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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Nov 28. 2022

11월 28일 월요일

앞으로 7번의 월요일만 버티면 된다!

1. 휴직

내가 이토록 어떤 이를 혐오하고 어떤 날을 바라보며 손을 꼽아 기다리는 데에 온 에너지를 쏟은 적이 있었나 싶은 시절을 보내고 있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것도 꽤나 큰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기 때문에 지금 나는 없는 체력에서 큰 부분을 덜어내어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다. 어제는 오랜만에 출근이 하기 싫어 온몸이 떨릴 정도였다.


그럼에도 오늘 오전엔 나만의 아주 작은 행운을 만들어가며 출근을 했고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다. 앞으로 7번의 월요일만 더 버티면 된다. 그러니까 주 5일 근무로 따지면 35번의 출근이고, 중간중간 병원 진료에 연차를 더하면 30번 정도만 가면 되는 곳. 그 이후엔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데 과연 그런 대운이 내 인생에 또 깃들 수 있을까. 휴직이 곧 영원한 작별이 되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2. 김장

몇 년 전부터 아빠가 김장을 시작했다. 누구를 위해서냐면 사실 나를 위해서인가 싶다. 왜냐면 아빠가 담근 김장김치를 나에게만 주기 때문이다.


예전엔 지리산 두메산골 할머니 댁에 모여 온 가족이 일 년 치 김장을 했었다. 그리고 나서는 엄마가 운영하는 유치원에서 일 년 치 김장을 했고 그 사이에 우리 김치도 몇 포기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더니 어느샌가 작은 김장비닐을 깔고 아빠가 손수 김장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엄마가 속을 만들고 배추를 가져다주면 배추에 속을 넣어 김치통에 예쁘게 담아 나를 주는 정도. 올해는 이미 여름을 지나면서부터 김치가 동나는 바람에 조선호텔 김치며, 비비고 김치며 야금야금 사서 먹느라 아직 김장김치를 제대로 오픈하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본가에서 시원하고 생생한 김장김치를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아빠가 김장을 시작하면서 혹여나 나를 부를까 포기 수를 늘릴까 걱정했는데 아직 3-4년은 그저 본인의 재미와 내리사랑의 표본으로만 하시는 느낌. 아빠 나중에 나 불러도 난 못해 그러니까 계속 오래오래 내 김치 담가줘.


3. 과일

결혼을 하고 조금 놀랬던 건 나와 우리 가족은 정말 많은 양의 과일을 아주 자주 먹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우리 집은 우선적으로 온 가족이 대식가인 데다가 쌀도 많이 먹고 밥도 많이 먹고 반찬도 많이 먹는 꿀꿀이네 집. 식사를 마치면 뒤돌자마다 과일을 쌓고 쌓아 엄청 큰 접시에 2-3 종류를 모두 깎아 그 과일을 다 먹고 또 리필을 해서 먹는 집안. 귤을 산다 치면 한 박스가 일주일 전후로 동이 나는 그런 집. 게다가 제철과일은 그게 종류가 무엇이든 우선 박스로 사두는 그런 집구석인데 시댁은 조금 달랐다.


시댁 식구들은 모두가 소식가인 데다가 집밥보다 외식을, 메인이 든든한 것보다 다양한 반찬이 나오는 식당을 즐기는 집안. 과일을 살 때도 새로운 품종이 나오면 꼭 10알이라도 사서 그걸 너 하나 나하나 나누고 나눠서 2-3알씩 체험해보는 그런 집. 과일이고 뭐고 간에 박스채로 사다가 드시는 법은 거의 없고 조금 더 과장해서 우리 집 하루에 먹는 정도의 양의 과일을 여기저기서 사모아 그걸 정말 디저트처럼 아주 조금만 드신다. 대신 육류는 과일 대비 꽤 많은 양을 먹는 것 같기는 하지만.


지난 주말 오랜만에 친정에 가면서 귤이나 먹고 싶다고 했더니 돌아오는 차에 5kg짜리 귤 한 박스가 실렸다. 거기에 사과, 딸기, 샤인 머스캣까지 실어준다는 걸 한사코 말렸더니 전날 저녁으로 먹은 새우 소금구이, 굴전, 전복을 바리바리 싸줬다. 친정과 시댁의 거리가 가까워 남편이 짬을 내 시댁에 잠깐 들렀다 오더니 손에 주황색의 예쁜 과일이 한 10알 정도 들려있었다. 우리 집에서 얻어온 귤 5kg와 시댁에서 얻어온 새로 나온 귤인지 향인지 이름도 까먹은 주황빛의 예쁜 10알의 과일, 그리고 그 모든 과일을 집안 곳곳에 깔아 두고 또 회사에 바리바리 싸들고 가 먹는 나.


과일 사랑해! 얼른 딸기 철이 와서 내 지갑 털어가라!

*추신: 아직 설향딸기 맛이  들었으니  먹지 마시오.


4. 붕어빵

아! 엊그제 올 겨울 첫 붕어빵을 먹었다. 어느새 가격이 올라 한 마리에 500원이었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팥이 꽉 차 있어서 입에 넣자마자 또 먹고 싶어졌다. 붕어빵 지도 어디서 볼 수 있을까. 또 먹고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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