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보여준 새순

다 때가 있구나

by 김우드


2025년 10월 2일

아침에 호프셀렘을 보니 1년 만에 새순이 나와 있었다. 작년 7월에 우리 집에 온 아이. 남들은 키우기 쉽다는 이 식물이 나는 참 어려웠었다. 잎이 두 장 남았을 때 흙에서 뽑아 수경으로 키우기 시작했지만, 반년 넘게 죽은 것도 그렇다고 산 것도 아닌 상태로 그냥 '버티기'만 했다. 심지어 수경으로 옮긴 뒤에도 잎 한 장은 시들어 잘라냈고, 다른 식물들이 봄을 알아차리고 새순을 보여줄 때도, 이 아이는 정적뿐이었다. 그래서 가을이 된 지금 불쑥 올라온 새순이 더욱 반갑고 기뻤다.


다 때가 있는 걸까?


주인을 잘못 만나 수경 비료조차 얻어먹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때가 되니 새순을 내어주었다. 겉보기엔 아무 변화가 없어 보여도 사실 식물들은 에너지를 저장하며 성장의 순간을 기다리고, 같은 호프셀렘이라도 구근 상태에 따라 성장 속도도 다르고, 결국은 저마다의 페이스대로 자란다고 한다.


식물도 사람도 다 마찬가진가보다.


오늘 호프셀렘 새순을 보며 나 자신을 더 깊게 믿어보기로 했다.

비록 당장은 아무 변화가 없어 보여도, 나 역시 내 페이스대로, 나의 때를 기다리며 묵묵히 나아가자고.


내가 제일 잘하는건,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이어가는 꾸준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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