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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Jun 20. 2022

6월 20일 월요일

장마인지 장마 맛보기인지 모를 흐린 날

1. 산책과 요가

지난 주말엔 천천히 오래 걸었다. 비가 금방이라도 내릴  같아 우산을 하나  쥐고 열심히도 걸었다. 유난히 붐볐던 카페에서 나와 창덕궁을  바퀴 크게 걷고 집에 돌아오는 길엔 길고 익숙한 공원길도 걸었다.


창덕궁
더베이커스테이블 삼청


몸이 조금 무겁고 피곤해 예약한 필라테스를 모두 취소하고 오랜만에 요가 소년을 틀어 열심히 스트레칭을 했다. 필라테스만 1년, 예전에 곧잘 하던 요가 동작을 다시 해보려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어딘가 기가 꽉 막혀 버린 기분. 다시 하고 싶어졌다. 뭔가 거창한 머리 서기나 다리 찢기 같은 건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공기가 발끝까지 갔다가 온 몸이 부드럽게 펴지는 그런 느낌을 되찾고 싶을 뿐이다.


2. 언니

예전 회사에서 입사 때부터 보던, 그러니까 나는 인턴에서 사원으로 차장님은 대리였던 그런 시절에 만난 선배와 저녁을 먹었다. 아마도 1년 만에 처음이었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이직을 결심했던 여러 순간을 다시금 떠올렸지만 그 외에도 그 회사에 남아있던 여러 추억과 일의 재미를 되돌아보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엔가 회사에   명의 닮고 싶은 언니가 있었더라면 아마도 조금  버틸 힘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사실은  명보다  있어야 했지만  명이어도 때론 충분하다 느낀 때가 있었노라고. 돌이켜보면 따라갈 선배는 많았지만  미래를 예측할만한 언니들은 글쎄.. 아쉽게도 거의 없었다.


회사를 그만두게  이유를  하나만 꼽으라면 ‘언니’의  부재라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개를 꼽으라면 그중 하나는 ‘언니’의 부재가  것이었다. 나는 어리고 유치했고 조금 에너지가  넘쳤기 때문에 그게 누구든 열심히 따라갔을지도 모르니까.


3. 옥수수

여름이면 초당옥수수를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얼마 되지 않았다. 2  여름 ‘아무튼, 여름이라는 책을 접하면서부터였다. 개인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며 호시탐탐 일상을 염탐해오던 김신회 작가신간이라 출시와 거의 동시에 구입했는데  책에서 찬양하는 여름의 모습은 나의 것과 같았다. 그중 옥수수는 너무 생소해 놀랐지만.


그 이후로 제주도산 초당옥수수를 사다 먹었다. 어딘지 풀 맛이 나고 아직 흙냄새가 나긴 하지만 어쩐지 초여름에 먹어야 할 것 같은 음식이었다. 작년엔 조금씩 사 먹다가 올여름엔 10개 묶음을 사 하나하나 키친타월로 감싸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옥수수는 오래 보관하는 게 아니라 3-5일 안에 꺼내어 먹어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걸 일주일도 넘게 냉장고에 고이 두었으니 어쩐지 불안해졌다.


옥수수 이빨을 하나하나 바닥에 떨궈가며 옥수수를 세로로 자르고 맑게 씻은  위에 얹어 밥을 지었다. 얼마나 맛있던지. 더워서 밥은 커녕 면만 구장창 찾아먹는 나에게 옥수수 밥을 선물해준 여름 고마워! 초당옥수수 최고!


4. 출장

입사 1년 만에 출장 그것도 해외 출장 일정이 잡혔다. 8월 초로 기간이 넉넉한 데다 함께 일하는 동료와 가는 출장이다 보니 그 동료에게 모든 업무를 일임하고 맡겨두었다. 출장을 갈 수 있을까 아니 여행을 아니 해외를 갈 수 있을까 싶던 지난 2년을 보내고 나니 예전의 삶이 참 생경하다. 출장이라니. 그것도 해외 출장이라니.


혹시 모르니 여권을 좀 먼저 확인해봐야겠다. 나도 모르는 사이 여권이 사라졌을지도 모르니까. (그럴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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