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질문에 아이의 대답

핵사이다 내 아들

by Eunjung Kim

칼바람이 부는 어느 겨울 아침 추위가 너무 매서워 버스 대신 택시로 아이 유치원 등원을 하기로 했다.

택시 승강장에 죽 늘어선 택시 유리에 뿌옇게 서리가 껴있다. 택시를 타려고 줄 선 사람들은 동동 발을 굴려 조금이나만 추위와 싸워본다. 올 겨울 첫 한파가 실감난다.


우리 차례가 돌아와 택시에 올라타니 운전석이 비었다. 조금 있으니 기사 아저씨가 황급히 태우던 담배를 끄고 운전석 문을 여신다. 담배 연기가 꼬리처럼 따라들어온다. 콜록, 콜록.

60대 전후로 보이는 깔끔한 중년신사 기사님이 인사를 하는 아이를 슬쩍 보더니 말을 건넨다.


'아이고, 추운데 학교가는구나'

'학교 아니고 유치원이요.'

'그래? 유치원에서 공부 잘 하나?'


어이쿠야! 나 또한 지겹도록 들어왔던 학생들을 향한 어른들의 고정레퍼토리다.


'유치원에서 영어 배우나? 영어 할 줄 아나?'

'아니요'

'그라믄 너 산수 할 줄 아나?'

'산수가 뭐예요?'


'아, 더하기 빼기처럼 수학하는 거야.'

내가 덧붙였다.


'저 더하기 빼기 조금 할 줄 아는데요.'

'그래? 잘 해야지 쪼금 할 줄 알면 되나?그럼 어제는 유치원에서 뭐 배웠노?'


기사님은 속사포처럼 아이에게 질문을 퍼붓는다. 어색한 분위기에 괜히 내가 어쩔 줄 모른다.


'어제 유치원에서 금연을 배웠어요. 담배 연기 속에는 수 천가지 나쁜 공기가 들어 있어서 피우면 안된데요.'


아, 순간 침묵이 흘렀다. 잠시 뒤, 기사님이 뒤를 돌아 보시더니 아이를 향해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인다.


'아, 그래? 어제 금연을 배웠는데 아저씨가 담배를 피우고 있어서 우짜노? 미안하데이. 고놈 참 똑똑하네.'


그리고는 민망하셨는지

'그래도 아저씨는 이날까지 건강하다' 라며 덧붙이신다.

다행히 나도 웃고 기사님도 웃으며 어색한 긴장감은 사라졌지만, 아이는 웃지 않았다.

7살 인생처음으로, 낯선 이에게 호구 조사 당하듯 학업(?)에 대한 질문을 받은 아이는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벌써 영어 수학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다니.


그러나 마지막 질문에 대한 통쾌한 한 방을 날림으로써 우리 아이는 똑똑한 아이가 되었다.


영어, 그게 뭐예요? 산수,아직 잘 몰라요.


하지만 세상 살아가는데 지켜야할 예절과 도덕,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일은 잘 알아야해요. 택시 기사님, 이때까지 건강하셨으니 앞으로 금연하시고 더 건강하세요.


되로 주고 말로 받은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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