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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Dec 14. 2021

12월 6일 그리고 13일 월요일기

12월 첫 번째 월요일기

1. 12월

이렇게 아무 감흥 없는 12월은 처음이다. 달력을 샀지만. 그리고 새옹지마 그 자체이던 올해의 끝에 대대적인 이사를 준비하고 있지만. 크리스마스보다 내년 1월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12월은 진짜 처음이다. 코로나 상황을 1년 정도 더 지내면 아마 1월도 안 기다려질 것 같아. 이게 바로 쳇바퀴 같은 시간들이라고 하는 건가.


2. 이사

이사를 했다 사실은 두 번의 이사를 했다. 작은 짐을 챙겨 작은 원룸으로 한 번, 컨테이너 안에 보관인 듯 방치된 짐으로 한 번 더. 이사를 결정한 그날부터 숱하게 되뇌었던 이삿날이었지만 엄청나게 큰 감흥은 없었다. 골조만 남겨두고 모든 걸 싹 철거한 공간에서 도배와 마루가 깔끔하게 깔린 집까지 휴대폰 후레시를 켜가며 몇 번이나 찾아왔던 집이었는데. 그토록 오래 집이 집 다워지기를 기다렸건만.


이사를 하고 주말 내내 짐 더미에 갇혀있었다. 손걸레질을 여러 번해도 여전히 먼지가 소복히 쌓여 나왔다. 어디에서 왔을지도 모르는 크고 작은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짐을 끌어안고 사는 걸까 나. 옷 방을 가득 채운 비닐봉지를 치워가며 차 트렁크 속 신발주머니를 뒤져가며 옷과 신발을 챙겨 입고 외출을 했다.


처음으로 ‘이 집’에서 나갔다가 ‘이 집’으로 들어왔다. 사실 이사보다 더 이사를 체감하게 되는 순간. 처음 보는 역에서 지하철을 내리고 처음 간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낯선 아파트 앞에서 내리는 일.


3. 초코하임

오늘은 퇴근 전 간식으로 초코하임을 먹었다. 하루가 정말 빠르면서도 매 순간은 더디게 흘러간다. 입사 8개월 차.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4. 선물

결혼을 하니 결혼 선물을

퇴사를 하니 퇴사 선물을

입사를 하니 입사 선물을

이사를 하니 이사 선물을 받는다. 올 한 해는 이렇게 이리저리 모든 이유로 선물을 받는 해였던지 정말 많은 마음을 받았다. 코로나 때문에 보고 싶은 얼굴들도 못 만나고 그저 안부만 묻다 한 해가 다 저무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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