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그린 인생(상)
간조였다.
어린 물고기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돌 틈 조수웅덩이에 갇혔다. 멀지 않은 바다에서 애타게 찾고 있을 가족에게 미안하지만 오늘만큼은 아무렴 좋다. 나만의 작은 바다에서 달빛 띄우고 육지를 마주 보기로 한다. 바람이 분다. 물결이 일렁이는 대로 몸을 내맡긴다. 이쯤이야 버틸 수 있다.
바람이 멈추자 가까운 곳에서 파도소리가 울려 퍼진다. 눈 감고 들어보면 좋으련만 눈꺼풀이 없다. 미세한 울림은 온몸을 둘러싼 작은 비늘로 전해진다. 파르르.
잠시 지느러미를 멈춘다. 숨을 크게 들이쉬면 물 위로 날아갈 수 있을까. 입을 크게 벌려 물을 빨아들인다. 아가미로 흘러나갈 뿐 부레는 커지지 않는다.
이번엔 지느러미를 힘차게 흔든다.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빠른 속도로 수면을 향해 내달린다. 폴짝, 참방.
짧은 순간이지만, 하늘을 날았고 육지를 보았다.
육지에는 맛있는 플랑크톤이 넘쳐나고 아름답고 웅장한 산호초로 둘러싸여 있어. 전 세계 물고기 친구들이 하루 종일 숨바꼭질하며 놀고 있다니까.
어린 물고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온몸으로 들었다. 꼭 가보고 말테야.
친구의 말은 거짓일까. 다시 한번 힘차게 날아올랐다. 눈앞에 펼쳐진 어두운 모래사장의 풍경은 얕은 바닷속과 다르지 않았다.
아니야. 친구들이 거짓말했을 리 없어. 연거푸 날아오른다. 짙은 어둠 속에서 아무리 뛰어올라도 선명해지지 않는다. 숨이 찬다.
어쩌면, 더 멀리 봐야 알 수 있을지 몰라. 있는 힘을 다해 뛰어오른다. 거센 바람 한줄기가 훑고 지나간다. 어린 물고기는 돌 위에 떨어진다. 통증을 느낄 새도 없이 온몸을 흔든다. 빨리 다시 돌아가야 한다.
숨이 가빠진다. 입을 뻐끔거리며 온 힘을 다해 꼬리를 바닥에서 튕겨낸다. 참방.
거친 숨을 허겁지겁 몰아낸다. 비늘이 부르르 떨린다. 난생처음 겪는 감정이다. 다시 뛰어오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침 해가 떠오른다. 어둠이 걷히자 용기가 샘솟는다. 잔잔한 수면 위로 푸른 하늘이 보인다. 잠에서 깨어난 육지야말로 친구의 말대로 신나는 세상일지 모른다.
바닥으로 내려간다. 수면 위 새파란 하늘이 보인다. 꼬리지느러미를 힘차게 흔들며 전속력으로 수면 위로 높게 솟구친다. 육지는 이미 노란 줄무늬의 푸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모래사장과 작은 해초, 여기저기 암초가 흩어져 있고, 특이하게 굵고 높은 갈색 산호 위에는 푸른 해초가 매달려 있다. 그 갈색 산호초는 저 멀리 높은 곳까지 뒤덮고 있다.
진짜였어! 때마침 바닷물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어제의 비늘 떨림은 잊은 지 오래다. 다시 한번 뛰어오른다.
순간, 하늘을 날았다. 높이높이. 한눈에 들어오는 육지의 모습에 입을 벌어진다. 저기 푸른 산호초 사이에서 친구들이 신나게 놀고 있겠지?
그런데 몸이 계속 높아진다. 숨이 가빠진다.
어린 물고기는 노란 부리 사이에 끼어 흔들리고 있었다. 발버둥 치려 안간힘 쓰지만 소용없다. 서서히 눈이 흐려진다.
그때, 어디선가 다른 부리가 날아와 노란 부리를 쪼며 달려든다. 어린 물고기는 다시 하늘을 날았다. 그리고 바닷속에 참방.
비늘이 심하게 떨린다. 몸이 굳어 한동안 움직일 수 없다. 잠시 물결에 몸을 맡기다 지느러미를 움직여 본다.
집이구나.
어디 갔었니? 엄마가 얼마나 찾았는지 아니?
눈물이 바다로 녹아든다.
엄마, 저 여기 있어요. 보고 싶었어요.
오늘은 바닷물 한 모금이 유난히,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