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책 ‘제목’에는 ‘제 목’이 걸려 있다!

세상의 토픽(TOPIC) 감이 될 수 있는 5가지 책 제목 정하기 비법

책 ‘제목에는 제 목이 걸려 있다

세상의 토픽(TOPIC) 감이 될 수 있는 5가지 책 제목 정하기 비법     


책 제목을 따라 하면 그 책을 따라잡지 못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원서 제목은 《Whale done》이다, 이걸 원서 제목에 맞게 번역한 책 제목은 《You Excellent : 칭찬의 힘》였다. 출간 후 얼마간 반응을 보이다 멈춰버렸다. 책 제목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로 바꾼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아직도 받고 있다. 똑같은 내용인데 독자들에게 처음 다가가는 제목을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서 전혀 다른 반응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제목은 책을 통해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읽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책 쓰기보다 더 어려운 게 제목을 정하는 것이다. 100페이지 내외의 책 원고를 한 마디로 농축해서 표현하는 게 제목이다. 길게 쓰는 것보다 짧게 자신이 말하고 싶은 핵심을 한 줄로 말하는 게 더 어렵다. 보통 제목에 들어갈 키워드는 본문에 들어 있다. 자신이 쓴 책을 반복해서 읽다 보면 독자들에게 매혹적으로 다가가면서도 짧지만 심장에 꽂히는 촌철살인의 제목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제목을 정하는 비결은 불행하게도 없다. 다만 제목만 봐도 어떤 책인지를 알 수 있어야 하면서도 독자들이 읽고 싶게 만드는 카피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제목을 봤을 때 무슨 책인지 짐작은 가지만 너무 틀에 박힌 식상한 제목이면 독자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우리가 책이라고 부르는 물건은 진짜 책이 아니라, 그 책이 지닌 가능성, 음악의 악보나 씨앗 같은 것이다. 책은 읽힐 때에만 온전히 존재하며, 책이 진짜 있어야 할 곳은 독자들의 머릿속, 관현악이 울리고 씨앗이 발아하는 그곳이다. 책은 다른 이의 몸 안에서만 박동하는 심장이다”(99쪽). 레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에 나오는 말이다. 책은 저자가 썼지만 결국 독자의 심장을 뛰게 만들지 못한 책은 종이 묶음에 지나지 않는다. 독자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첫걸음은 제목에서 시작된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도 독자가 책을 사는 첫 번째 관문은 제목이라는 문이다. 저자는 제목 독자를 유혹하는 데 성공해야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독자로 하여금 읽게 만들 수 있다. 제목을 정하는 단 한 가지 비결이나 첩경은 없다. 제목은 여러 권의 책을 쓰면서 자신이 책 전체를 통해서 하고 싶은 메지로 압축하고 농축해서 뽑는다. 그 비결과 첩경도 존재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을 정하는 몇 가지 원칙과 전략을 제시할 수는 있다. 문제는 이대로 한다고 저자와 독자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제목이 자동적으로 나오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책 제목을 정하는 원칙과 전략을 논하기 이전에 이렇게 제목을 장렬히 전사하는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는 게 우선일 거 같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책이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하면 소위 따라 쟁이들이 뒤를 꼬리를 물고 출간된다.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의 영어 원서 제목은 《Fish!》였다.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은 활력을  잃은 일터를 어떻게 하면 에너지 넘치는 일터로 바꿀 것인지에 관한 일종의 조직개발이나 활성화 관련 책이다. 그 후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2탄인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그 후 이야기》와 3탄인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3 - 비실비실 팀 구출하기》를 번역했지만 장렬히 전사했다. 다른 출판사에서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책, 《성공하는 삶을 위한 Fish! 철학》도 또 나왔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비슷한 컨셉을 계속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독자들의 식상함이 표현된 결과다. 그 후 ‘펄떡이는’이라는 말이 들어간 책이 우후죽순처럼 출간되었지만 독자들은 외면했다. 예를 들면 《펄떡이는 영어》, 《교실 밖, 펄떡이는 경제이야기》, 《펄떡이는 길거리 경제학》, 《교실 밖, 펄떡이는 환경이야기》 등이 ‘펄떡이는’ 말에 무임승차해서 책을 냈지만 불행하게 모두 헐떡거리다 자취를 감추었다. 《펄떡이는 물고기처럼》과 같은 저자인 스티븐 C. 런딘(Stephen C. Lundin)의 다른 책 제목은 《Top Performer》였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최고의 성과자》다. 하지만 이 책을 번역할 때 제목을 《한 걸음만 더 - 절을 희망으로 바꾸는 마지막 행동》으로 바꿨다. 비슷한 예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가 베스트셀러가 등극하니까 비슷한 치즈 컨셉을 갖고 다양한 책들이 뒤를 이었다. 예를 들면 《누가 내 치즈를 잘랐을까》, 《치즈 내 것 만들기》, 《내 버터는 어디로 가버렸지?》, 《나의 치즈를 지키는 노하우》, 《어떤 쥐가 치즈를 찾을까》, 《내 치즈는 내가 옮긴다》, 《누가 도시락을 훔쳐갔을까?》, 《누가 내 고객을 훔쳐갔을까?》, 《누가 내 기쁨을 훔쳐갔을까》, 《치즈를 찾아서》, 《내 치즈는 어디서 왔을까》, 《치즈를 찾아라》 등 아직도 비슷한 컨셉의 책이 줄을 잇고 있다. 성공체험의 덫에 걸려 비슷한 제목을 흉내 내는 어리석음에서 아직도 못 벗어나고 있다.   

