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몸부림이다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적개심은
하늘을 찌를 듯 머릿속을 뒤흔든다
외마디 비명을 질러보지만
평온한 저녁은 밤의 적막 속으로
끄적이던 한 구절 시만 남기고 사라진다
어느 구름이 비를 품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지구상에 없다
시름에 젖어 하늘을 헤매다
작심하고 수직으로 내리꽂는 장대비는
땅과 정면충돌하면서 난생처음 온몸에 상처를 입는다
한순간에 터지는 한숨의 깊이는
그 심연을 알 길이 없다
삽시간에 밀려든 외로움의 넓이는
허공도 좁다는 듯 힘없이 고개 들고
생각의 꼬리를 잡으며 하소연만 반복한다
구덩이에 고인 물은
햇빛으로 데워지다 난데없이 들이닥친다
흙탕물에 허겁지겁 짐을 싸서
갈 곳을 잃고 문 앞에서 맴도는 물이
물 먹지 않고 물 건너가고 있다
뭍인지 물인지 어중간한 자세로
경계에 걸터앉아 위험한 곡예를 펼친다
조만간 봄바람에 싹 틔울 버드나무 가지들의
새순이 용틀임을 하며 기지개를 켠다
밤새 뒤척이며 신음소리를 내던 통증이
어디선가 울리는 또 다른 신음소리를 듣는다
귀담아듣다가 화들짝 놀라 선잠을 깨며 내는
화음 소리가 찬란하게 슬픈 야상곡으로 돌변한다
‘아하!’라는 감탄사와
‘아차!’라는 한탄 사이의
건널 수 없는 경계 사이에서
아쉬움이 숨을 죽이며 누워있다
전망조차 할 수 없는 절망을 품고
바다를 향하는 강물은 절박하고 막막하다
언제쯤 희망의 바다를 맞이할 수 있을지
강가에 서성이며 떠도는 물안개도 알 길이 없다고 한다
바람이 몸을 날릴 정도로 부는 날
거미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거미줄을 허공에 던져
줄달음칠 가느다란 희망 노선 한 줄 쳐놓고 한 숨을 쉰다
방사선 모양으로 거미줄을 뿜으며
만드는 안식처에는 불확실한 불안감이 아무 때나 엄습한다
먼동이 트기도 전에 일어난 물음표(?)는
허리도 펴지 못하고 하루 종일 고민한다
수직으로 걸어 다니던 느낌표(!)를 만났지만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에는 이름 모를 마침표만 한 숨 짓고 있다
금시초문의 단어가 눈길을 가로막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가쁜 숨을 몰아쉰다
한 참을 생각해도 뚫리지 않는 관문,
난생처음 던지는 질문을 보여줘도
요지부동인 그 단어의 입장은 참으로 단호하다
겨우 내가 되기 위해 겨우내 몸부림치며
느닷없이 다가오는 꽃샘추위도 국화꽃은 이겨낸다
어둠 속에서 새하얗게 질린 몸으로
지나가는 바람은 밤의 적막을 붙잡아 서릿발을 만든다
아무나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애쓰다가 애간장을 녹여도
쓰지 못하는 심정은 안타깝기만 하다
백지위에 쏟아지는 생각의 씨앗은
쉽사리 글이 되지 못하고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한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나갔다는 아쉬움보다
아직 시간이 이렇게 많이 남았다는 안도감이 안심하고 있다
아쉬움은 접어두고 안도감은 묻어두었지만
아쉬움과 안도감 사이에 그리움은 밤의 적막을 덮고 꿈나라로 향한다
아무리 힘주어 말해도 내 말은 겉돌기만 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말이 길을 잃고 헛돌기만 한다
떠도는 말을 잡아 의미를 부여해도
주인의 심장에 감돌지 않고 여전히 방황을 거듭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절망을 밥먹듯이 하고
절망해본 덕분에 희망의 그림자라도 기다린다.
속 태우다 속 터지고 속상해지지만
읽다가 덮어버린 책이 몇 시간째 애태우며
주인의 손길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어둠을 밝히려고 자기 몸을 태우는 촛불은
어디선가 불어오는 침묵에도 불꽃을 흔든다
골머리를 앓게 만드는 시험지는
촛농이 타들어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답을 적막함에 가둔 체 하늘만 쳐다본다
#언어를디자인하라 #언어를벼리다 #언어를벼리지않으면언어가나를버린다 #언어는생각의옷이다 #지식생태학자 #언어를design하지않으면resign당한다 #유영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