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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Dec 05. 2022

12월 5일 월요일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게 추웠던 월요일의 일기

1. 주말

간만에 정말 푹 자고 푹 쉬었다. 일정들을 조금씩 정리하고 주말을 맞이한 지 어느덧 수개월이 지났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임신 때문인지 아직 임신 중이라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한번 떨어진 체력은 이제 절대적으로 자연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의외로 오랜 시간을 쉬어줘야 이전에 소모하던 에너지의 절반 정도를 겨우 원기옥처럼 모아 출퇴근할 힘이 생긴다는 것도.


금요일 밤 축구는 초저녁부터 이미 포기했고 남편과 곧장 잠에 들었다. 조금 더 놀다 자겠다는 나의 포부와 달리 까무룩 잠에 들었다 일어난 시간은 5:30. 아무 생각 없이 네이버를 틀었는데 글쎄 16강에 진출했다기에 너무 놀라 “어머!”라고 육성으로 놀랐다. 그 바람에 남편도 일어나 16강 소식을 듣고 다시 잠들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짧고 굵게 아침인듯한 점심을 먹고 커피도 마시고 빵도 잔뜩 사서 귀가했다. 첫눈이 내린 날이었지만 여전히 추웠다. 그저 차 안에서 수다나 떨었는데 그럼에도 충만했던 시간. 아마도 이제는 그런 시간들과 순간들이 모여 작지만 소중한 추억들이 되나 보다 싶다.


주말이 끝나는 저녁 나는 새로운 일주일을 위한 양말을 세탁하고 남편은 주중에 먹을 미역국과 카레, 그리고 나물반찬을 한 솥 그리고 냉장고 가득 만들었다. 그렇게 12월을 맞이한다. 내 인생에 또 있을까 싶은 1+1 인생이 이제 2달도 채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조금 설레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2. 일에 대한 단상

요즘 나는 정신없이 바쁘다. 요즘이라고는 하지만 3월부터 지금까지 사실은 정말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아침에 사무실에 도착하면 점심 먹을 때 한 번, 퇴근할 때 한 번 이렇게 두 번 자리에서 일어나는 날도 부지기수.


휴직을 앞둔 최근의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앞당겨 처리한다. 2월에 할 법한 일은 1월 초로 당기고, 1월 초부터 시작할 일은 12월로 당기고 있다. 누구를 위해서라고 하기엔 어렵고 그저 나를 위해서. 성과주의가 아닌 곳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달리는 연말 같은 느낌으로 일하고 있음에도 그저 내 손으로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과 또 마침표를 잘 찍고 가야겠다는 일말의 책임감이 버무려진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취업을 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한 건 아니지만 대학 입학 후 자격증이며 어학점수, 짧았던 유학기간 등을 모두 종합해보았을 때 결국은 취업을 향한 어떤 길을 닦고 있었나 싶다. 길고 짧았던 여러 번의 직장 경험에서 과연 내가 배우고 가진 모든 요소들을 잘 활용했나? 생각해보면 글쎄. 그 모든 과정의 끝에 마주한 지금 현 직장에서 과연 내가 이전 직장에서 경험한 것들을 살리고 있나? 생각해봐도 글쎄.


일에 대한, 현 직장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여전히 물음표이지만 아마도 나에서 엄마로 전환되는 시점에서는 분명 어디로든 확실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흥미는 없지만 할만한 일에 남아있을 것인가, 여전히 욕심낼 것인가.


3. 겨울

분명한 건 난 겨울을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다. 추위가 너무너무 싫다. 온몸이 떨리고 껴입고 껴입어도 둔해지기만 할 뿐 체온이 올라가지 않는 이런 계절이 불편하다.


계속 여름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당장이라도 짐을 싸서 여름만 있는 그런 섬으로 떠나고 싶다. 괌이나 방콕, 그리고 싱가폴 사진을 뒤져보고 내년 여름휴가로 가기로 한 이태리 남부 사진을 찾아서 미리 경험하기도 한다.


눈이 오는 그 고요하고 소복한 찰나의 순간만 좋아한다. 그 이후의 질척이는 눈밭도 눈이 내리기 전후로 바뀌는 공기도 딱히 즐기지 않는다. 어서 여름으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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