 


단숨에 사로잡는 헤드라인헤드를 헤집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1》에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p.11)는 문장이 나온다. 톨스토이의 위 문장을 《총균쇠》를 쓴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다음과 같이 번안해서 적용하고 있다.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은 모두 엇비슷하고 가축화할 수 없는 동물은 가축화할 수 없는 이유가 제각각 다르다”(p.234). 마찬가지 맥락에서 “독자의 사랑을 받는 책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독자에게 외면받는 책은 그 이유가 제각각 다르다.” 독자에게 사랑받는 책은 제목부터가 다르다. “독자의 사랑을 받는 책 제목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독자에게 외면받는 책 제목은 그 이유가 제각각 다르다.” 제목이 모호하고 매력적이지 않은데 사랑받는 책은 고전이나 특별한 경우에 해당하는 예외다. 



칸트의 3대 비판서인 《순수 이성 비판 》, 《판단력 비판》, 《실천이성 비판》이 제목이 끌려서 읽는 사람은 없다. 내용 자체가 어렵기는 하지만 철학사의 한 휙을 그은 고전 중의 고전이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면서 고전을 읽으려고 하는 것이다. 스피노자의 《에티카》가 제목이 매혹적이어서 단숨에 독자들의 관심을 끈 책이 아니다. 앙리 베르그송(1859~1941)도 말했던 것처럼 스피노자는 철학자 중의 철학자였다. “모든 철학자는 두 가지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철학과 스피노자의 철학을.” 우리가 난해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에티카》 책을 읽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그 창조한 ‘코나투스’(conatus)라는 개념 때문이다. 코나투스는 한 마디로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려는 욕구 내지는 의지다. 코나투스가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힘이 생기고 그렇지 않으면 힘이 떨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코나투스를 보존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과 만나면서 나를 완성해나가는 존재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책 내용은 읽을 가치가 없는데 제목을 잘 짓는 기술을 가르치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힘들게 썼는데 이왕이면 독자들이 보다 주목을 많이 해서 읽히는 책이 되려면 제목을 잘 뽑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한다. 독자가 책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끌리는 부분이 바로 제목이듯, 신문이나 잡지의 글을 읽을 때 가장 먼저 주목하는 부분은 헤드라인 제목이다. 헤드라인 제목만 봐도 독자의 헤드를 헤집고 들어오는 매혹적인 제목이 있다. 제목만 봐도 읽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은 강한 끌림이 있는 제목이 있다. 《니체는 나체다》 책을 쓰고 신문에 칼럼을 쓸 때 고민했던 것도 헤드라인 제목을 무엇을 뽑을 것인가 였다. 그때 칼럼 제목을 이 책의 에필로그 제목과 동일한 “화끈하게 벗어야 확실히 보인다”로 잡았다. 한 시간 만에 수만 명이 클릭을 해서 봤다. 2018년 12월 25일, 한 해를 정리할 겸 그동안 만났던 사람을 떠올리면서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라는 글을 브런치에 올렸다. 2019년 2월 11일 현재 18만 명이 넘은 사람이 이 글을 봤고, 공유 자수는 1만 6천 명을 넘었다. “이런 사람을 만나세요”가 아니라 이와는 반대로 부정적인 헤드라인 제목이 더 많은 사람들의 헤드를 헤집고 들어간 것이다.      



