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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Apr 01. 2023

3월 27일 월요일

개나리가 피어있더라고요. 봄이 와버린 월요일.

1. 봄

글쎄 꽃이 피었더라. 하루가 다르게 집 근처 공원에 심긴 딱 한 그루 있는 벚꽃나무에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집 앞 버스 정류장에 흐르듯 자라 있는 개나리는 이미 만개. 아기가 태어나고 봄이온 줄도 모르고 혼자 패딩 입고 산책 나갔다가 가죽재킷 군단에 밀려 땀 뻘뻘 흘리고 집에 들어왔던 게 2주 전이니 그 사이 꽃이 피는 게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아기가 밤마다 불편함을 호소하는 바람에 일주일 사이 병원을 세 번이나 다녀야 했다. 그 덕에 아기와의 외출이 덜 무서워졌고 동시에 봄이 오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봄이 온다는 건 어쩐지 기쁘면서도 서글프다.


매년 남편과 밤늦은 시간 벚꽃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곤 했다. 일부러 시간을 내 꽃구경을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몇 년 전인가 벚꽃을 보러 간 건 아니었지만 후쿠오카행 비행기표를 끊어둔 그 주말이 하필이면 벚꽃 시즌이라 딱 한 번 후두러지게 피어있는 벚꽃을 밤낮으로 구경했던 게 유일한 기억. 그럼에도 올해는 꼭 남편과 봄 산책을 가고 싶었다. 아마도 할 수 없다는 마음 때문에 더욱 간절했겠지. 아기가 아픈 틈을 타 짧은 길을 함께 걸으며 이렇게라도 둘이 함께 걷는 순간을 기념했다. 봄이 왔네.


2. 시간이 약이다

아기는 영아산통을 겪고 있다. 9개월을 뱃속에서 지내다 45일 전 세상에 태어나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느라 아마도 힘들었겠지. 갑자기 눈앞에 너무 많은 것이 보이고, 귓가에 하루종일 소음이 들리니 불안하고 힘들 것 같다. 공감되는 바이다. 다만 말하지 못하는, 게다가 바디랭귀지의 정확도도 아직 조금 떨어지는 신생아 아니 영아를 돌보는 나도 불안하고 힘들긴 마찬가지다.


지난주부터 갑자기 아기가 목이 찢어지는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밤 9시부터 10시까지. 무엇 때문인지 알 도리가 없어 배가 고픈지, 기저귀가 젖은 건지, 졸린지, 아픈지 하나하나 아기가 주는 아주 작은 힌트들로 알아차려야만 했다. 결국 아기는 목이 쉬게 울고는 지쳐 잠에 들었다. 말하지 못하는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는 건 그저 학습되어 있는 어떤 패턴과 그에 따른 예측뿐. 아기의 24시간을 기록하는 ’베이비타임‘과 울음소리를 분석해 준다는 ’크라잉베베‘를 적극 활용했다.


아기는 기분이 나쁜 채로 일주일을 보냈다. 깨어있는 동안 불규칙적으로 먹었고 쉬지 않고 울었다. 아기가 잠이 들면 남편과 유튜브와 블로그를 샅샅이 뒤져 이번 텀에 보인 행동에 대한 이유와 대처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렇게 자체 진단 내린 건 바로 ‘영아산통’이었다. ‘배앓이’라고도 불리는 바로 그것. 매일 같은 시간대에 일주일에 3일 이상, 하루에 3시간 이상 운다면 영아산통을 의심해 보라고 했다. 물론 그 울음이 다른 병의 초기 증상과도 유사하기 때문에 부모의 자체적인 진단은 지양하라는 문구도 꼭 함께 적혀있었다.


그 길로 병원에 가 영아산통 진단을 받았다. 아주 작은 약병에 약도 처방받았다. 약을 먹고 해소되는가 싶더니 조금 더 악화됐다.


그렇게 꼬박 6일을 내리 우는 아기를 보며 속이 문드러지기도 하고, 속이 터지기도 하고, 같이 울기도 했다. 119에 전화해 45일 된 아기가 갈 수 있는 응급실 정보를 물으면서도 어떤 응급실에서도 아기를 낫게 해 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저 시간이 약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어딘가 붙잡고 싶었다. 이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전문가.


결국 세 곳의 병원에 다녀왔다. 아기 배를 초음파로 둘러보기도 하고 면봉으로 하는 영아 관장도 했다. 좋다는 분유를 쥐 잡듯이 뒤져 결국 오늘은 3개의 다른 분유를 먹이기도 했다. 젖꼭지를 새로 주문하고, 젖병을 더 작은 걸로 바꿔보기도 하고 아기 배를 하루에도 10번씩은 마사지를 해야 했다. 그리고 동시에 우는 아기를 관찰하고 달래야 했고. 힘들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정말로 시간이 약이었던 듯 많은 증상이 완화되었다. 아마도 이런 시련의 순간들이 숱하게 찾아오겠지. 흔들리지 않고 현명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제일 먼저 울음소리에 조금 더 의연해져야할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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