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일들이 잊혀. 네 말처럼, 정말 그래.
당시에는 수치스러웠던 일이나 힘들었던 일들이 그저 웃긴 안주거리로 남기도하고, 내 전부일만큼 사랑했던 사람도 기억을 꺼내야 생각날 정도로 지워지기도 해. 그래서 어쩔 때는 시간을 빨리 감기 하고 싶을 때가 있어. 그러면 또, 다 별일이 아니겠구나 싶어서.
그런데 시간이 모든 것을 그렇게 만들진 않아. 시간도 힘을 쓰지 못하는 일들이 세상에는 매일 벌어지거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말이야. 그래서 백일이 지나고 천일이 지나고 아니, 수십 년이 지나도 덜어지지 않는 고통이나 적어지지 않는 슬픔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에 중요한 거 너무 많지. 하루하루가 쉴 틈 없이 바빠서 여유도 점점 사라지고. 나이를 먹을수록 더 그럴 거야. 그래도 나는 네가 이 사실을 잊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 사람은 혼자 클 수도 없고 살 수도 없다는 거. 우린 아주 작은 세상의 일부고 이 세상은 서로 없이는 버티기 어려운 존재라는 거. 인간은... 철저히 혼자라고 말할 때에도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있어.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지독히 부정하고 싶을 때도 말이야.
기다려 주는 것, 곁에 있어주는 것,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모두 너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들이지.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마음을 쓰고 시간을 쓴 다는 건 그래, 쉬운 일은 아냐.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를 위한 마음을 놓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를 생각하는 누군가를 위해, 네가 생각하는 누군가를 위해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