끌리는 책 제목독자들의 해외 토픽감이 되다     


세상의 토픽(TOPIC)이 되는 책은 제목 자체만으로 토픽감이다. 그래서 끌리는 책 제목이 되기 위한 5가지 원칙과 전략을 TOPIC 다섯 글자에 담아 보았다.     

Trigger 방아쇠를 당겨 의미를 심장에 꽂아라! 

Originality 독보적인 아이디어로 감탄사를 유발하라!

Parody 익숙하지만 살짝 비틀어 낯설게 하라! 

Intuition 직관적으로 와 닿게 상상력을 자극하라!

Curiosity 호기심을 자극하고 궁금증을 유발하라! 

    

Trigger 방아쇠를 당겨 의미를 심장에 꽂아라     


샤넬 No.5는 100년 가까운 인기를 누려왔지만 점차 고객들에게 점차 인기가 떨어지자 오랜 혁신 끝에 2008년 ‘샤넬 No.5 오 프리미에르’를 출시하면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로 고객을 유혹했다. “마치, 처음처럼” 복잡한 메시지로 오랜 기간 혁신 끝에 신제품을 출시했다고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바로 방아쇠를 당겨 고객의 심장에 꽂히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전달하고 싶은 의미를 심장에 꽂아 제품이 강력한 컨셉으로 의미심장하게 각인되었다. 책 제목도 마찬가지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우리는 자기 자신 이외에 그 무엇도 될 수 없고 될 필요도 없다는 단순한 메시지 하나로 독자들의 심장을 공략했다. 처음 어른이 된 독자들에게 따가운 조언을 to do list로 정리해서 제시한다. 나로 살고 싶은데 잘 안 되는 사람들, 도대체 나로 살아가는 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 그래서 나로 살아가려면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지를 직설적으로 제시했다. 독자들에게 날아든 돌직구는 그대로 심장에 꽂혔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전2권)》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 제목이다. 복잡한 생각과 깊은 지식보다 가볍게 읽고 폭넓게 알고 싶은 독자층의 심리를 정면으로 공격한 책이다. 많이 알지만 깊이는 모르는 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세상, 바쁜 현대인들의 지적 갈망을 꿰뚫어 제시한 책 제목이다. 얕은 지식만 다룬다고 얕볼 수 없는 책, 편협한 지식관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교양의 단면을 제시한 책이다.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는 저자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제목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나도 로맨스 소설로 대박 작가가 되면 소원이 없겠네》는 부제목 '쌩초보도 5주면 쓸 수 있는 돈 버는 로맨스 글쓰기'를 봐도 책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책 제목은 이처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단도직입적으로 와 닿게 정할 때 독자들은 책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간파한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는 책 제목을 보면 도발적이지만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의미가 심장에 꽂힌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앞을 향해 고독한 한 걸음 내딛을 때에, 이성으로 무장하여 나아갈 때에, 진정한 삶의 가치를 얻을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Originality 독보적인 아이디어로 감탄사를 유발하라!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 독보적이 아이디어도 결국 무에서 유를 창출한 생각이 아니라 이미 있는 생각을 낯설게 편집한 결과다. 윌리엄 랠프 윙에 따르면 “독창성이란 들키지 않은 표절이다.” 독창성은 전대미문의 새로운 아이디어라기보다 이미 있는 아이디어를 남다르게 편집한 결과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영국의 시인, 엘리엇은 “어설픈 시인은 흉내를 내고, 위대한 시인은 훔친다”고 했다. 피카소 역시 “훌륭한 예술가는 베끼고(copy),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steal)고 했다. 결국 모든 독창성도 결국은 남의 창의성을 모방하거나 훔친 표절이다. 다만 이전 작품과 교묘하게 다르게 베끼거나 표절한 창작이다.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는 시골 빵집을 운영하면서 깨달은 자본론의 핵심을 말하려는 저자의 핵심 메시지가 독창적이다. ‘자본론 해설’이나 ‘자본론을 기업에 적용하기’와 같은 평범한 제목이었다면 당연히 독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을 것이다.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는 앞의 ‘나무’와 뒤의 ‘나무’가 다르지만 나무의 본질적 속성 중에 ‘나무는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와 연결시켜 운율을 살려 제목으로 만든 것이다. 나무는 씨앗이 떨어진 그 자리에서 목숨 걸고 살아간다. 스스로 옮겨갈 수도 없다. 바람의 힘이나 다른 동물의 힘으로 이동했던 씨앗은 있는 그 자리에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다. 그래서 나무는 절대로 환경을 나무라지 않는다.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는 제목은 언어유희를 가미한 제목이면서 호기심을 자극함과 동시에 한 번 들으면 잊어먹을 수 없는 제목이다. 이 책 제목은 책을 쓰기 오래전에 구상한 다음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책을 쓰면서 책 전체의 방향을 일목요연하고 일이관지 하게 이끌어주었다. 



