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티움』(3)
저번주도 전자기기 쓰지 않고 보내기 미션들을 수행했다. 내가 정해진 시간 외에는 전자기기를 일체 만지지 않았다. 확실히 나의 조각난 시간들이 덩어리 시간으로 쓸 수 있을 만큼 확보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시간을 관리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났다. 특히 주말에 전자기기 쓰지 않고 시간 보내기를 해봤으면 한다. 그러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공감이 갈 것이다. 저번주는 광복절도 있었고 금토일 3일 내내 쉴 수 있기에 "여가계획"을 세워서 이 시간들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타임오프를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라!
여가를 적극적으로 보내는가? 수동적으로 보내는가? 수동적이라면 혹시 일에 너무 치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에너지가 바닥난 것은 아닐까?
일을 멈추고 시간을 확보하여 비축한 에너지를 당신의 호기심, 창의력, 배움에 재투자할지 성찰해 보라. 막연히 꿈꾸지 말고 업무에 임하듯 '여가 계획'을 짜라.
『이토록 멋진 휴식』
나는 공부계획 말고는 다른 계획을 세우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요즘 인기 있는 MBTI에서 나는 P이기도 하고 여행을 갈 때나 음식점을 갈 때도 계획하고 정해서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중요한 일도 아니고 휴식 시간을 이번에 "여가 계획"을 세우려고 하니 머리가 지끈했다. 그래도 세운 여가 계획 중 하나로 마침 이번에 동생들이 집에 온다 해서 다 같이 오랜만에 삼촌을 뵈러 가기로 했다.
삼촌을 뵈러 가기로 계획을 세운 이유는 이번 8월에 "휴식"을 주제로 참고했던 3권의 책에 있다.
(3권의 책은『나는 왜 마음 놓고 쉬지 못할까』,『이토록 멋진 휴식』그리고 『오티움』이다.)
이 책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 중에 하나가 "당신은 놀 줄 아는가?"이다.
『나는 왜 마음 놓고 쉬지 못할까』에 여러 이야기들 중 하나로 "놀 때 죄책감이 느껴진다면"의 제목으로 유진 씨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의 이야기가 나인줄 알았다.
나도 그녀처럼 편안하거나 즐거운 상태에 있다가도 저녁만 되면 '이래도 되나'하는 생각이 들고 긴장과 죄책감이 휘몰아쳤다. 성인이 된 후에도 공적인 대화는 원만하게 하지만, 다른 사람과 잡담할 때는 자꾸만 말문이 막히고 그저 웃기만 하고 대화를 자연스럽게 즐기지 못한다.
SNS에서 남들이 좋아한다는 활동을 해보거나 사람들과 일부러 어울려서 참여해보려고 했지만, 집에 오면 '다시는 이런 거 하지 않겠다. 나랑은 맞지 않는 거다.' 후회하고 나는 '즐기는 일' 자체를 어색해하기에 이런 활동을 즐기지 못한다고 단정 지어왔다.
오히려 이불 킥하는 감정들과 '괜히 시간만 낭비했다.' '놀아봐야 남는 게 없다'라는 생각과 후회만 가졌다. 특히나 이런 감정을 대학 다닐 때 많이 느꼈었다. 남들은 신난다는 대학생활에 축제, 동아리 활동, MT 등등처럼 남들이 재밌게 즐기는 것에 나는 즐겁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 이후로 난 적극적으로 즐기려고 무언가를 참여해보려고 하지 않았고 그냥 나 자신이 재미가 없는 사람, 즐거운 활동에 참여할 만한 동기도 에너지도 없다는 사람이라고 살아왔다.
그래서 내가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전자기기를 이용한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이런 걸로 스트레스도 풀고 해 왔다. 그게 습관으로 자리 잡아서 그런지 갑자기 일을 하다가도, 공부를 하다가도 불안한 생각들이 나를 괴롭히면 바로 핸드폰을 들고 유튜브, 넷플릭스를 보던지 아이쇼핑을 해왔다.
