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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Nov 22. 2022

11월 21일 월요일

다시 가을이 온 것 같은 11월 말의 일기

1. 가을인가

분명 추웠었는데. 그래서 목티에 기모 스타킹까지 꺼내어 입고 신었던 게 불과 일주일 전이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다시 가을이 왔다. 이럴 거면 단풍이랑 은행이라도 지지 말지 뭔가 을씨년스러운 나뭇가지들을 보면서 가을을 즐기려니 약간의 부조화. 이러다 어느 순간 비라도 한차례 내리고 나면 놀랍게도 추운 날들이 올 테니 지금 이 푸근함을 즐겨야겠다.


2. 아기 옷

내가 가장 먼저 산 아기 용품은 다름 아닌 턱받이였다. 뭐 딱히 아기 옷을 사기에도 뭐하고 뭘 사야 할지 어떤 게 필요한지도 모르겠어서 턱받이를 샀다. 게다가 이번 계절에 입은 옷을 다음 계절엔 못 입을 게 뻔해서 예쁜 옷을 마구잡이로 사들일 수도 없는 게 쇼핑의 난관이었다.


요즘 젊은 엄마들은 SPA 브랜드에서 아기 옷을 산다기에 온라인으로 디자인을 한참 구경하다 구입하려고 보니 사이즈가 없어 좌절했다. 난 내가 원하면 살 수 있는 줄 알았다. 이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사실 몰랐다. 겨우겨우 인터넷에 재고가 남은 기본 바디슈트들을 구입하면서 아 이건 또 다른 종류의 부지런함이 필요하구나 싶었다. 내 옷도 프리오더면 모를까 알람 맞춰놓고 사는 한정판은 못 사는 인생인데 딸 가진 엄마 마음 이렇게 되는 걸까 싶었다.


집에서 입을 내복류의 아기 옷 몇 장을 사고 나니 갑자기 물밀듯이 아기 옷 선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손에는 이제는 익숙한 아기 옷 브랜드들의 종이가방이 들려있었다. 막상 난 아직 한 벌도 사주지 못한 여러 브랜드들의 옷을 선물 받으면서 이 작은 옷과 양말에 내 아기가 들어가 있다는 상상을 하니 어쩐지 소름이 돋았다. 너무 작은 사이즈인 것에 한 번 놀라고 너무 귀여워서 두 번 놀라고. 겨울의 한파가 한풀 꺾이는 2월이면 이제 아기를 만나는구나. 어서 오렴. 건강히.


3. 입체 초음파

몇 주 전에 몸이 안 좋아 들렀던 동네 병원에서 아기 얼굴을 3D로 찍어주셨다. 그날부터 사실 조금은 기다리고 기대했던 대망의 26주 입체 초음파 날이었다.


몇 주 전부터 초음파를 볼 때마다 아기는 손과 탯줄을 얼굴 앞에 두고 앉아있는 형상(역아)을 보이곤 했는데 오늘도 역시나 그러했다. 얼굴은커녕 오랜만에 손가락이랑 발바닥만 실컷보고 왔다.


처음엔 손을 가려서, 두 번째엔 탯줄이, 세 번째엔 급기야 다리까지 올려서 얼굴을 가리는 바람에 예쁜 입체 초음파 사진은 포기해야 했다. 그래도 그 덕에 오늘은 한 시간 동안 아기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도 세심하게 관찰하고 또 초음파를 보는 동안에도 열심히 태동을 느낄 수 있었다. 다들 입체 초음파를 가지고 태어난 후의 얼굴을 합성해서 보기도 한다던데 그건 내 욕심이었던 것으로.


4. 운동

코로나에 걸리면서 필라테스를 2주간 가지 못했다. 별 거 아닌 것 같은 스트레칭이었는데도 골반과 허리의 뻐근함이 상당한 것 보니 운동이 효과가 있나 보다 싶었다. 얼마 전부터는 다리도 붓고 결혼반지도 못 낄 정도로 손가락도 다 부어서 조금 운동을 곁들여보기로 했다.


불행 중 불행으로 사무실 건물의 엘리베이터를 무려 한 달이나 교체공사를 한다고 해서 앞으로 4주는 꼼짝없이 계단으로 오르내리며 출퇴근을 해야 한다. 가급적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의 그러니까 평지 걷기 같은 운동이나 더 해야겠다고 예상했는데 이건 복병 중의 복병. 그래도 압박스타킹 신고 아침저녁으로 좀 걸으면 안 걷는 거보다야 낫겠지 싶어 자기 위로 중. 흑 넘어져서 다치지나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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