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지인이 말했다.
"아내가 소파에서 골아떨어져 있으면 조용히 이불을 덮어주는 사람이 있고 깨워서 방에 들어가서 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요. 내 남편은 굳이~ 단잠을 깨워서 방에 들어가라고하는 쪽이야. 난 그냥 이불을 덮어줬으면하는데..."
생각해보면 조용히 이불을 덮어주며 더 잘 수 있게 해주는 것도, 방에 들어가서 편히 자기를 바라는 것도 다 마음의 표현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어쨌든 잠든 아내를 위해 뭔가를 하는 것이니 말이다.
결국 나와 맞고 안 맞고의 차이인 것인데 그것이 참 어려운 것이 아닐 수 없다.
나의 아빠는 주말 아침 곤히 자고있는 딸을 굳이굳이 깨워서 뭔가를 먹이고 "이제 다시 자거라!"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먹는 것보다 잠이 소중한 딸에 대해 이해하기보다는, 당신이 생각한 그 시간에 뭔가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달까.
이제와서는 그것 역시 사랑이라는 것을 안다.
일방적이고, 상대방은 원하지 않는 방식이나 그 역시 일종의 사랑의 표현이다.
아마 그래서 나의 부모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하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것을 통제하기를 원하는 남자에 비해, 여자는 너무나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자유롭고 해맑은 여자의 영혼은 남자가 느끼기엔 대책도 철도 없는 어린아이와 같았을 것이다.
어지간히도 안 맞는 두 사람이 자식을 키워내야한다는 책임감 아래 20여년을 같이 살고,
자식들이 장성해 떠난 다음부터 또 약 20여년은 헤어져서 살았다. 법적으로 헤어지지 않는 것은 단지 자식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필요는 없어서라 했다.
자식들은 항상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욕하고 탓하는 말을 들어야했고,
나는 때론 동조했고, 때론 항변했다.
그들의 관계로 인해 한동안 나는 처참히 괴로웠다.
가족은 서로 힘이 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를 괴롭히는 존재 뿐인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본인 방식의 사랑의 표현으로 오히려 상대방을 괴롭히는 게 우리 가족의 모습이었으니까.
투병 중인 아빠를 보러 들른 언니 집.
굳이 하루 자고가라고 하여 밤늦도록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 늦게 잠들었는데 새벽같이 우리 둘을 깨운다.
칫솔로 박박 닦아 놓은 산삼을 한 뿌리씩 주며 "공복에 먹어야해. 이거 먹고 자. 꼭꼭 씹어먹어. 그리고 이따 두시간 쯤 후에 아침을 먹으면 돼. 너희가 아빠 챙기느라고 기운이 빠졌을거야. 꼭꼭 씹어 다~ 먹고 또 자~"
졸음에 거의 눈을 감다시피 하고서는 주는대로 산삼을 받아 영혼없이 씹다가 언니와 나는 서로의 모습을 보고 웃음이 터졌다.
그래. 이게 아빠 방식의 사랑이지.
그래도 아빠가 남은 시간 원없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게 우리의 도리겠지.
겨우 다 씹어 넘기고 다시 침대에 누우며,
"언니야. 나는 아빠랑 못살아.ㅋㅋㅋㅋㅋㅋ 언니 대단하다.ㅋㅋㅋ"
"아니야~ 아빠 가끔 저러면 귀여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