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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ung Kim Sep 15. 2022

나라면 어땠을까.

아이 대신 쓰는 병상 일기

이 매거진의 제목처럼, 가장 보통의 육아를 하고 싶은 마음은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가장 간절하다.

아이가 고열에 시달리고, 원인모를 출혈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바로 응급실로 달려가지 않았던 이유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너무 불 보듯 뻔해서 두려워서이다.

일단 병원에 가면, 동네 병원이 아닌 이상, 급한 증상을 완화하기 앞서 기본 검사(피검사, 엑스레이, 미생물 검사 등등)를 바탕으로 집중 치료(항생제, 해열제)가 시작된다.

그러고도 원인이 확실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세부 검사를 시작하는데, 뭔 검사만 하려고 하면 그렇게 피를 뽑아간다. 많게는 오전, 오후 두 번, 꽤 많은 양을 채혈한다. 불쌍한 내 아이는 오랜 병원 입원 경험으로 팔다리 손발에 주삿바늘 자국이 수도 없이 많다. 혈관도 약한 데다 그나마 쓸만한 혈관들은 링거액을 맞은 지 사흘이 채 되지 못해 부어올라 다른 혈관을 잡아야 한다. 내가 가장 견디지 못하는 부분이 바로 이 채혈과 정맥주사를 놓기 위해 혈관을 찾는 싸움이다. 아프고 견뎌야 하는 건 아이인데, 소리 없이 가래 끓는 소리로 우는 내 아이를 보면 나는 심장 너무 빨리 뛰어 온 몸에 혈관이 다 터져버릴 것 같다.

어제와 오늘이 그랬다. 정말이지 치료고 뭐고 아이를 둘러업고 병원을 뛰쳐나가고 싶었다. 정맥주사를 놓기 위해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손과 발, 손 등 발등, 복숭아 뼈, 손가락까지 열 군데가 넘는 곳에 바늘이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 소리 내서 울지 못하는 아이가 온몸으로 버둥거리자 간호사가 세 명이나 와사 붙잡고 있어야 했다. 절대 간호사 선생님을 원망하거나 탓하지는 않는다. 모두 땀을 뻘뻘 흘려가며 '아가 미안해' '어머니 죄송해요'를 연발하시는데,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그들을 어찌 원망할까.

나 스스로가 너무 원망스러울 뿐.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해서 이렇게 고생시킨다는 자책감과 미안함에 나는 펑펑 울고 만다. 정작 아픈 건 아이인데, 내가 아이 대신해줄 수 있는 것이 소리 내서 꺼이꺼이 우는 것뿐이다. 속으로 온갖 욕을 다 씹어 삼켰다. 괜스레 과잉 진료하는 것 아닌지 의료진이 의심스럽기 시작한다.

주치의에게 진료 거부하겠다고 쏘아붙였다. 담당교수 회진 때나 들을  수 있을 대답인데, 애먼 주치의만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른다. 다행히 검사 전에 정맥 주사 혈관을 잡았고, 눈물 콧물 범벅이던 아이도 곧 진정되고 새침하게 돌아누워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말하지 못하니 그 마음을 알 수 없다. 얼마나 아팠을까. 또 얼마나 두려울까. 살짝이라도 손이  닿으면 소스라치게 놀라 손을 빼버리는 아이는 이제 엄마도 믿지 못하겠나 보다.

'이것들 다 한패야'


나는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이 사악한 담당교수가 이제 또 내 아이를 가지고 어떤 실험적이 치료를 하려고 하나, 환자를 봉으로 아나 미친 마귀할멈 같으니라고. '

혼자 속으로 못난 생각들을 왕왕해본다. 내 망상처럼 결코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절대 마음대로 나갈 수 없는 곳이 바로 병원인지라 검사 하나 추가 하자는 말에 기겁할 수밖에 없다. 그 말은 즉슨, '너는 이번 주에는 집에 못가' 이기에.

물론, 아이의 정확한 병변 원인을 찾아 제대로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에 의료진의 치료에 적극 협조하지만, 아프지 않으려고 왔는데 치료를 받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힘들어야 하는 환자의 입장에서, 아니 그 조차도 말하지 못하는 내 아이를 위해서 나라도 나서서 한 소리를 내야 하지 싶다. 어린이 병동에서 다른 아이들은 앙앙 울어대기라도 하는데 내 아이는  울음조차 크게 내지 못하니 얼마나 속상하고 답답할까.

오늘은 긴 검사가 예정이라 수면제를 먹였는데도 눈을 부릅뜨고 있던 내 아이. 결국 주사를 맞고 깊은 잠에 빠져서 홀로 검사실에 들어 간 아이를 기다리며 나는 또 대나무 숲에 소리치고 있다.

보통의 아이들처럼 아프다고 소리 내어 울고, 우는 아이 달래려고 사탕 초콜릿, 장난감으로 회유할 수 있는 그런 보통의 육아를 하고 싶다. 병원에 와서 며칠 주사 맞고 거뜬해져서 제 발로 씩씩하게 집에 가서 다시 말썽을 부릴지라도 그런 보통의 육아를 하고 싶다.



윤제는 위장관 출혈의 원인을 찾기 위해 오늘은 블리딩 스캔(위장관 출혈 스캔) 검사 중입니다. 안전하고 정확한 검사를 위해, 오늘은 계속 수면 중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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