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1. 소문의 진상
7년을 다닌 회사를 그만두면서 나에게 붙은 숱한 꼬리표들은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갔다. 어느 지점에서 온 누구, 어느 부서의 누구 같은 때로는 번거롭지만 나의 소속을 알려주던 꼬리표들 전부.
퇴사 소식을 알리고 그다음 날부터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를 재테크로 떼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수백억을 벌어 회사를 관두는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소문에 99%의 동료들은 웃어넘겼고 1%의 동료들은 그 소문을 퍼다 날랐다.
사실은 퇴사 인사를 하면서 그 소문 덕에 나도 많이 웃을 수 있었다. 친한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가릴 수 있는 장치가 되어주었고 그동안 도움을 받았던 유관부서에는 퇴사 인사를 전하는 인사말이 되어주었다. 사실 그 소문의 진상은 지난주의 내가 스스로를 보호하고 막아주었던 헛소문이기도 했었다. 생각보다 미안했고 더러는 섭섭했던 퇴사. 내가 떠난 뒤에는 주로 나의 부족했던 것들이 또 다른 소문이 되어 내 자리를 메우겠지만 좋은 사람으로 잘 기억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된다.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2.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첫 출근을 했다. 일명 까마귀 정장을 입고 곱게 다린 흰 셔츠를 함께 갖춰 입었다. 함께 입사한 동료들과 마스크 아래로 함박웃음을 지어가며 회사의 어르신들을 뵙고 인사를 나눴다. 사실 간밤에는 너무 떨려 20대 중반 첫 회사를 입사했던 때를 아무리 떠올려보려고 해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웃었다. 되지도 않는 눈웃음을 연신 지어내며 밝게 웃었다.
아침 일찍 지하철 역에서 내려 회사 입구에 서자마자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게 무슨 일이야.”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 일주일 사이에 아니 한 달 사이에 나는 많이 달라져버렸다.
그렇게 오늘 두 번째 입사를 하게 되었다. 첫 회사 첫 계약서보다 조금은 똑똑하게 글귀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깐깐하게 따질 수 있게 되었다. 생각보다 작은 조직에 놀랐고 의외로 체계적인 업무 절차에 감탄하기도 했다. 전 회사의 입사 절차도 이렇게 풍성하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기도 했다.
말도 안 되게 맑은 날씨 덕에 건물 곳곳의 녹음이 짙고 푸르렀다. 5월이 돼버리다니.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