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오랜만이었어. 누군가를 보고 그렇게 와락 안긴 게.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 인사나 보고 싶었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그냥 안겨버렸어.
그런 나를 오래 안아주셨어. 말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받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 따뜻하더라. 나눠 받은 그 품이 너무 따뜻했어.
나는 타인에게 징징거리면서 나 아파, 나 힘들어하는 게 싫어. 그러고 싶지 않아. 기대는 것도 싫고. 내가 겪는 부정적인 감정을 나누고 싶지 않아. 그게 뭐 좋은 거라고 나눠.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말하지만... 난 잘 모르겠어. 기쁨도 슬픔도 나누면 두 배가 되는 거 아닌가? 누구든 나로 인해 멀어질 수 있는 슬픔을 가까이 두는 게 나는 싫어.
그런데 혼자 감당하려는 그 마음에 맞서 싸워달라는 편지를 받았어. 너를 아끼는 언니도 있고 오빠도 있고 친구도 있고 없는 게 없다면서, 다 가졌으니까 절대 어느 순간에도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전화도 받았고. 지구 반대편에서도 내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이상하고 신기했어. 내가 슬픔을 홀로 두고 싶어 하는 것만큼이나 그들은 나를 홀로 두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게.
벌써 가을바람이 불고 있어. 그럼 곧 겨울도 오겠지. 그러다 보면 지난하디 지난했던 이 한 해도 지나가게 될 거야. 나는 시간이 가고 계절이 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 것처럼 사람이 가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당연한 일이 조금 천천히 일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간이나 계절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지 않기를, 그러기를 바라고 있어.
사는 동안 또 누군가에게 와락 안기고 나도 누군가를 오래 안아주면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 그럴 수 있으면 좋을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