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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Jun 06. 2022

6월 6일 월요일

비 갠 후 맞이한 초여름의 어느 월요일기

1. 비 갠 후

하루 종일 비 예보가 있어 부모님과의 깜짝 만남을 취소한 참이었다. 부모님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우리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아침을 먹고 돌아서니 비는커녕 보기 드문 새파란 하늘이 나타났다. 망할 놈의 일기예보. 결국 엄마가 한 솥 끓였다는 곰탕도 못 받고 엄마 아빠는 인왕제색도와 포함한 컬렉션을 부리나케 보고 집으로 돌아갔다.


 늦기 전에 가벼운 산책이나 가자며 길을 나섰는데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남편도 같은 생각이라길래 인왕산으로 차를 조금  몰았다.    가져갈 정신이 없이 부랴부랴 갔더니 정상까지는 무리여서 서울이 내려다 보이는 바위에서 풍경과 바람을 즐겼다. 경복궁의 궁궐    칸이 내려다볼  있는 곳이 있었다니. 그뿐만 아니라 여의도부터 남산, 광화문  거리와 잠실까지 빽빽하게 채워진 서울의 풍경을   있었다.

인왕산 자락길


연희동에서 냉면을 먹고 커피도   사서 한강으로 갔다. 오늘 하늘에 ‘집에 가면 안 되는 날’이라고 적혀있어 도저히 집으로 돌아올  없었다. 차에 미리 실어둔 캠핑의자를 들고 북한산이 보이는 한강변에 앉아 졸며 쉬며 오후를 보냈다. 연휴 동안 서울을 빠져나간 사람들이 많았던지 시내는 딱히 막히지도 붐비지도 않았다. 이런 휴일이 일주일에  번만 있어도 살만할 텐데. 선물 같던 6월의  주가 이렇게 지나갔다. 제발 다시 돌아와 주라.

양화한강공원 / 선유도공원


2. 바다

바다와 산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골라내기 정말 어렵지만 어쩌다 하루가 넘어가는 여유가 생기면 바로 바다가 떠오른다.


지난주 선거 전날 미리 잡아둔 병원 예약 덕에 반차를 써두었더니 없던 여유가 생겨버렸다. 남편과 우스갯소리로 에버랜드나 가자고 했다가 생각보다 붐비는 에버랜드의 현재를 (요즘은 네이버로 놀이기구 대기현황을 볼 수 있었다) 확인하고 그 길로 곧장 강원도에 갔다. 가는 길에 부랴부랴 호텔을 예약하고 저녁으로 먹을 오징어순대집과 시장 먹거리들을 검색했다.


3년 전쯤 5월 연휴 내내 별다른 계획 없이 예매해둔 영화 시간을 기다리던 날, 남편이 일본에 가고 싶다고 지금 가자고 하는 바람에 속옷 한 장과 크림 한 통을 들고 비행기에 탄 적이 있었다. 물론 항공사에 다니던 시절이라 티켓을 구하는데 큰 어려움도 없거니와 연휴의 중간이다 보니 생겨있던 1-2개의 여유좌석에 홀린 듯 몸을 싣고 일본에 다녀왔다. 그 이후로 이렇게 즉흥적으로 여행 가기엔 코로나가 발목을 잡아 결국 많은 시간을 집과 서울에서 보내야 했지만 즉흥적인 것보다는 계획적인 것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그다지 답답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강원도 여행은 정말 즐거웠다. 노을 지는 바닷가를 산책했고 어두워지기 직전의 영랑 호수를 짧게나마 걸었다. 급하게 잡은 숙소에서 눈을 떠보니 바다가 보였고 현충일 휴일을 앞두고 있던 터라 바닷가엔 사람도 없었다. 바다에서 커피도 마시고 잘 쉬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2시간 반이 걸렸다. 고성 천진해변에서 집까지 꼭 2시간 반. 이렇게 금방 갈 수 있었더라면, 미리 알았더라면 더 자주 바다에 기대어 힘을 내보는 건데. 운전 연습을 해야 할 또 하나의 확실한 이유가 되어주었다.

고성 천진해변
고성 TACIT
영광정 메밀국수 / 영랑호수윗길


3. 전시회

이건희 컬렉션을 예약했다. 인왕제색도와 온갖 귀한 보물과 그림들이 잔뜩 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둔  점의 작품들만으로도 충분히 가늠할  있었던 재벌의 취미생활. 김환기의 작품부터 추사 김정희의 그림들, 그리고 귀가  남편에게 3가지 수어로 번역을 해주었다는 박래현의 작품들까지.  조각내어 어디선가 봤던 귀한 작품이 이건희 회장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었다니. 이게 모두 내돈내산이었다니. 충격과 공포. 그래도  덕에 편하게 박물관 1곳에서  많은 작품을   있었으니 재벌의 사회환원 규모도 어마무시하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세금 감면의 엄청난 혜택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긴 했지만. 

국립중앙박물관 어느 수집가의 초대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사진전도 보고 왔다. 아모레 미술관의 공간 기획이 워낙 뛰어나다고 전해 들어 사진전만큼이나 기대했는데 역시나였다. 락커룸부터 작품을 여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까지. 어쩐지 이건희 컬렉션은 국중박이 아니라 아모레에 와야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예전에 가보았던 뉴욕이나 파리의 유명한 미술관들의 작품 배치처럼 아모레 역시 공간과 공간 사이의 통로에서 보이는 작품의 조각마저 참 멋지게 정렬해두었다. 이제 아모레에서 기획하는 모든 전시를 제일 우선하여 찾아봐야지 라는 마음마저 들었던 경험.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안드레아스거스키 Andreas Gursky


4. 여름

어쩐지 여름이 되니 컨디션이 올라온다. 하루 종일 해를 쬐고 싶고 산책도 두 번이고 세 번이고 할 수 있다. 물을 많이 먹고 과일도 많이 먹고 밥보다 면을 더 챙겨 먹어가며 여름을 맞이한다. 지금 에너지를 잘 비축해둬야 해가 짧아

지는 겨울이 와도  무너질  있다. 해가 점점 길어지다 하지를 기점으로 점점 짧아지겠지. 벌써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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