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대한 7가지 단상(斷想)
‘비’가 온다!
비에 대한 7가지 단상(斷想)
비는 비(非)다!
믿었던 사람이 돌변하거나
기대했던 사람이 기대를 저버릴 때
비를 비(非)로 생각한다.
아니었구나!
그런 비리(非理)가 있었구나.
잘 못 생각했구나.
비에서 비(非)를 깨달으며,
그래도 비난(非難)하기보다
그 사람을 이해하리라 다짐하면서.
비는 비(匕)다!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어
가슴에 비수(匕首)로 꽂힌다.
시간이 흘러도 치유되지 않고
다만 희석될 뿐이다.
벽이 아니라 가슴에 박힌 못에서
비는 비(匕)가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비는 비(悲)다!
힘들었던 지난 시절,
견디기 어려웠던 아픈 순간,
갑자기 찾아든 쓸쓸한 서글픔이
비와 함께 내 몸을 적신다.
비극(悲劇)이나 비애(悲哀)는 아닐지라도
비가 오는 순간 지난 시절의 슬픔이
갑자기 눈물의 비(悲)로 흘러내린다.
비는 비(批)다!
나는 그동안 남을
감정적으로 비난(非難)하기보다
건설적으로 비판(批判)하고 장점을 찾을 수 있도록
비평(批評)의 빵을 나누어 먹었는지를
비 오는 날, 비(批)의 의미를 성찰해본다.
비난의 화살을 맞고
아직도 아파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비탄(悲嘆)의 어조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비는 비(秘)다!
살아오면서 탄생의 비밀(秘密)을 간직하고 싶었고
무슨 생각을 하면서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지
속속들이 밝히고 싶지 않은 날,
비밀(秘密)의 시간 속에서
그 사람 특유의 비결(秘決)이나 비법(秘法)이 개발된다.
비는 나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비는 우리를 안심하게 보호해줄
비(秘)가 될 수 있으니
안심하라고.
비는 비(比)다!
테어 나서 죽을 때까지
남과 비교(比較)하면서 살아가는 우리들,
비는 조용히 우리에게 말을 건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전과 비교하고
내 생각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비유(比喩)를 통해 사유의 지평을 열어보라고.
이전의 나와 달라지는 모습에서
나는 나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비는 비(飛)다!
비난(非難)의 비수(匕首)를 맞았어도
비극(悲劇) 속에서 비명(悲鳴)을 지르기보다
비평(批評)과 비판(批判)의 빵을 나눠 먹으며
비전을 품고 자기만의 비결(秘決)을 찾아 나서는
비상(飛上)을 시도한다.
비는 비(飛)가 되어 땅으로 내리지만
비상(非常)한 비유(比喩)로
사유의 깊이와 넓이를 심화시켜주고 확장시켜준다.
이 사악한 세상에
어느 누가 마음을 지킬 수 있을까?
슬픔의 나무에서
하염없이 꽃잎이 떨어진다.
- 헤르만 헤세의 《슬픔》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