독보적인 아이디어도 혼자 산보한다고 나오지 않는다.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융복합시키는 가운데 낯선 아이디어가 출산된다. 결국 제목도 제조할 재료가 풍부해야 독보적인 표현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세상 물정의 사회학》은 ‘세상 물정’과 ‘사회학’을 융복합시켜 탄생한 제목이다. 세상 물정에 밝은 사람은 사회학적 지식을 잘 모를 테고, 강단 사회학자는 세상 물정을 잘 모를 것 같다. 《세상 물정의 사회학》은 사회학자의 이론적 태생 배경인 세상 속으로 들어가 거기서 발생하는 사회현상을 사회학적 시각으로 녹여낸 수작이다.    

 


Parody 익숙하지만 살짝 비틀어 낯설게 하라     


거칠게 표현하면 모든 창조는 기시감과 미시감의 산물이다. 와튼 스쿨의 애덤 그랜트 교수는 그의 저서 《오리지널스》에서 이를 ‘기시감(Dejavu)’과 ‘미시감(Vujade)’으로 구분한다. 우리는 기시감(旣視感, Déjà Vu)의 정반대 현상인 미시감(未視感, vuja de)을 경험할 때 현재 상태에 의문을 품게 된다. “기시감은 우리가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전에 본 적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현상을 말한다. 미시감은 그 반대다. 늘 봐온 익숙한 것이지만, 그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기존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함을 뜻한다”(28-29쪽).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는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노래 가사가 연상되지만 사실은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묘지’에 나오는 “바람이 분다. … 살아야겠다(Le vent se lve! Il faut tenter de vivre!)” 구절을 패러디한 제목이다. 늘 봐온 “바람이 분다. … 살아야겠다”는 구절을 차용,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로 바꿔치기한 것이다. 독보적인 아이디어지만 늘 봐온 시구절을 살짝 비틀어 낯설게 만든 미시감의 사례다. 어디서 많이 본 카피나 문구가 제목에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손자병법을 개인에게 적용한 《혼자 병법》 같은 제목이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열심히 ‘내’ 인생을 살기 위해 열심히 살지 않기로 결심한 한 사람의 인생 교훈집이자 대책 없이 아무 때나 열정적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충고나 조언 집이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세상의 가치 기준에 따르지 않고 진짜 열심히 자기 인생을 살기 위해 무조건 열심히 살아가려고 열심히 노력했던 자신을 반성하는 역설적인 책이다. 남들에게 좋아 보이기 위해 남들이 가리킨 방향과 목적을 향해 열심히 살아온 지난 삶을 청산하고 나만의 가치나 방향을 찾아가려는 젊은이 분투노력을 담았다.      



