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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Jul 10. 2020

짬뽕도 짜장도 먹고 싶지만 짬짜면은 싫어요

[일상에서 배우는 것들] 1. 선택과 포기

들어가며

뭐라도 글을 쓰고 싶어서 텅 빈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일상에서 얻은 깨달음에 대해 적어볼까 하였습니다. 사실 깨달았다고 할만큼 거창하지도 않고, 어쩌다 한 번씩 흘려보내듯 떠올리는 정도지만 의외로 삶 전체를 관통하는 그런 종류의 생각들이 있지 않습니까. 아마 여러분도 한 번씩은 겪어보셨을 겁니다.


오늘 이야기해보고 싶은 주제는 선택과 포기입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결정하고 나면, 동시에 다른 선택지를 포기해야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간과하고는 합니다. 당장 내가 선택한 사안에만 집중하게 되면 다른 건 눈에 잘 들어오지 않기도 하니까요. 여기에는 인간의 욕심이 크다는 점도 한몫을 합니다.


가령 점심 식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둘 다 먹고 싶다고 해도, 우리의 위장은 한계가 있으므로 한 가지만 먹어야 합니다. 물론 위대한 식사량을 가지신 분이라면, 얼마든지 두 메뉴를 즐길 수 있겠지만, 그렇게 먹었을 때의 뒷감당은 스스로의 몫이죠. 선택에 따른 책임은 피할 수 없습니다.


선택 혹은 포기

그렇기에 우리는 매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걸 선택하며 포기하고 있습니다. 저만 해도 그렇지요. 퇴근 후에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면 11시 즈음입니다. 야근이 워낙 잦다보니, 9시에 부랴부랴 운동을 가서 10시부터 1시간 가까이 운동을 하고 샤워 후에 집에 돌아오면 딱 그 시간이 되어있더군요.


이제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잠들기까지 고작해야 2시간에서 3시간 남짓입니다. 해야될 게 어찌나 많은지. 책도 좀 읽고 싶은데 쉬고 싶기도 하고 노래도 잠깐 듣고 싶은데, 잠깐 딴짓 좀 하고 있으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습니다. 뭐 하나 제대로 한 건 없는데 벌써 잠들 시간입니다. 어찌나 허탈한지.


그렇다면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걸까요? 있기야 있습니다. 일과를 정해놓고 어떻게든 지키는 거죠. 집에 돌아왔으면 칼 같이 옷을 갈아입고, 그때부터 군말없이 책을 읽거나 글쓰기를 한 후 정해진 루틴에 따라 잠들면 됩니다. 그렇게 살 수도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으니까 문제죠.


좋아도 싫어도 선택은 찾아온다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으니 농땡이도 좀 피우고 싶고, 지친 심신을 달랠 만한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러면 내가 '쉬어야지!'하고 결심한 게 아니어도, 빈둥거린 시간은 자연스레 휴식을 위한 순간이 되는 셈입니다. 그만큼 다른 일을 할 시간은 부족해지겠지요. 안타깝지만 별 수 있나요.


이것저것 동시다발적으로 해본들 딱히 즐겁지도 않을 테니, 차라리 그 순간에는 하나에만 집중하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걸 다 선택할 수는 없구나, 그건 지나친 욕심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또한 의식적으로 선택한 결과가 아니었다고 한들 우리는 매순간 선택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알게 모르게 선택하고 포기하게 되는 일이 뭐가 문제일까요? 왜 그것을 속 편하게 감당하지 못하는 걸까요? 아마도 선택을 미루고 미루다 끝끝내 선택하게 되는 애매함과 그로 인해 생긴 원치 않았던 결과 때문일 겁니다.


짜짱이냐 짬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즉슨 짜장면도 짬뽕도 먹고 싶어 한참을 고민하다가 점심시간을 다 날려버린다거나,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메뉴가 결정되고만 셈이죠. 그렇다고 짬짜면을 먹으면 해결이 될까요? 아뇨, 그렇지도 않을 겁니다. 우리가 그렇게 속 편하게 결론을 내놓을 수 있었다면 이렇게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 거에요.


요새는 자주 보기 어려운 말이지만, 한때 '선택장애'나 '결정장애'라는 말이 왕왕 보이고는 했습니다. 남이 보기에 하찮은 일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두고 장애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빗댄 말인데 꽤나 그럴싸하긴 합니다. 실제로 선택을 쉽게 하지 못하는 건 정신적인 문제와 이어지니까요.


여하간 우리가 선택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데에는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일 겁니다. 제아무리 사소한 일이라고 해도 한 번 결정하고 나면 돌이키기 어려우니까요. 그리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우리는 실패하거나, 후회하게 되는 일을 극단적으로 무서워하니까요.

 

선택하며 살 것.

그럼에도 자신의 의지대로 분명히 선택하며 사는 삶과, 선택을 미루고 미루다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삶, 이 두 가지는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후자의 삶은 별로 즐겁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모든 걸 하나하나 선택하면서 사는 건 불가능합니다. 할 수 있는 한 자신의 선택으로 살자는 거죠.


당장 오늘부터 점심 때 무엇을 먹을 건지 결정해보는 겁니다. 너무 오래 고민할 것까지야 없지만, 자기자신이 선택하고 거기에 따른 결과를 담담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매일매일의 선택이 쌓이고 쌓여서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중요한 바탕이 겁니다.


고작 먹는 걸로 그런 의미를 부여하냐구요? 의외로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우리의 자아가 만들어져나가는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순간마다, '포기'의 의미를 곱씹어보는 거죠. 선택과 포기, 우리 삶을 차지하는 이 영역들을 언제나 의식하면서 또 하루를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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