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내가 슬프고 웃긴 얘기 하나 해줄까.
J: 뭔데?
K: 얼마 전에 본가에 갔었거든. 엄마랑 무슨 얘기 하다가 아픈 손가락 얘기가 나왔는데, 엄마가 나라고 하더라. 아픈 손가락이. 나는 여태 그게 동생인 줄 알았거든. 맏딸이니까 가족들의 사랑보다는 믿음을 받는 존재라고 생각했어. 동생은 더 어리니까, 다들 안쓰럽고 애틋하게 느낀다고 생각했고. 맛있는 음식도 꼭 걔 앞에다가 둔단 말이야.
들었을 때는 그냥 웃었어. 내가 더 아프다니, 엄마는 엄마 마음을 잘 모르네, 하면서. 그런데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까 모르는 건 꼭 나 같더라고. 엄마가 나를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안아준 이유가, 말없이 나를 보던 이유가 이거였나 싶어서 마음이 좀 그랬어. 엄마는 다 보고 있었나 봐. 내가 모르는 새 다 알고 있고.
J: 이거 슬픈 얘기 아니야?
K: 응, 근데, 이제 웃긴 얘기로 만드려고. 엄마, 엄마가 그때 나보고 아픈 손가락이라고 한 거 기억나? 하면서. 우리한테 그런 때가 있었네, 하고 웃을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보려고. 잘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어. 엄마를 아프게 하는 건 하고 싶지 않아. 그게 무엇이든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