Intuition 직관적으로 와 닿게 상상력을 자극하라!     


정제된 메시지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되 구체적인 이미지가 떠오를 수 있는 제목이 좋다. 설명을 들어봐야 이해가 가는 제목은 아직 미완성 작품이다. 단숨에 독자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제목은 제목 자체에 이미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가 들어 있다.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김현정 베스트셀러 담당은 “예전 같으면 책 광고에 쓰일만한 문구들이 제목으로 쓰이고 있다”며 “독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문장형 제목이 책의 내용을 직관적으로 요약하기 때문”이라며 문장형 제목이 인기인 이유를 밝혔다. 예를 들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은 그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를 직관적으로 상상하게 만드는 책이다. 참을 수 없이 울적한 순간에도 친구들의 농담에 웃고,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허전함을 느끼고, 그러다가도 배가 고파서 떡볶이를 먹으러 가는 자신을 반복해서 경험하는 우울하지만 그럭저럭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마치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는 이성복의 시, '그날'의 마지막 구절처럼 간과할 수 없는 아픔을 참아내면서도 떡볶이는 먹으려고 하는 우리들의 일상 심리를 패러디처럼 풀어냈다. 



문장형 제목과는 다르게 언어유희나 운율을 맞춰서 제목을 정할 경우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생각지도 못한 생각지도》는 생각지도 못한 생각은 생각지도 못한 일을 많이 당해봐야 생긴다는 점을 강조하는 책이다. 앞의 ‘생각지도’와 뒤의 ‘생각지도’는 같은 말이지만 절묘한 차이가 있음을 운율로 대비하면서 표현한 책 제목이다. 생각지도 못한 생각지도를 만들기 위해서 생각의 때를 제거하는 생각 세탁 샴푸를 개발해야 된다는 독창적이 주장을 담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부제목도 “속옷만 갈아입지 말고 생각도 갈아입어라”라는 다소 도발적으로 표현하였다. 책과 더불어 강연제목에도 활용했더니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어떤 내용인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체인지(體仁智)》라는 책은 본래 2년간 주 5회, 총 500회 글을 연재했던 유영만의 체인지(體認知)라는 전자 신물 칼럼 제목이었다. 체인지는 영어 change와 발음이 똑같다는 사실에 주목해서 나를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지식은 내가 직접 체험(體)하면서 깨달은(認) 지식(知) 임을 강조한 컨셉이었다. 체인지(體認知)는 인지(認知)가 중복되는 개념임을 감안, 《체인지(體仁知)》로 바꿔서 책을 출간했고, 다시 개정판을 내면서 지식에서 지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하면서 《체인지(體仁智)》 개정판이 출간된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생각지도》와 《체인지(體仁智)》 책을 엮어서 「생각지도 못한 체인지(體仁智): 체인지(體仁智)의 지혜로 세상을 Change하라」는 강연은 책 출간 이후 아직도 계속 여러 군데에서 요청을 받는 강연 제목이 되었다.      