잠깐 불쑥 올라온 나의 불안을 잠재워주긴 하지만 이 방법은 내가 시간을 컨트롤하지 못한다. 그냥 5분만 봐야지 했던 게 1시간이 되고, 2시간이 되고, 3시간이 넘은 적도 굉장히 많다.
그래서 이번 8월 미션 "전자기기 쓰지 않기"가 나에게 매우 효과가 있었다. 전자기기를 만지고 싶은 충동이 머리끝까지 다 달아도 참고 잠시 주의를 환기시키는 다른 방법을 썼다. 따뜻한 물을 마신다던지, 호흡을 가다듬던지 아니면 잠깐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하고 온다던지 짧은 시간에 나의 주의를 환기시켜 주는 행동을 했더니 나의 불안도 가라앉고 시간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고 내가 진짜 집중해야 할 것에 시간을 쏟을 시간이 많아졌다.
그리하여 이번엔 시간도 확보되고 여가 시간에 누워서 티비로 아무거나 영화든 드라마든 보지 않고, 그저 유튜브로 시간 보내지 않고 나의 여가 활동에 집중해서 작가들이 말한 대로 "놀 줄 아는가?"에 일단은 신나게 놀아보기를 목표로 계획을 세웠다.
여가 계획으로 난 동생들과 함께 신나게 놀기 위해 삼촌집에 가기로 했다. 삼촌은 어릴 때부터 우리를 데리고 많이 놀아주셨다. 같이 영화관도 가고 맛집도 가고 항상 삼촌을 생각하면 좋은 추억들이 떠오른다. 우리가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시고 지혜로운 어른이 되어주신다.
이번 기회에 한 번 삼촌집에 가서 어릴 때를 생각하면서 신나게 뛰어놀러 가기로 결심했다. 물놀이를 하려고 물총 3개를 챙겨갔다. 이제 우리도 다 큰 성인이니 물놀이를 하는 게 어색하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부터 뛰어서 놀았던 기억이 없다.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은 더더욱 어린아이처럼 놀었던 기억이 없다. 그래서 걱정이 되긴 했다. 물총 가져가서 놀긴 할까 하고. 일단 간이 수영장을 설치하고 물총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냥 냅다 동생들에게 물을 갖다 부었다.
웬걸 결론적으론 아주 신나게 놀았다. 내가 물놀이를 재밌게 한 적이 언젠가 싶을 정도로 너무 재밌게 놀았다. 맛있는 것도 먹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재밌게 노니까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오랜만에 뛰어놀았다. 웃고 떠들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행복은 생각도 아니고 태도도 아니다. 행복의 핵심은 '좋은 경험'에 있다. 그 시간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고, 기쁨과 같은 좋은 감정을 안겨줄 수 있는 경험말이다. 우리가 행복하려면 좋은 경험을 찾아내고 이를 늘려가는 게 중요하다. 놀이가 바로 행복이다. 어른도 놀아야 산다.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과정 자체의 즐거움을 느끼는 건 놀이의 본질이기에 다를 수가 없다.
『오티움』
사실 다음날 너무 피곤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나는 활력이 돌았다. 다음날 더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했고 일주일간 나의 지친 마음이 회복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미션을 떠올리면서 학교 다닐 때 보면 놀 거 다 놀면서 공부 잘하는 친구이들이 떠올랐다. 그들이 부러웠는데 그 이유가 이런 이유인가 싶기도 하다.
『이토록 멋진 휴식』에서 말하길
유명한 '1만 시간의 법칙'을 주장한 에릭슨은 이 연구를 진행했을 때 1만 시간의 법칙의 정상급 수행자가 쉬는 방식이 평균적인 수행자의 쉼과는 다르다는 부분이었다고 한다. 그게 바로 그들의 여가 시간은 평균인들에 비해 더 체계적이고 계획적이었고 그들은 연습만 의도적으로 한 게 아니라 '쉼'도 의도적으로 했다고 한다.
이번에 나는 의도적인 쉼이 나에게 진정한 휴식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러분도 한번 친구들과 아니면 사랑하는 가족들과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서 신나게 뛰어놀아보았으면 한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감정이 나를 치유시킨다는 것을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