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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센레 비지 Oct 31. 2019

자주 가는 헌책방이 있다

자주 가는 헌책방이 있다. 한 번은 한참 책을 고르고 있는데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책이 한가득 담긴 박스를 안고, 책방 주인에게로 가는 것이었다. 책을 팔러 왔나 보다,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는데 책방 주인이 딱 한마디 한다.

"안 사요." 내 쪽에선 여자의 뒷모습만 보였지만, 당황스러운 표정이 훤히 보이는 것 같았다. 책방 주인이 덧붙인다. "안 팔려요, 이런 책은." 멀리서 언뜻 보니 로맨스 소설 시리즈였다. 박스를 그대로 안고 돌아가는 여자의 뒷모습이 안타까웠다. '저기... 집은 가까운 거죠?' 괜한 걱정도 하게 되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책을 팔러 갔다. 팔 책은 여러 권 있었지만 나름 새것 같고 무난하다고 생각한 책으로 4권만 가지고 갔다. 그 사이엔 박민규 작가의 책도 있었는데, 센레도 가지고 있는 책이라 한 권은 팔기로 결정했다. 소장할 가치가 충분했고 만약 한 권만 갖고 있었다면 팔지 않았을 책이다.

헌책을 팔면서 큰 돈을 받을 거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저 물물교환할 수 있는 정도이길 바랐다. 책방 주인이 나의 책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빠르게 스캔한 뒤 귀찮은 듯 말했다. "이 책(박민규 작가 책)은 2000원, 나머진 안 사요." 어쩐지 익숙한 장면이다. 순간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질문이 툭 튀어나왔다. "이 책들은 왜요?" 그러자, 익숙한 대답이 돌아온다. "이건, 안 팔려."

팔려고 가지고 나간 책을 다시 갖고 오기도 그래서, 내 쪽에서 좀 사달라고 부탁을 했다. 책방 주인은 선심 쓰듯 "3권 1000원."이라 말했고 그때의 표정은 정확히 '싫음 말고.'가 아니었을는지. 
(까칠한 말투는 아니고, 말을 길게 하는 성격이 아닌 거 같았다.) 물물교환은커녕 헌책 한 권 값도 못 벌고 헌책방을 나오는데, 왠지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다음엔 꼭 팔릴만한 책을 골라가야지 하는 오기가 들었다.


중고책 사고팔기는 알라딘이나 예스24 같은 대형서점보다는 동네 헌책방을 이용하고 싶다. 작은 가게만의 매력을 가진 곳들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체인점으로만 가득한 도시는 구경하는 재미가 없으니까. 그래서 난 오늘도 책장을 천천히 스캔해본다. 누군가에게 발견의 기쁨을 줄만한 책을 찾는다. 내가 헌책방에서 늘 그런 기쁨을 느끼듯이 말이다. 다시 읽지 않을 신간 몇 권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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