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에 그런 대사가 있어요. "인간 다 자가 치유 능력 있어."
저는 언제 그걸 느꼈냐면요, 사람이 사는 게 힘에 부칠 때가 있잖아요. 저는 그런 시기의 기억이 잘 안 나요. 떠올리려고 노력해도 그래요. 세세히 복기하면 고통스럽다는 걸 알아서 그러는 건지 뇌가 기억을 단편적으로 남기더라고요. 그럴 때 인간의 자가 치유 능력에 대해 생각했어요. 뇌가 참 애쓴다는 생각도 하고요.
그날도 무지 힘든 날이었는데… 아, 무지라는 말이 갑자기 웃기네요. 무지라니. 근데 어떤 형용사를 써야 마땅할지 모르겠어요. 그저… 아주 힘든 날이었다고 할게요. 그날도 기억나는 게 별로 없어요. 몇몇의 얼굴들, 몇 개의 목소리… 그런 것들이 사진 같은 찰나의 형태로 남아있어요.
그런데 그 손에 꼽는 기억 중에 선명히 남아 있는 기억이 어떤 거냐면요. 두 번 생각하지 말고 전화하라는 쪽지에요. 힘들 때, 누군가가 필요할 때 두 번 생각하지 말고 전화하라는 쪽지요.
웃기죠. 뇌가 또 이런 기억은 또렷하게 남겨두었다는 게. 인간이 정말 자가 치유 능력이 있나 봐요.
그래서 전화했냐고요? 아니요, 아직요. 아직 전화는 못했어요. 전화의 유무를 떠나서 그런 말을 나눠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저는 힘이 됐어요. 그 말이 진심이라는 걸 알아서 더 그랬고요. 이럴 때면 인간에게 필요한 게 정말 별게 아닌데, 우린 왜 다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 걸까요?
오늘은 전화를 해 볼까요? 모르겠어요. 또 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요. 네? 제 전화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요? 제가 뭐라고요…. 기다리진 않겠지만 이번 주 내로는 해 볼게요. 고맙다는 말도 꼭 하고 싶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