇼크.


그렇게 너가 살아온 배경을 내가 직접 눈으로 목격해봤으니깐 너가 극도로 돈에 대해서 절약하고 아끼는 것은 이해가 되거든. 그리고 너가 대학생 때 가난을 탈출하겠다는 절실한 욕망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결국 그걸 해냈다는게 대단하다고 생각을 하고.


그런데 솔직히 너 그 정도 벌었으면 다시 가난해질 일은 없잖아. 욕망도 채워졌잖아. 내가 봤을 땐 지금 너가 가지고 있는 돈에 대한 태도는 ‘집착’이야. 이건 이제 예전과 같은 가난 탈출이란 숭고한 목표가 아닌 집착이라는거지.


너가 종교가 없다고 말을 하는데 나는 실제로 넌 돈이라는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그런데 나는 이 돈이라는 종교를 믿지 않아. 그러니깐 쓸 수 있는거야.


나는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서 앞으로 돈을 못 벌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내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주고 사회성이 좋으니깐 주변에서 이것저것 갖다주려고 해. 좋은 기회가 있으니깐 같이 비즈니스를 하자고 나를 땡기는 사람들도 많고 서로 나를 챙겨주려고 하고. 이런거 보면서 아 나는 주변에 사람들이 많으니깐 돈을 좀 못 벌어도 되겠구나. 어차피 굶어죽을 일은 없겠다 이렇게 생각하는거지.


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나를 편하게 느끼는게 내가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주는거라고 생각한다고 했잖아. 그래서 누구를 만나든 항상 내가 밥을 사려고 하는거야. 왜냐면 누군가는 내색은 안해도 나를 만날 때 금전적 부담을 느낄 수도 있잖아. 나는 누구를 만나든 내가 만나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내 가치관이니깐, 내가 결제를 해서 이 사람이 부담이 안됐으면 좋겠다 생각을 하는거지. 결국에는 돈이라는 것이 이런 관계를 위해 쓰여야 하는거 아닐까? 사람들하고의 관계가 좋고 그러면 돈 벌 기회는 자동으로 따라 올 것 같은데.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죽을 때 내 통장에 있는 돈이 생각 날 것 같지 않아. 너는 돈이 종교니깐 생각이 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죽을 때 돈이 아닌 나를 위해 슬퍼해주고 울어줄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게 생각 날 것 같아서. 돈이라는 종교를 믿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깝지 않게 쓸 수 있는거야. 너가 앞으로 무엇을 추구하며 어떻게 살지 잘 생각해봐.


원문 링크 : https://m.blog.naver.com/no5100/2227115919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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