Curiosity 호기심으로 자극하고 궁금증을 유발하라!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는 책을 보면 우선 당장 호기심이 든다. 왜 영어공부를 절대로 하지 마라는 것일까? 갓난아기가 언어를 배우는 데 문법서를 통해 언어를 습득하지 않는다. 그러니 영문법을 먼저 배우는 영어공부는 절대로 하지 말고 아이가 언어를 습득하는 방법으로 영어공부를 하라는 책이었다. 《공부는 망치다》는 공부는 왜 망치일까 호기심을 자극하고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 책의 아이디어는 신영복 교수의 글에서 얻은 것이다. “공부는 망치로 합니다. 갇혀 있는 생각의 틀을 깨트리는 것입니다.” 아 그제야 이해가 간다. 공부도 망치처럼 기존의 생각을 깨부수는 망치였구나. 《책은 도끼다》가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처럼, 재앙처럼 충격을 주는 책, 깊이 슬프게 만드는 책, 자살처럼 충격을 주는 책이 필요하다.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는 카프카의 말에서 차용한 것과 비슷하다. 책과 도끼, 공부와 망치는 겉으로 보기에는 닮지 않았지만 닮은 점을 찾아내서 연결하는 비유법이 메타포, 즉 은유법이다. A=B다 형식을 띠는 은유법을 사용해서 제목을 지으면 추상적인 공부가 망치로 변신, 망치처럼 공부도 뭔가를 깨부수는 창조적 파괴과정이 공부임을 아는 순간 호기심이 충족되고 궁금증이 해소된다. 



《니체는 나체다》와 유사하지만 또 다른 관점으로 책의 핵심 메시지, 즉 인간의 사고력이 어휘력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니체는 나체다》는 니체 철학의 핵심은 이름 석자로 버틸 수 있는 나력(裸力, Naked Strength)에 찾아 니체가 강조한 신체 우위의 철학을 반영한 제목이다. 신체가 마음을 지배한다는 니체의 디오니소스적 철학을 반영하면서도 ‘니체는 신체다’와 ‘니체는 나체다’를 연결, ‘니체는 전체다’라는 글로 엮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 책 제목이다. 《니체는 나체다》라는 제목도 제목을 먼저 결정한 다음 책을 쓰지 않았다. 책을 쓰면서 책 전체를 관통하는 니체 철학의 핵심 메시지로 독자들을 향해 방아쇠(trigger)를 당겨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심장에 꽂아보려고 노력했다. ‘니체(尼體) 나체다’에서 니체(尼體)를 한자로 풀이한 독보적인 아이디어(originality)로 독자들의 감탄사를 유발하려고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니체가 나체는 익숙한 니체지만 살짝 비틀어(parody) 니체를 나체로 정의함으로써 이 책 전체가 주려는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떠오르게 이미지(intuition)를 제공하면서 호기심(curiosity)을 자극하고 궁금증을 유발한 대표적인 제목이다.      




이런 해외 토픽감이 되는 책 제목을 정하는 원칙을 모두 만족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도전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5가지 원칙을 관통하는 한 가지 핵심은 책의 핵심 메시지를 제목이 잘 담아내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책의 주제나 핵심 메시지와 관계없는 제목으로 독보적인 아이디어로 독자들의 감탄사를 유발하거나 패러디 기법을 사용하여 익숙하지만 낯설게 비틀어도 본질을 전도하는 책 포장하기에 불과할 것이다. 나아가 책의 핵심 메시지와 무관한 이상한 제목으로 독자들의 상상력에 호소하거나 호기심이나 궁금증을 유발할 경우 역으로 독자들의 실망을 빠뜨려 결국에는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는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본질이 전도되어 내용과 무관한 제목 정하기 기법을 배워서 책 내용을 위장하고 포장하기 시작할 때 저자와 책의 위기도 같이 시작된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책은 진심이라는 그릇에 담은 저자의 삶이다. 저자의 삶을 왜곡하거나 곡해해서 진실과 다른 이야기로 포장될 때 그 책은 더 이상 독자와 만나는 대책이나 묘책이 아니라 자책받아 마땅하고 비난의 화살을 맞아야 할 질책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